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伊일간 인터뷰…"푸틴에 나쁜 행동 촉발했을 수도"
우크라전 책임에 러 첫 지목…침공 정당성 오해 소지도
우크라 "전쟁은 제3자가 도발한 것 아냐"…러 책임 강조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정책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분노하게 해 전쟁을 유발했을 수 있다는 추측을 내놨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정당화에 악용할 수 있는 발언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교황은 3일(현지시간) 공개된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 인터뷰에서 "현재로선 푸틴이 전쟁을 중단할 것 같지 않다"고 우려하며 이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교황은 무엇이 푸틴으로 하여금 잔인한 전쟁으로 몰아넣었는지 행동의 근원을 생각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문 (앞)에서 나토가 짖는 게 어쩌면 푸틴의 나쁜 행동과 분쟁을 촉발했을 수 있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교황은 "푸틴의 분노가 자극됐는지 여부를 말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크라이나 전쟁 책임을 러시아에 직접 묻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우크라이나는 그간 교황이 푸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는다며 목소리 높여왔다.
교황은 이번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의 직접적인 책임을 물으며 푸틴이 전쟁에 나서게 된 이유를 추측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칫 교황이 서방에도 전쟁 책임을 묻는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어, 일각에선 푸틴 대통령에게 침공 정당성을 부여하는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정부도 교황이 푸틴 대통령을 직접 규탄한 데 감사를 표하면서도, 이번 전쟁 책임은 우크라이나나 서방이 아닌 오로지 러시아에 있다는 점을 조심스럽게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이날 올렉 니콜렌코 대변인 명의로 프란치스코 교황 인터뷰 관련 성명을 발표해 "평화 수립과 전쟁 종식을 위한 교황의 노력에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다만 전쟁에 대해 "우크라이나나 나토, 제3가 도발한 게 아니다"라며, 이번 전쟁 책임이 오롯이 러시아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나 푸틴이 우크라이나 땅에서 유혈사태를 중단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 교황과 전 세계 모두에게 명백해졌다"고 규탄했다.
니콜렌코 대변인은 "러시아는 전쟁 종식을 위한 교황청의 모든 요구를 무시했지만, 우크라이나는 대화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재강조한다"며, 교황에게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교황을 키이우로 초청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고위 관계자들만 여러 차례 파견할 뿐 직접 방문은 하지 않았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이같은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다만 모스크바를 직접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날 의사가 있다며, 러시아 정부에 이 같은 의사를 전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황은 인터뷰에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로부터 "푸틴 대통령이 오는 9일 전쟁을 모두 끝낼 계획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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