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개 파이프·.68개 스톱 장치...롯데콘서트홀 자부심
'리거(Rieger)'사 제작.개발부터 설치까지 2년 걸려
'오르간 오딧세이'·'오르간 시리즈' 등 프로그램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선율을 표현해내며 '악기의 제왕'으로 불리는 파이프 오르간. 국내에선 롯데콘서트홀에 5000여개의 파이프를 통해 68가지 소리를 구현하는 파이프 오르간이 있다.
이를 제작한 '리거(Rieger)'사의 32년 경력 전기 테크니션 유르겐 한트스탕어는 27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솔로와 오케스트라) 두 영역을 넘나들 수 있는 악기"라며 "다양한 연주를 위해 더 많은 콘서트홀이 오르간을 갖추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리거사는 오스트리아의 '빈 뮤직페라인 홀' 파이프 오르간을 제작한 회사다.
롯데콘서트홀의 파이프 오르간은 개발부터 설치까지 2년 넘는 기간이 소요됐다. 디자인 및 도면제작에 9개월, 파이프 제작에 9개월, 운송에 2개월, 설치에 3개월, 조율에 4개월, 테크니컬 테스트에 5개월여의 기간이 걸렸다. 파이프 오르간 제작 비용은 약 25억원이며, 무대 위에 있는 이동식 콘솔 비용은 약 8억원이다.
오르가니스트 박준호는 이날 "파이프 오르간은 각 부분이 유기적인 작용을 통해 소리를 만들어내는 구조"라며 "건반(연주대)과 바람을 만들어내는 송풍기관, 소리를 내는 파이프까지 3요소가 갖춰졌을 때 오르간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콘서트홀의 파이프 오르간은 4단 건반과 발건반 그리고 건반 위 양옆에 있는 68개 스톱 장치로 이뤄져 있다.
건반은 가장 하단부터 하프트베르크(Hauptwerk), 포지티브(Positiv), 레시(Récit), 솔로(Solo)로 각각 부르며 그 이름처럼 독일, 프랑스적 특성을 갖고 있다. 각 건반과 연결된 스톱 장치를 열어야 소리가 나며, 여러개를 동시에 열고 치면 웅장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스톱은 플루트, 트럼펫, 오보에 등 다채로운 소리를 보유하고 있어 필요한 음색을 골라 연주할 수 있다.
공연은 콘서트홀 정면 뒤편의 오르간에서도 이뤄지지만, 무대에 설치된 이동형 모바일 콘솔에서도 연주할 수 있다. 두 곳에서 동시에 하는 것도 가능하다. 모바일 콘솔은 전기장치로 본체와 연결돼 오르간과 똑같은 소리를 구현한다.
롯데콘서트홀 전속 오르간 조율사 안자헌은 "오르간에 가장 좋은 온도가 있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엔 그 조건을 만족할 만한 장소는 없다. 365일 내내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엔 비용이 많이 든다"며 "변화에 따라 그때그때 관리할 수밖에 없고, 오르간도 세월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적응하는 면도 있다. 연주 때는 조명이나 관객에 따른 온도 상승에 맞춰 준비를 한다"고 밝혔다.
롯데콘서트홀은 해설과 연주로 파이프 오르간을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오르간 오딧세이'를 진행하고 있다. 7월20일에는 오르가니스트 최규미와 함께하는 '오르간 팔레트', 12월21일에는 피아니스트이자 오르가니스트로 활동 중인 조재혁이 출연하는 '보이스 오브 크리스마스'가 진행된다. 오르간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콘서트 가이드에는 테너 김세일이 나선다.
또 3년 만에 열리는 '오르간 시리즈'로 오는 5월10일 영국의 오르가니스트 데이비드 티터링톤의 리사이틀이 열린다. 11월30일에는 프랑스 오르간 음악을 대표하는 미셸 부바르의 연주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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