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망서 "영구미제 사건 못 막아" 성토
구마고속도로 성폭행 사건 주임검사 직접 글
"경찰 수사 독점시 억울한 사건 더 많아질 것"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강행 수순에 들어간 가운데 현직 검사들의 성토가 계속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협소해진 검사의 수사권마저 폐지할 경우 영구미제 사건이 폭증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정민(47·사법연수원 37기)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전날 오후 10시께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이제 대구고속도로 여대생 성폭행 사망 사건과 같은 영구미제 사건의 발생을 막을 수 없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최 검사는 "위헌적인 경찰 수사권 독점 법안이 발의된 상황에서 한 사건을 예시로 국민에게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용기 내 글을 쓰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 글에서 주임검사로 '대구 구마고속도로 여대생 성폭행 사망 사건'을 맡았던 경험을 관련 사례로 언급했다.
이 사건은 한 여대생이 1998년 10월 대구 달서구 구마고속도로(현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25톤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한 사고다. 사고 당시 이 여대생 속옷에서 남성의 정액 DNA가 확인되며 성폭행 의혹이 제기됐으나, 경찰은 단순 교통사고로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당 DNA가 2011년 성매매 혐의로 입건된 스리랑카 국적 A씨의 DNA와 일치한 것으로 확인되며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나며 무죄가 선고됐다. A씨가 본국으로 출국한 이후 법무부는 스리랑카 법령상 강간죄의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스리랑카에 수사·기소를 요청했으며, 이에 따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최 검사는 "이 사건의 진행 경과를 별지로 상세히 정리해보면 경찰이 어떻게 사건을 종결시키려 했는지, 검사가 어떻게 경찰의 종결 시도를 막으며 수사를 계속하게 했는지, 검사의 수사지휘는 경찰에 의하여 얼마나 무시됐는지, 검찰의 수사권이 실체 진실 발견에 어떠한 기여를 하는지, 앞으로 초동수사뿐 아니라 수사 전체를 경찰이 독점하게 된다면 이와 같은 억울한 사건이 얼마나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수사지휘권이 폐지된 지 오래됐고, 얼마 남지도 않은 검사의 수사권마저 폐지하고, 검사가 수사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도 검사가 아닌 경찰 지위에서 수사하라는 법안이 발의됐다"며,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앞으로 영구미제로 암장되거나 적시에 억울함을 풀지 못하는 사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부디 내 부모, 내 자식, 내 친구들이 대한민국에 살면서 조금이라도 억울함을 덜 겪을 수 있도록 대한민국 형사사법 시스템을 지켜주시기를, 개선안을 마련하더라도 더 많은 토론과 숙의를 거쳐 제대로 된 개선안을 다시 마련하여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2일 의원총회를 열고 검찰 수사권 폐지(검수완박) 법안을 이달 중으로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당론을 정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현재 검찰 내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사의를 밝혔으며, 이날 오전부터 전국 고검장검들의 긴급회의가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단 김 총장 사의를 반려했고, 이날 오후 문 대통령과 김 총장의 면담이 이뤄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hummingbird@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