"北 코로나 인정, 대화 전략일 수도…美, 관여 준비를" 美전문가

기사등록 2022/06/07 23:28:35 최종수정 2022/06/08 08:16:41

"1990년대 기근이 그랬듯 北 협상장 데려올 기회 될 수도"

"北, 나쁜 뉴스 이유 없이 내보내지 않아…쌍궤 전략 가능성"


[평양=AP/뉴시스]7일 북한 평양의 중구 고려약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고려약(북한식 한약)을 생산하고 있다. 2022.06.07.

[워싱턴=뉴시스]김난영 특파원 = 최근 북한의 코로나19 발병 인정이 외부와 다시 대화하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략 일환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진 H. 리 우드로윌슨센터 선임연구원은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김정은이 우리가 북한의 코로나19 발병을 알기를 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라는 글에서 이런 주장을 펼쳤다.

리 연구원은 "지난 2년 이상 고립된 북한은 코로나19 유입을 막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고, 심지어 다수의 백신 제공 제안을 불필요하다고 칭하며 거부했다"라며 "지난달 이런 기조는 바뀌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 관영 매체는 일련의 긴급 보도를 통해 정체불명의 발열이 폭발적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발표했다"라며 "국가는 봉쇄에 접어들었고, 수십 건의 사망과 함께 400만 건 이상의 (발병) 사례가 보고됐다"라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을 "2500만 명의 미접종자, 영양 결핍자를 보유한 국가에 이는 무서운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에서 나쁜 뉴스는 이유 없이 새어나오지 않는다"라며 발병 인정 이면에 주목했다.

리 연구원은 이런 맥락에서 "마침내 바이러스 발병을 인정하는 일은 그 지도자인 김정은이 바깥 세계와 다시 관여하려는 전략의 일부일 수 있다"라며 "(그렇다면) 세계 역시 관여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외부 세계와 교류하지 않는 동안 핵 역량을 강화해 왔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리 연구원은 북한의 고립이 그들 주민은 물론 한반도와 그 너머의 평화·안보에도 위협이 된다고 평가했다.

특히 "북한은 현재 수십 기의 핵장치를 보유했다고 여겨지고, 7차 핵실험을 수행할 준비를 할 조짐이 있다"라며 "북한은 올해에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위반하는 수십 기의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라고 했다.

리 연구원은 "그런데 왜 지금 코로나19 발병을 인정하는가"라고 자문한 뒤 "미사일 발사로 메시지를 보내듯, 김 위원장은 발병을 인정함으로써 또 다른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발병 인정이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한·일 순방 전에 이뤄졌다는 사실에 그는 특히 주목했다.

그는 "수도 평양에서 확진이 너무 빠르게 늘어 발병을 인정해야만 했을 수도 있다"라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최근 한국·일본 방문 직전 발병 발표와 관련해서는 정치적 시기의 요소도 있었을 수 있다"라고 했다.

리 연구원은 이를 "김 위원장은 쌍궤 병행 전략(a dual-track strategy)을 취하고 있을 수 있다"라고 정리했다.

핵무기 개발을 정당화할 한·미와의 긴장을 유지하고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려 미사일을 계속 시험 발사하는 동시에, 코로나19 발병을 인정함으로써 인도주의 원조·상품 확보 명분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리 연구원은 "발병을 인정하기 바로 며칠 전, 북한은 긴급 물품을 수령하기 위해 세 대의 화물 열차를 중국 선양으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라며 "최근 더 많은 것들이 철로를 통해 도착했다"라고 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어쩌면 (북한은) 이미 중국 백신을 받고 있을 수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그는 아울러 북한 주민이 겪어온 만성적 기근, 코로나19 봉쇄로 인한 주민 어려움과 열악한 의료 환경을 열거했다.

리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북한과의 새로운 대화 전망은 있음직하지 않아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했던 방식으로 김 위원장의 환심을 사려 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순방 기간 김 위원장 상대 메시지 질문에 "안녕, 끝(Hello. Period)"이라고 했던 점을 재차 주목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시기가 적절할 때까지 대화의 문을 열어놓는 동시에 북한을 계속 억제할 의도로 보인다"라고 했다.

리 연구원은 "김 위원장은 미국, 한국, 일본과 지금은 대화하지 않을 수 있다"라면서도 "만약 그가 중국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다면, 미국과 동맹은 전염병 발병을 억제하고 북한이 핵 협상에 다시 관여하도록 공동의 관심사에 중국과 협력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그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중국과 협력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미국은 보기 드문 정치적 기회에서 배제될 위험이 있다"라고 했다.

이어 지난 1990년대 기근 상황에서 미국과 국제사회 원조가 북한을 핵 협상 테이블로 이끌었다며 "북한의 코로나19 사태도 유사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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