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근대 건축물…유도 보급·체육인 양성소
남구, 전문가들과 연구 거쳐 활용·보존 방안 모색
[광주=뉴시스]김혜인 기자 = 광주 남구가 일제시대 상회(상점)이자, 체육인들의 교류 장소였던 '녹성(綠星) 상회'의 활용·보존 방안을 찾고 있다.
7일 남구에 따르면 서양식 근대 건축물인 옛 녹성상회의 활용·보존 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녹성상회는 남구 사직동 사직공원 입구에 있다.
전문가들은 이 건물이 몇 곳 남지 않은 일제강점기 근대 건축물에 속하는 데다가 광주 유도 보급과 체육인 양성소로도 활용되는 등 체육사적으로도 가치가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1931년에 지어진 것으로 보이는 건물은 2층 규모로 연면적은 105.6㎡다.
과거 녹성상회 건물 한 가운데엔 상호처럼 '푸른 별'을 상징하는 별이 달려있었다. 당시 유행하던 유럽풍 개방형 문이 달려있는 것도 특징이다.
1층에는 국내에서 만든 고무신 등 잡화를 파는 상점이 자리했으며, 2층은 스포츠인들이 모여 사교하는 장소로 활용됐다.
당시 '만능스포츠 맨'이라고 불린 김후옥은 녹성상회를 세운 뒤 서울과 광주를 오가며 광주에 유도·씨름·축구 등을 전파했다. 이후 유도부를 만들어 녹성상회 뒤편을 체력 단련 장소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성상회와 체력 단력장은 일제가 '황태자 결혼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신성한 (사직)공원 근처에 있다'는 이유로 1년도 지나지 않아 문을 닫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건물은 여러 소유주를 거쳐 사무실·병원 등으로 활용됐다. 단열재 보강을 포함한 외관 보수도 이뤄졌다.
벽체를 훼손하지 않은 선에서 보수, 원형은 비교적 잘 보존돼 있다.
광주 원도심권에서 1920~30년대에 지어진 대표적 건축물은 옛 전남도청, 서석초등학교 강당과 본관, 전남여자고등학교 본관 등 대부분 공공기관이나 학교다.
녹성상회는 현존하는 광주 지역 상회 건물 중 가장 오래돼 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남구는 광주교육대학교 산학협력단을 중심으로 건축·역사·문화 분야 등의 전문가를 모아 녹성상회 건물에 대한 고증과 용역을 진행중이다.
남구 관계자는 "원형은 비교적 잘 보존된 편"이라며 "구체적으로 계획한 바는 없지만, 사직동 내 숨겨진 역사 장소를 발굴해 기념·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구는 1890년 말~1900년대 초 지어진 우일선선교사사택·오웬기념각·이장우 가옥 등 근대건축물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스토리텔링해 방문객에게 알리는 '양림역사문화장소'를 만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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