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메이크오버 예능은 인생을 바꾼다

기사등록 2022/05/05 07:00:00
[서울=뉴시스] '빼고파'·'엄마는 예뻤다' 포스터. 2022.05.04. (사진=LG 헬로비전, KBS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은해 기자 = '메이크오버(makeover)'는 무언가를 변화시킨다는 뜻이다. 전문가와 함께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 좁게는 외모부터 넓게는 잘못된 행동, 장사 안되는 식당 등도 메이크오버 대상이 될 수 있다. tvN '렛미인' 시리즈,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SBS TV '골목식당'이 메이크오버 포맷을 예능물에 차용한 경우다. 최근 두 편의 여성 대상 메이크오버 예능이 차례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외모 변신을 넘어 인생의 변화를 이끈다는 포부로 출발했다.

지난 1일 첫 방송된 LG헬로비전, MBN 예능물 '엄마는 예뻤다'는 의학, 패션, 뷰티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엄마들의 청춘을 되찾아주고 마음까지 치유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배우 황신혜, 가수 이지혜, 장민호,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경민이 MC를 맡았다. 지난달 30일 베일을 벗은 KBS 2TV 예능물 '빼고파'는 연예계 대표 유지어터 김신영이 다이어트에 지친 여자 연예인들과 건강한 몸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배우 하재숙, 고은아, 안무가 배윤정, 그룹 '브레이브걸스' 유정, 유튜버 '일주어터' 김주연, 가수 박문치와 함께한다.

'젊음'과 '날씬함'은 여성이 가장 원하는 외모 이상향이다. 누구나 실제 나이보다 젊어지고, 군살 없이 날씬한 몸을 가지고 싶어 한다. '엄마는 예뻤다'는 엄마들이 젊어지는 과정, '빼고파'는 출연자들이 살 빼는 과정을 그린다. 프로그램 주제는 겉모습에 집중돼 있지만 극단적인 다이어트나 외모지상주의를 지향하지는 않는다. 진짜 변화는 내면에서 오고 생각과 마음가짐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엄마는 예뻤다'의 주인공은 이름 대신 누군가의 '엄마'로 불렸던 이들이다. 가족에게 희생하느라 본인의 삶이 없었다. 남편과 자식을 위해 살아온 엄마들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외모 메이크오버에 성공한다. 엄마들이 웃음을 되찾고 당당해지니 가족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성형수술 전후를 보여주는 '렛미인'처럼 극적인 대반전은 없지만 잔잔한 감동이 있다. 개인의 외모 변신을 넘어 삶의 변화, 가족의 화합까지 주제를 확장한 것이 '엄마는 예뻤다'만의 차별점이다.

1일 방송에 출연한 첫 번째 의뢰모는 전 남편의 폭언과 욕설로 마음의 상처가 깊었다. 이혼 후 3년이 지났지만 남편이 주로 생활한 2층에 발도 들이지 못하고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고생과 스트레스로 손가락 관절이 휘었고, 치아는 부서진 채 방치했다. 피부도 상할 대로 상한 상태였다. 딸은 그런 엄마가 안타깝고 속상했다. 오죽하면 "엄마가 집을 좀 나왔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다.

정신건강의학과, 성형외과, 치과, 피부과 진료가 이어졌다. 심리 상담, 쌍꺼풀 수술, 리프팅 시술, 치아 코팅, 피부 레이저 치료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았다. 엄마의 변신에 사연을 신청한 딸도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메이크오버 후 의뢰모는 2층에 당당하게 발을 들이고 비밀번호를 바꿨다. "이제 지난 일들은 다 잊어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즐겁게 살아가겠다"고 했다. 고통으로 점철된 삶이 희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간 수많은 예능이 다이어트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코미디TV 웹예능 '오늘부터 운동뚱' JTBC '위대한 배태랑'에서 스타들의 다이어트 과정을 공개했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그룹 '마마무' 멤버 솔라와 그룹 '마흔파이브', 양치승 관장의 보디 프로필 촬영기를 다뤘다. 균형 잡힌 식단과 꾸준한 운동을 병행했지만 때때로 극단적인 감량이 폭식으로 이어졌다. 건강한 몸을 위해 다이어트를 시작했는데 오히려 전보다 신체·정신적 고통이 커졌다.

'빼고파'는 시작부터 3無 다이어트를 선언했다. 목에서 쇠 맛 나는 운동, 체중 측정, 닭가슴살로 대표되는 맛 없는 식단이 없다. 체중 감량 후 10년째 유지 중인 김신영은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를 추구한다. '빼고파'에 모인 이들은 저마다 직업적 이유로 다이어트를 놓을 수 없었다. 하재숙과 고은아는 외모가 캐스팅에 큰 영향을 주는 배우, 유정은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는 아이돌이다. 배윤정은 출산 후 안무가와 댄서로 돌아가기 힘에 부쳤다. 춤을 추기 위해 살을 빼야 하는데 육아만 해도 진이 빠졌다. 김주연은 다이어트 콘텐츠를 제작하는 유튜버다. 가수 박문치는 다이어트가 숙원 사업이었다. 늘 대중의 평가 속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몸무게에 민감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극단적인 다이어트는 몸과 마음을 병들게 했다. 고은아는 첫 방송에서 부분 지방 흡입 수술 사실을 고백했다. 그는 "21~22살 때 팔(지방 흡입)을 했다. 그때는 뼈 보이는 게 유행이었다"며 "다이어트 한약을 먹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부작용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과음으로 뱃살이 심하게 나오고 우울증도 생겼다. 공황 장애로 2년 가까이 방송 활동을 쉬고 혼자서 잠정 은퇴 선언을 했다. 유정은 심한 다이어트로 알레르기가 생겨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적도 있었다.

김신영은 상처받은 출연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저마다 살쪘던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속 이야기를 털어놨다. 가난이 김신영을 살찌게 했다. 오늘 먹지 않으면 내일 죽을 것 같아 저장 강박이 생겼다. 먹을 수 있을 때 가능한 한 많이 먹어둬야 했다. 고도비만으로 죽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도 쉽게 다이어트를 결심하지 못했다. 자칫 개그우먼으로서 구축한 캐릭터가 무너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신영은 포기하지 않았고 살을 빼고도 자신만의 영역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그에게 다이어트는 단순히 체중계 숫자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긍정하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이었다. 치열한 사투 속에서 얻은 깨달음을 출연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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