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발 묶고 버려' 끝없는 동물학대…"솜방망이 처벌 탓, 법대로 해야"

기사등록 2022/04/19 14:05:00 최종수정 2022/04/19 17:21:05

차량 뒤 강아지 묶고 달려…도로에 핏자국

동물학대 2020년 992건…3년새 149%↑

전문가 "법 실행 안 돼…명확한 제시 필요"

[제주=뉴시스] 유기견 구조 자원봉사자 A씨가 SNS에 공개한 '주홍이'의 구조 당시 사진. (A씨 인스타그램 캡처)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최근 동물학대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그러나 동물학대가 중범죄라는 사회 인식과 달리 경찰의 부실한 초동수사와 사법당국의 약한 처벌이 범죄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9일 제주도의 한 사설 유기동물 보호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3일 이 보호소 인근에서 한 강아지가 입과 발이 노끈으로 묶인 채 발견됐다.

이 강아지의 이름은 '주홍이'다. 발견 당시 입 주변에는 노끈으로 인해 상처와 진물이 났고, 앞발은 자르기도 힘들 정도로 단단히 노끈으로 묶어 등 뒤로 꺾여 있었다.

보호소 직원인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묶여있던 끈을 풀어 주니 죽은 사체처럼 힘없이 툭 떨어지는 두 다리. 걷지도 못하는 아이를 안고 빈 견사에 눕혔다"며 "발견되지 않았다면 외롭고 고통스럽게 죽어갔을 아이. 한쪽에서는 누구라도 도우려고. 살리려고 아등바등 노력하는데 한쪽에서는 어떻게든 죽이려고 하는 이 상황들이 정말 지치고 힘들다"고 당시 상황과 심정을 전했다.

다음날 국민신문고를 통해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으나 주변 폐쇄회로(CC)TV 확보와 목격자 진술 등 단서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2일에는 동물자유연대가 전남 순천의 한 주택에서 골든리트리버 한 마리가 나무에 매달려 있는 제보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리트리버가 나무에 목이 묶인 채 플라스틱 의자 위에 두 발로 서 있었고, 앞발로는 불안한 듯 나무를 붙잡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자세를 바꾸거나 의자에서 떨어질 경우, 나무에 목이 졸려 질식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동물자유연대는 "견주가 훈련이라는 이유로 개를 작은 의자 위에서 두 발로 나무를 붙들고 서 있게 하는 행동을 반복했다"며 "밤낮 가리지 않고 개에게 돌을 던지거나 물을 뿌리고 위협적으로 대하는 등 가혹 행위를 일삼았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전남 영광군에서는 달리는 승용차 뒤로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2m가량의 줄에 묶여 끌려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강아지는 차량 속도를 이기지 못해 제대로 달리지도 못한 채 아스팔트 바닥 위를 끌려갔다. 강아지가 지나간 도로에는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매년 동물보호법 위반 사례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동물대상범죄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7년 398건에 머물던 사건은 2018년 531건, 2019년 914건, 2020년 992건이 발생했다. 3년새 149%가 늘어난 셈이다.

동물보호법 위반 사범이 증가하는 주된 요인 중 하나로는 솜방망이 처벌이 지목된다.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의 절반도 안 되는 인원만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고, 지난 11년간 구속된 피의자는 단 5명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개선된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 인식과 달리 법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동물구조단체 위액트의 함형선 대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가족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 같다"며 "과거에는 개농장과 같은 곳에서 행해지는 학대만 부각됐다면 요즘에는 흔히 보이는 동물에 대한 학대가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동물을 창밖으로 던진 사람들에게 벌금조차 선고하지 않는다. 법이 있는데 실행이 안 된다"며 "동물학대에 대한 명확한 제시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의 초동 수사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경찰에 신고하면 본인 소관이 아니라며 출동 자체를 나오지 않고 있다"며 "법에 명확하게 명시해서 초동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o22@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