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오스트리아·불가리아 등 일부 회원국 결정 못해
강력 제재 방침엔 동의해 조만간 만장일치 도달할수도
우크라 방어 위한 5억 유로 상당 무기지원은 합의 이뤄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지만 합의에 이르는 데까지는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AFP통신과 프랑스24 등 외신에 따르면 EU 소속 27개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11일(현지시간) 룩셈부르크에서 러시아에 대한 6차 제재 논의를 시작했다.
EU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제재에 집중하면서도 석유 및 천연가스 보이콧 등 러시아 국고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것들을 자제해 왔다. 그러다 현재는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말한 러시아에 대한 '압도적 제재'에 전념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한 많은 외무장관은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 금지를 수반하는 '압도적 제재' 방침을 세우는 것에 찬성 의사를 나타냈다. 그러나 EU 회원국 전체의 동의를 통한 결정이 중요함을 강조하며 이 조치를 확정 짓지는 않았다.
에너지 제재 확대의 걸림돌 중 하나는 일주일 전 4선 연임에 성공한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지도자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이유로는 독일, 오스트리아, 불가리아, 이탈리아를 비롯한 다른 EU 국가들의 러시아산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사이먼 코브니 아일랜드 외무장관은 "러시아산 석유 수입 삭감에 대한 논의는 일부 회원국에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EU는 러시아로부터 석유를 수입하는 데 수억 유로를 쓰고 있으며 이는 확실히 우크라이나 침공 자금을 대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삭감 조치가 우리에게 큰 도전과 문제를 야기할지라도, 전쟁에 대한 자금 지원을 끊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에 따르면 러시아는 2월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로부터 석유, 천연가스, 석탄 판매액으로 350억 유로(47조1184억원)를 챙겼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베를린은 제재 확대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EU의 단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U가 제재안을 확정 짓는데 27개 회원국 모두의 만장일치를 근거로 하는 만큼, 모두의 동의가 이뤄진다면 동참하겠다는 조건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베어보크 외무장관은 "독일 연방정부는 이미 석탄, 석유, 가스를 시작으로 화석에너지에서 완전히 철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며 "EU에서 이를 함께 이행하기 위해서는 화석에너지를 단계적으로 완전히 폐기하는 공동 합의안이 필요하다"고 보탰다.
반면 강력한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회원국도 있었다.
얀 리파브스키 체코 외무장관은 "EU가 석유, 천연가스, 기타 상품에 대한 금수 조치를 취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라고 물었고, 이어 "우리가 러시아에 대해 시행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재를 보길 원한다"고 했다.
최근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중단한 리투아니아의 가브이렐루스 란드스베르기스 외무장관은 러시아군의 집단학살 의혹에 대해 언급하며 "부차(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마을)에 가서 왜 제재를 가해야 하는지 직접 확인해보라"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수입 금지 조치를 포함한 6차 제재에 대한 논의를 환영했다. 그는 "이미 공감대를 모으는 작업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효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새로운 무기를 전달하기 위해 5억 유로(6731억2000만원)를 추가 지원하는 데에는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보렐 고위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유럽 평화기금을 활용해 군사적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EU가 무기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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