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등 기관투자자 위험자산 취급 따라
지난해 11월 최고치의 절반 이하로 하락
나스닥 지수와 비트코인 가격 변동 거의 일치
비트코인 가격변동 심한 과거 기억하는
신봉자들 여전히 장기적 가치 상승 확신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10년 이상 동안 경기변동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장기적 가치저장수단으로서 물가상승 회피책으로 여겨져온 "디지털 황금" 비트코인의 가격 추이가 투기적 기술기업들의 주가 동향과 유사해지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데이터 회사 아케인 리서치의 분석에 따르면 연초부터 비트코인 가격은 기술기업 중심의 나스닥 지수와 유사해지고 있다. 지난달 비트코인 가격이 25% 하락한데 이어 11일 3만달러(약 3837만원) 아래로 떨어져 지난해 11월 최고가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은 투자자들이 금리인상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기술회사 주식을 매도하면서 가격이 폭락한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
이런 현상은 비트코인을 사들인 투자자들이 투자를 잘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비트코인 가격 변동이 투자 위험이 큰 기술주와 유사해지는 것은 비트코인이 혁신적 자산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케인사 분석가 베틀 룬데는 "비트코인이 황금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이 잘못임을 보여준다. 비트코인이 우량자산에서 위험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아케인 리서치사는 비트코인 가격과 나스닥지수 사이의 연관성을 1부터 -1까지의 수치를 매겨 평가했다. 1은 가격이 동일하게 움직이는 것을 의미하며 -1은 정반대로 움직이는 것을 뜻한다.
지난 1월1일부터 30일 평균 비트코인-나스닥 연관성 점수는 1에 근접해왔으며 이번주 가장 높은 0.82에 달했다. 또 비트코인 가격변동은 금 가격 변동과는 연관성이 갈수록 줄어왔다.
나스닥지수와 연관성은 코로나 팬데믹 진행과정에서 갈수록 커져왔다. 이는 헤지 펀드, 연금펀드 및 사모펀드 등이 비트코인에 대규모 투자를 한데 일부 원인이 있다.
2010년대 비트코인에 열광했던 분위기와 달리 이들 전문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고위험-고수익 기술투자의 일환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가 고객들에게 단기적 이익을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으며 비트코인이 장기적으로 큰 수익을 낼 것으로 보지 않는다. 기술주에 대한 이들의 기대치가 낮아지는 것과 함께 비트코인 거래도 영향을 받고 있다.
블록체인 투자 펀드인 포티스 디지털사 설립자 마이크 보로는 "5년전 암호화폐에 투자한 사람들은 암호화폐를 신봉했다. 지금은 위험자산의 일부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암호화폐에서 손해를 보면서 심리적 충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올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물가 급등으로 인한 경제난의 영향으로 나스닥 상장 기업들의 주가 우려가 커져왔다. 페이스북의 메타사 주식은 올들어 40% 이상 하락했다. 넷플릭스도 70% 가량 하락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주식은 1분기 매출 하락과 4억3000만달러(약 5518억원)의 손실을 기록함에 따라 11일 26% 하락하는 등 올들어 75% 가량 하락했다.
나스닥 지수는 지난해 11월 중순에 비해 29%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비트코인 가격은 최고점인 7만달러(약 8990만원)에 달했었다.
암호화폐 거래회사 OANDA사 분석가 에드 모야는 "지난해말에는 비트코인이 물가상승 회피수단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으나 물가가 급등하면서 비트코인의 가격이 절반 정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다른 암호화폐 가격도 마찬가지로 폭락했다. 이더리움은 지난달초보다 25% 가량 떨어진 2300달러(약 295만원) 밑으로 하락했다. 솔라나와 카르다노 등도 크게 떨어졌다.
비트코인은 과거 폭락했다가 다시 회복한 적이 있으며 장기적으로 가격 인상폭이 매우 컸다. 팬데믹 호황으로 암호화폐 가격이 오르기 전 비트코인은 1만달러(약 1284만원)에 못미쳤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신봉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암호화폐의 위험자산과의 상관도가 줄어들 것으로 확신한다.
기업정보회사 마이크로스트래티지사 마이클 세일러 CEO는 회사 현금 수십억달러를 비트코인에 투자해 12만5000개를 사들였다.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함에 따라 이 회사 주가도 지난해 11월 대비 75% 하락했다.
세일러는 비트코인이 장기적으로 국제금융시스템을 변화시킬 잠재력을 "투자자들과 관료들"이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비트코인의 장점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시장을 지배할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신봉자들이 옳다는 것이 입증될 것이다. 수십억명이 필요로 하고 있으며 매달 이를 깨닫는 사람들이 수백만명씩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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