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률 50% 넘은 대단지 공사중단 초유의 일
공사중단 맞서 조합은 시공단 '계약해지' 추진
올해 상반기 예정됐던 일반분양 무기한 연기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을 진행해온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예고한 대로 이날 0시부터 공사 현장에서 모든 인력과 장비를 철수시키는 등 공사를 중단했다.
현재 전체 공정 절반 정도 진행된 상황이다. 공정률이 50%를 넘은 대단지 재건축 공사가 중단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재건축 조합 측은 '계약해지'라는 초강수로 맞불을 놓은 상태다. 조합은 지난 14일 대의원회를 열어 '시공사업단 조건부 계약 해지 안건의 총회상정안'을 가결했다. 총 120명의 대의원 가운데 116명이 참석했고, 찬성 111표·반대 5표로 원안을 통과시켰다.
이 안건은 공사가 10일 이상 중단될 경우 시공사 계약 해지 안건을 총회에 상정한다는 게 골자다. 조합은 별도 총회를 열어 계약해지 안건을 의결한다는 방침이다.
조합 관계자는 "실제 공사 중단 시 재개에 대한 기약없이 시공사의 결정만 기다리며 조합원들에게 피해가 가게 할 수는 없다"며 "이 같은 조합 결정에 몇몇 조합원들은 입주 지연을 우려하기도 했지만 많은 조합원들이 적극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별개로 오는 16일에는 공사비 증액 관련 의결 취소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기존 5930가구를 최고 35층 83개동, 1만2032가구 '올림픽파크 포레온'으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조합원만 6100여명에 이르고 일반분양 물량도 4786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시공사업단과 조합 갈등의 주된 원인은 공사비 증액 문제에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2016년 당초 공사비 2조6000억원 규모로 계약됐지만 지난 2020년 6월 전임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업단이 공사비를 3조2000억원으로 약 5600억원 증액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 조합 집행부는 이전 조합과 체결한 5600억원의 공사비 증액 계약이 한국부동산원의 감정 결과를 반영한 총회를 거치지 않았고, 당시 조합장이 해임된 당일에 증액 계약이 맺어져 적법하지 않은 계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합은 지난달 21일 시공사업단을 상대로 서울동부지법에 공사비 증액과 관련한 계약변경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시공사업단은 철거공사까지 포함해 3년 이상 공사비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며 현재까지 1조7000억원가량 투입된 '외상 공사'를 더이상은 계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상반기 내 추진하려 했던 일반분양도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공사가 중단됨에 따라 양측의 손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향후 공사가 재개되더라도 정상화까지는 최소 3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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