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각하할 사건을 이제서야"... '尹 무혐의' 공수처에 비난 이어져

기사등록 2022/05/07 08:00:00 최종수정 2022/05/07 08:11:42

"각하할 사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쟁여둬"

"실력·경험·자신 있었으면 각하 결정 했을 것"

[과천=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 4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나와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0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입건했다가 잇따라 무혐의 처분하면서 "애초에 각하할 사건을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제야 처분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최석규)는 지난 6일 '옵티머스 부실수사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은 윤 당선인을 무혐의 처분했다. 함께 수사한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이두봉 인천지검장, 김유철 부산고검 검사,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 A검사도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따라 윤 당선인과 관련해 공수처가 선별 입건했던 사건은 '판사문건 작성 의혹'만 남았다. 공수처는 지난 3월 사건사무규칙 개정으로 선별 입건 제도를 페지하기 전까지는 접수되는 사건에 대해 조사분석 단계를 거쳐 선별적으로 입건했다.

공수처는 지난 3월까지 ▲옵티머스 펀드사기 부실 수사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고발사주 ▲판사사찰 문건 의혹 등 4건을 선별해 윤 당선인을 입건했다. 하지만 이들 중 3건에서 윤 당선인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이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각하할 사건을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쟁여뒀다"는 비판이 나왔다. 각하란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면 고소 등을 배척하는 것을 말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처음부터 이게 기소가 되겠느냐 하는 사건이 많았다"며 "상황을 봐서 정치적 의도 때문에 끌고 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가 '대선' 등 굵직한 정치적 이벤트 등을 의식해 사건 처리를 미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대선 전에 무혐의를 했으면 민주당에서는 '부실수사다, 아니다' 하면서 비판했을 것"이라며 "정치적 공방에 불과한 고소고발이 난무했던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인수위사진기자단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인수위 해단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2.05.06. photo@newsis.com

실제 검사 출신이 있기는 하지만, 수사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각하 결정을 내렸을 때 제기될 정치적 비난 등을 우려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검찰 출신인 임무영 변호사는 "자기 실력이나 경험이 있고, 자신이 있으면 각하 결정을 했을 것"이라면서 "경험과 실력의 문제"라고 했다.

공수처에게 고위 공직자들을 수사하는 중요한 역할을 부여하면서도 막상 역량을 구비해주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는 중앙행정기관 중 가장 규모가 작다"며 "방대한 조직을 갖고 있는 검찰도 쉽지 않았을 수사를, 미니 조직인 공수처가 하는 게 역부족이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평가가 이렇다 보니, 공수처의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의 우위권을 규정한 '공수처법 24조'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교수는 "경찰이나 검찰 수사를 공수처장이 마음만 먹으면 가져올 수 있는데, 방해만 될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자동 입건'도 잘못됐다고 본다"며 "정치적 논란을 벗어나려고 한 조치이긴 하지만, 지금 공수처가 모든 사건을 다 입건해 처리하는 것은 제 역할도 아니고 능력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한편 공수처가 윤 당선인을 선별 입건해 수사 중인 판사사찰 문건 작성 의혹은 다음 주부터 윤 당선인이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게 돼 더 이상의 수사 진행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헌법 84조에 따라 대통령은 기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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