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 보안 1위 기업 에스원보다 비싼 몸값 논란에 결국 수요예측 흥행참패
정보보안·융합보안 사업가치 제대로 인정했나 VS 못했나
IPO 보안기업들 악영향 불가피…시장 저평가 우려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IPO(기업공개) 대어로 꼽혔던 SK쉴더스가 결국 남은 상장절차를 자진 철회했다. 글로벌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 사이에서 제기된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른 불똥이 보안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보안 대장주’의 등극 일정이 미뤄지면서 올해 예정된 보안 전문기업들의 후속 IPO 일정과 기업가치 산정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SK쉴더스 과다몸값 논란 극복 못하고 결국 상장철회
SK쉴더스는 지난 6일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 예측을 실시했지만,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 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대표 주관사 및 공동 주관사의 동의 아래 남은 일정을 취소한다”며 상장 절차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SK쉴더스는 SK스퀘어의 자회사인 SK인포섹과 또 다른 자회사 ADT캡스를 흡수합병해 출범한 보안 전문기업이다. 기존 사이버·물리보안뿐만 아니라 융합보안부터 스마트홈, 무인매장, 서빙로봇에 이르기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번 상장 철회는 공모가 최종 결정을 앞두고 시행한 기관 수요 예측 결과가 부진했던 게 결정적 배경으로 거론된다. 4~5일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최종 경쟁률 200대1로 흥행에 실패했다. 지난 1월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 최종 경쟁률이 1500대1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초라한 실적이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기관투자자 다수가 SK쉴더스의 공모가 희망 범위 3만원대를 밑도는 2만원대에서 투자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SK쉴더스의 기업가치가 너무 고평가됐기 때문에 기관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고 본다. SK쉴더스는 희망 공모가 산정을 위한 비교기업군에 미국 사이버 보안 기업들을 넣었다. 이들은 모두 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이다. 이에 SK쉴더스는 시가총액이 높게 산정됐다는 것.
SK쉴더스 희망 공모가 범위는 3만1000원~3만8800원이었다. 공모를 포함한 발행주식 수는 총 9034만 282주다. 이를 기준으로 기준 SK쉴더스 시가총액은 2조8005억원에서 3조5052억원으로 예상됐다. 최저가 구간으로 공모가가 결정된다 해도 국내 물리보안 업계 1위 에스원(약 2조5000억원)을 뛰어넘는다.
에스원의 지난해 매출은 2조3145억원인 반면 같은 기간 SK쉴더스 매출은 1조5497억원에 불과하다. SK쉴더스가 정보보안과 물리보안을 합친 통합 보안 기업을 내세우지만, 전체 실적 중 물리보안 비중이 59.2%에 달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SK쉴더스의 공모가가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SK쉴더스는 비교 기업을 대만 세콤 등으로 일부 변경했지만 희망 공모가는 바꾸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 계속됐다.
SK쉴더스 측은 결국 부진한 수요예측 결과에 공모가를 2만5000원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최근 글로벌 자본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무리하게 잔여 상장일정을 추진하기보다 후일을 도모하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SK쉴더츠측은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서 상장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안업계 저평가로 이어질 수도…후속 보안기업 IPO 악영향 불가피
그동안 SK쉴더스는 에스원과의 기업가치 비교에 불편한 기색을 보여왔다. 한은석 SK쉴더스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지난 26일 기자 간담회에서 “(SK쉴더스는) 사이버 보안과 물리 보안의 역량을 한 회사에 모두 내재화한 희귀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물리보안에 집중하는 에스원과의 단순 비교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에스원과 주력 사업 부문이 다른 만큼 같은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의미다.
실제로 SK쉴더스의 사이버 보안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16.4%를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융합보안과 주차·차량관리 등 안전 및 케어 부문의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각각 90.1%, 68.2%에 달했다.
그러나 SK쉴더스의 실적 60% 가까이 물리보안 사업이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같은 신규 사업 성장률이 외면한 투자자들의 눈길을 다시 끌어오진 못했다. SK쉴더스의 지난해 매출에서 물리보안 비중은 59.2%인 반면, 사이버 보안은 21.6%에 불과했다.
SK쉴더스의 상장 철회가 보안 시장에 미치는 후폭풍은 크다. 당장 시가총액 3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보안주 탄생이 좌절되며 업계 전반에 실망감이 팽배하다. SK쉴더스가 성공적으로 증시에 안착할 경우 투자 시장에서 보안 전문기업들이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상장을 앞둔 또 다른 기업들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 "무엇보다 'SK쉴더스' 고평가 논란이 보안업계 전반에 걸친 저평가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올해 상장을 준비하는 보안기업은 시큐레터, 샌즈랩, 틸론, 노르마, ICTK홀딩스, 한싹 등 총 6곳이다. 이 가운데 한싹은 실적기반상장을, 다른 5곳은 기술특례상장을 추진 중이다. 기술특례상장은 당장 수익성은 낮지만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에 코스닥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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