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아트 나인원 26일까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쓰레기는 쓰레기가 아니다. 화가 김춘환에게는 현대인의 초상이다.
잡지나 광고물, 포장지 등 버려지는 인쇄물을 접고 구기거나 분해하여 캔버스에 붙여 작품을 만들어낸다. 건져진 종이들은 반죽을 다듬고 조각조각 떼어 형태를 만드는 조각가의 손길과도 같은 과정을 거쳐 새롭게 탄생한다. '종이 덩어리'들을 마치 조각의 한 단면처럼 도려내거나 깎아내기도 하는데, 소비 문화의 노예가 된 현대인의 피상적인 껍질을 도려내는 의미가 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채지 못한다. 원래 모습을 슬쩍 슬쩍 보이는 종이 덩어리들은 낯선 묘한 기시감을 자아낸다. 작가는 1995년 프랑스로 이주한 후 서울과 파리를 오가며 작업하고 있다.
서울 한남동 가나아트 나인원에서 김춘환 개인전 'Kaleidoscope'이 열린다.
종이 인쇄물을 재료로 사용해온 이전의 작업과는 달리 이번 전시에서는 광고물이나 포장지의 원본 이미지를 복제하여 완성한 작품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2021년에 제작한 'Kaleidoscope' 연작을 위해, 그는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료수, 과자, 맥주 등의 포장지에서 특정 이미지를 선별한 후 편집하여 여러 장으로 인쇄했다.
작가는 인쇄의 속성이 세상을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를 언제나 다른 형태로 반사하는 만화경과 유사하다고 느껴, 만화경을 뜻하는 ‘Kaleidoscope’으로 전시 제목을 정했다.
만화경 속에서 펼쳐지는 풍경처럼, 복제된 그의 종이 ‘덩어리’들은 무한하게 퍼져나가는 패턴이나 휘몰아치는 소용돌이 모양을 생성한다. 무분별한 소비문화의 폐해로 무엇이 진실인지 분별하기 어려워진 현대 사회의 모습을 재현한다. 인쇄물을 끊임없이 생산해 내는 인간의 욕망을 되돌아보게 한다. 전시는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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