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그래미 수상 가능할까…긍부정 따져보니

기사등록 2022/04/02 05:00:00

작년 '버터', 빌보드 '핫100' 최장 1위 기록 호재

하이브, 美 기획사 '이타카 홀딩스' 인수도 힘 될듯

그래미 19개 받은 96세 토니 베넷이 강력한 경쟁자

[서울=뉴시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15일(한국시간) 온라인으로 '제63회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 레드카펫에 참여했다. 2021.03.15. (사진 = 하이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미국 최고 귄위의 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즈'가 한국시간으로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글로벌 수퍼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수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3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제64회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에서 글로벌 히트곡 '버터(Butter)'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부문 수상 후보에 올라 있다.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신인상인 '베스트 뉴 아티스트' 등 '제너럴 필즈'로 통하는 그래미 4대 본상에 속하지는 않지만 매번 쟁쟁한 아티스트들이 후보에 오르는 무게감 있는 상이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2019년 '제61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시상자로 참여하며 '그래미 어워즈'와 첫 인연을 맺은 것까지 포함하면 4년 연속 '그래미 어워즈'에 참여하게 됐다.

퍼포머로는 3년 연속 참여다. 2020년 '제62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릴 나스 엑스와 합동 공연을 펼치며 그래미 어워즈 무대를 처음 밟았다.

작년 '제63회 그래미 어워드'에서는 디지털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한국 대중 음악 가수 최초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수상 후보에 오른 동시에 단독 무대를 선보였다.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아리아나 그란데가 '레인 온 미'로 해당 부문을 가져가면서 수상은 불발됐다.

올해도 수상 후보가 쟁쟁하다. 방탄소년단과 '마이 유니버스'로 호흡을 맞추기도 했던 브릿팝 밴드 '콜드 플레이'의 '하이어 파워'를 비롯 토니 베넷·레이디 가가 '아이 겟 어 킥 아웃 오브 유', 저스틴 비버·베니 블란코 '론리', 도자 캣 '키스 미 모어'가 '버터'와 경합한다.

다만 작년보다 방탄소년단의 수상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예상한다.

[서울=뉴시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15일(한국시간) 온라인으로 '제63회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 레드카펫에 참여했다. 방탄소년단은 그래미 어워즈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 '다이너마이트'로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이 불발됐다. 2021.03.15. (사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버터'는 명실상부 작년 최고 글로벌 히트곡이다. 그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서 총 10주간 1위를 차지했다. 같은 해 최장 1위 기록이다. '그래미 어워즈'를 주관하는 미국 레코드 예술과학아카데미(NARAS·레코딩 아카데미)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마냥 방탄소년단을 외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가 지난해 아리아나 그란데·저스틴 비버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미국 연예 기획사 이타카 홀딩스를 인수, 미국 팝 시장에 풀뿌리 기반을 다지고 있는 점도 힘을 싣고 있다.

하이브는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에 2년 연속 이름을 올리는 등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방탄소년단과 이들을 발굴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커버 모델로 나서기도 했다.

또 유엔 총회 연설 등 방탄소년단이 대중적인 인기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영향력이 커지는 등 무게감 있는 그룹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의 마음이 움직일 가능성도 커졌다. 

이와 함께 그간 그래미 어워즈의 보수적 색채에 대해 꾸준한 비판이 있었고, 최근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진보적인 선택을 하는 등 현지 각급 시상식에서 수상자의 다양화가 화두로 떠오른 것도 긍정 요인이다.

반면 올해도 수상 가능성이 비교적 적다고 예측하는 쪽의 이유도 설득력은 있다. '버터'가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주도한 곡이 아니라는 점이다. 리더 RM이 작사·자곡에 참여하긴 했지만 그를 포함해 7명이 집단으로 만든 곡이다.

특히 변수는 올해 96세인 베넷이다. 베넷은 지난 2002년 받은 '평생 공로상'을 포함 현재까지 그래미 어워즈에서 19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미국 대중문화지 벌처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그래미 어워즈 수상 예측 기사를 통해 가가와 호흡을 맞춘 베넷이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의 나이를 감안할 때, 더 이상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의미 있는 숫자인 20번째 트로피를 안겨 존중을 표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벌처는 2020년 '세이 소'로 디스코의 부활을 알린 도자 캣이 작년 그래미에서 상을 받지 못했다며, 잘 만들어진 히트곡 '키스 미 모어'로 받아야 한다는 점을 별도로 강조했다.

[서울=AP/뉴시스] 토니 베넷
1959년부터 열린 그래미 어워즈는 객관적인 차트 성적이나 대중의 인기도가 아닌,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른 투표로 수상자를 가린다. 이런 점들로 인해 베넷과 도자 캣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하지만 무엇보다 방탄소년단의 이번 그래미 수상 여부와 별개로 이 팀이 계속 새 역사를 써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 모두의 공통된 의견이다.

만약 방탄소년단이 '그래미 어워즈'에서 수상을 하게 된다면 미국 3대 대중음악상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되지만, 이미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2021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톱 셀링 송'과 '톱 송 세일즈 아티스트'를 비롯 4관왕, 같은 해 11월 '2021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선 대상 격인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를 비롯 3관왕을 차지하며 현지에서 인정을 받았다.

다만 '다이너마이트' '버터' 등 빌보드 차트에서 인기를 누린 곡들은 '틴팝' 또는 '버블검 팝' 등 주로 10대에게 호소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드러운 팝곡들이었다. 방탄소년단이 올해 초 미국 힙합 거물 스눕독에게 협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올해 신곡은 힙합 등 장르적인 곡에 집중하며 현지 음악 마니아 겨냥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이번 '그래미 어워즈'에서 어떻게 공연할 지도 관심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최근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예정된 출연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말 한국에서 확진된 제이홉은 회복해 2일 미국행 비행기를 타는데, 하이브 측은 그래미 어워즈 참석이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미국 현지에서 코로나19에 확진된 정국은 현지 지침에 따른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뉴욕타임스는 이번 그래미 어워즈에서 3개 부문 후보에 오른 미국 록 밴드 '푸 파이터스'는 드러머 테일러 호킨스의 사망으로 공연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이번에 5개 부문 후보에 오른 미국 힙합 수퍼 스타 카녜이 웨스트(Ye)는 공연자로 선정됐었으나 최근 소셜 미디어 상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제외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