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추경호 경제 부총리와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극프레스센터에서 첫 조찬회담을 갖고 물가, 환율 등 최근 대내외 경제 상황에 대해 머리를 맞댄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를 포함한 외환시장 안정화이 나올지 여부에 관심이 높다.
추 부총리는 이날 조간간담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급등한) 외환시장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며 "경제 상황이 굉장히 엄중한데 정책수단은 상당히 제약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과거 어느때 보다도 중앙은행과 정부간 경제 상황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인식을 공유하며 좋은 정책 조합을 만들어 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와 체결했던 600억달러 규모의 한시적 통화스와프 계약이 종료됐다.
통화스와프는 협상을 맺은 국가간 비상시 각자의 통화를 빌려주는 계약으로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개념이다. 유사시 자국 화폐를 맡기고 미리 정해진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려올 수 있다. 미 달러화는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69%를 넘어서는 등 막대한 비중을 차지한다. 원화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축통화가 아닌 만큼, 위기 국면에서 외화자금 조달이 급할 때 외화 유동성 위기를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통화스와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등 위기 때마다 원화 급락세를 막아주는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2008년 10월 30일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에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1427.0원)보다 177원 급락했다. 2020년 3월 19일 미국과 600억 규모의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을 발표한 직후 달러화자금 조달에 대한 불안감이 완화되면서 다음날 코스피가 7.4%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은 3.1% 하락하는 등 국내 금융·외환시장이 즉시 반응했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재추진 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추 부총리도 앞서 인사청문회에서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것은 외환·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상설 통화스와프' 개설을 의제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앞서 지난 6일 "외환시장과 금융시장 불안정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미 간 통화스와프 체결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올 들어 달러는 전세계적으로 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달러 강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화 절하폭이 작은 수준이었지만 이번 달부터는 달러 상승폭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13일(현지시간) 장중 105.065까지 치솟으며 2002년 12월12일(고가기준 105.150) 이후 19년 5개월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종가(104.621) 기준으로 달러 가치는 지난해 연말 대비 9.44% 뛰었다. 같은 기간 원화 가치 역시 8.02% 하락해 달러 상승폭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문제는 미국이 우리와 통화스와프를 다시 체결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상설 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미국은 금융위기를 제외하고는 영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금융허브 국가와만 상시적으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앞서 인사청문회에서 "미국과 상설 통화스와프를 맺은 국가는 금융허브 국가"라며 "우리가 원한다고 (상설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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