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 돌입…시멘트·레미콘 일부 공장서 출입문 '봉쇄'
"정부 강력 대처해야"…시멘트→레미콘→건설 현장 차질 '도미노'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비해 공정계획을 조정해 하루 이틀 치 재고량을 우선 확보했지만, 이번 주 후반부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도 연장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한 것과 관련해 한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전국의 시멘트 생산 공장 가운데 일부에서 출하를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파업이 길어지면 공장을 멈춰야하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빚어질 수 있다"며 "파업이 예고됐던 만큼 사전 준비를 했지만, 오래 버티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7일 안전운임제도 연장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하자 시멘트·레미콘업계가 비상이다. 지난해 이미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끝에 간신히 정상화에 접어들었으나, 올해 또 총파업이 재현됐기 때문이다.
시멘트 운송은 주로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를 이용한다. 화물연대 소속 BCT 차주들이 올해 파업에도 동참하면서 시멘트 원자재 및 제품 운송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전체 화물 노동자 약 42만명 가운데 화물연대 가입 비중은 2만5000명이지만, 시멘트와 컨테이너 화물차 비중이 높아 물류 운송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BCT 차량은 국내에 2700여대가 운행 중이고, 이 중 절반가량이 화물연대 소속이다.
실제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 생산 공장이 모여있는 강원, 충북 등 지역에서 시멘트 운송이 지연됐다. 시멘트업계는 지난해 11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 하루 평균 출하량이 최대 80%가량 급감하면서 매출 피해액이 약 110억원으로 집계한 바 있다.
화물연대가 항구나 산업단지, 고속도로 같은 주요 이동 거점을 봉쇄하기 때문에 시멘트 운송 차질이 우려된다. 화물연대서울·경기지역 조합원 1000여명은 총파업 출정식에 참석한 뒤 오후부터 시멘트 공급 저장소가 몰려있는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진입로를 차량으로 봉쇄할 방침이어서 시멘트 출하가 차질을 빚거나,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멘트업계는 정부의 강력한 대처를 주문했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화물연대가 오전부터 시멘트공장 출입문을 봉쇄하고, 실력행사에 들어가면서 출하가 전면 중단된 공장이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화물연대 소속 차량의 운행 중단은 막을 수 없고, 개별사가 혼자서 해결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화물연대에 가입하지 않은 BCT차량 기사들을 향한 물리적 충돌이나 협박 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엄정한 법 집행에 나서길 바란다"며 "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파업이 장기화하지 않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해달라"고 전했다.
레미콘업계도 파업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번 파업으로 레미콘 출하량이 급감하고, 시멘트 생산량도 줄면서 건설업계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레미콘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예고된 파업이라 사전에 재고를 확보해서 아직까지 생산에 차질을 빚지 않고 있다"면서도 "지난해처럼 공장 출입을 봉쇄하고, 봉쇄하는 기간이 길어진다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건축 공정 중 골조 공사에 사용되는 핵심 재료인 레미콘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공기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파업이 주말까지 이어질 경우 피해가 레미콘·시멘트업계를 비롯해 건설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마철을 앞둔 건설현장도 화물연대 파업으로 철근과 시멘트 공급이 끊길까 초비상이다. 건설업계에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건설자재 공급에 차질을 빚거나. 공기가 지연될까 자구책을 마련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장마철을 앞두고 공사를 서둘러야 하는데, 화물연대 파업으로 철근과 시멘트 등 건설자재 수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화물 운송이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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