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간 약 5만 가구 공급…총 가구수 3분의 1
공급량 조절…올해 2284가구·내년 1782가구
"세종, 대전과 키 맞출 것"…추가 하락 전망도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세종 집값의 하락세가 심상찮다. 지난 몇 년간 계속된 공급 폭탄과 가격 급등으로 인한 피로감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공급량이 숨고르기에 들어가지만 올해 안으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한국부동산원 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주간 기준으로 지난해 7월 넷째 주(7월26일) 이후 43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월간 기준으로 봐도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 하락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세종 집값이 계속 하락하는 데는 몇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제시되고 있다. ▲가격 급등으로 인한 피로 누적 ▲공급물량 대비 부족한 인구유입 ▲대출규제 및 금리인상 등 외부요인 등이 그것이다.
먼저 세종시는 대통령 제2집무실 및 국회의사당 세종 분원 설치 등의 논의가 나오면서 지난 2020년 한 해 동안 아파트 가격이 총 44.93% 상승해 전국에서 상승률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가격에 대한 피로감이 많이 누적됐기 때문"이라며 "세종시는 지난 몇 년간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한 곳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진입 수요자의 입장에서는 가격에 대한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5년간의 공급에 대한 시장의 부담도 분명히 있다고 봐야 하기에 꾸준한 주택 수요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인구 유입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세종시 내 아파트 연간 적정 입주 물량은 1890가구 수준이다. 하지만 세종시는 지난 2017년 1만4769가구, 2018년 1만2292가구, 2019년 8738가구, 2020년 4287가구에 이어 지난해에는 7668가구의 공급이 쏟아졌다.
현재 세종시의 총 인구수는 지난달 기준 37만8196명이다. 세대수로 따지면 15만7270가구 수준인데 5년 만에 총 세대수의 3분의 1에 달하는 약 5만 가구의 아파트를 지어낸 것이다.
이러한 공급폭탄에 비해 인구 유입은 점점 줄었다. 통계청을 통해 세종시로 순유입된 인구수와 전년대비 증감률을 따져본 결과 2017년에는 3만4690명(16.3%)이 순유입됐으나 2018년부터 3만1433명(-9.4%), 2019년 2만3724명(-24.5%), 2020년 1만3025명(-45.1%)으로 그 규모가 계속 줄었고, 지난해 1만4085명(8.1%)으로 그나마 회복세로 돌아섰다.
이에 세종시는 올해 아파트 공급 물량을 대폭 줄이며 숨고르기에 들어간다. 아실에 따르면 올해에는 2284가구, 내년에는 1782가구가 각각 입주할 예정이다. 2024년에 3360가구로 다시 공급량이 늘지만 이 역시 지난해에 비하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수치다.
다만 전문가들은 올해 안으로 세종시의 집값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히려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함 랩장은 "세종시는 국회의사당 분원 설치, 서울-세종간 고속화도로 건설 등 호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고 오는 7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더욱 본격화되고 있다"며 "이자 및 세금 부담이나 대출규제 등 전반적인 시장 환경이 동반되고 고점인식이 있는 데다, 아직까지 조정이 굉장히 크게 벌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연내에는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연말에 금리를 많이 올리게 되면 상승 회복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세종은 대전과 같은 도시라고 보면 되기 때문에 점점 대전과 키 맞추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지난달 기준 세종시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6억7323만원인 반면, 대전시 평균 매매가격은 3억9641만원으로 약 절반 수준이다. 대전 시내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유성구도 5억2844만원 수준인 만큼 앞으로도 세종시 집값이 최소 1억원에서 최대 3억원까지도 더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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