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생물 무기' 개발 지원 美당국자 명단 첫 공개(종합)

기사등록 2022/04/01 12:05:07 최종수정 2022/04/01 13:19:43

로버프 포프 美국방부 CTRP 책임자 등 지목

"美DTRA, 블랙앤드비치, 메타바이오타 관여"

"병원성 생물무기 2월 제거…미국으로 옮겨"

"미국 직접 관여 증거…진짜 목적 밝혀야"

미, 소련 해체 후 '평화 목적' 관리 나선 바 있어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서울=뉴시스] 신정원 기자 = 러시아는 31일(현지시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생물 무기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 처음으로 미 당국자와 관여 기관 명단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 생화학 방어부대를 이끌고 있는 이고르 키릴로프는 이날 브리핑에서 "주요 인물 중 한 명은 로버트 포프 미 국방부 산하 국방위협감소국(DTRA) 내 협력적 위협 감소(CTR) 프로그램 책임자"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미국이 자금을 지원해 왔고 문서로 된 증거가 있다고 했지만, 미 당국자 이름 등을 구체적으로 지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키릴로프는 "포프는 키이우에 고위험군 병원균 중앙 저장소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포프는 울랴나 수프룬 (전 우크라이나 보건장관 대행)에게 보낸 편지에서 활동을 높이 평가했었다"며 "특히 미국 전문가들이 우크라이나 생물 시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미생물 저장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시작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증거에 따르면 모든 병원성 생물 물질은 올해 2월 보관소에서 제거됐고, 미국 수송기로 오데사를 통해 미국으로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수프룬은 우크라이나계 미국인으로, 페트로 포로셴코 전 대통령 시절 보건장관 대행을 맡았다. 우크라이나 전술 및 응급 의료 개발 비정부기구 '패트리엇 디펜스'(Patriot Defense) 설립자이기도 하다.
[서울=뉴시스]로버트 포프 미 국방부 산하 국방위협감소국(DTRA) 내 협력적 위협 감소(CTR) 프로그램 책임자. (사진=트위터 캡처)

이 외의 미 당국자 및 기관 명단도 공개했다.

키릴로프는 "조애나 윈트롤 우크라이나 DTRA 사무소장이 우크라이나 내 군사 생물 프로젝트 조정과 인사를 담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의 지도 아래 UP-4, UP-6, UP-8 등 여러 프로젝트가 실행됐다. 그들은 탄저균, 크름-콩고 출혈열, 렙토스피라병 등 치명적인 병원균에 대한 연구를 계획했다"고 했다.

미국의 블랙앤드비치(Black & Veatch) 우크라이나 지사와 랜스 리핀콧 지시장도 주목했다. 리핀콧은 우크라이나 국방부 및 보건부 당국자들의 주요 연락 담당자라고 타스 통신은 설명했다.

키릴로프는 "이 회사는 미국 국방부를 위해 2008년부터 우크라이나 북서부에서 리케차(발진티푸스 병원체), 절지동물의 진드기매개뇌염 바이러스 등을 연구하는 UP-1 프로젝트를 포함해 잠재적으로 위험한 생체 약물을 연구해 왔다"고 주장했다.

또 "UP-2 프로젝트 과정에서 생물학 상황에 대한 세계 통제를 목적으로 우크라이나 생물학 시설에서 아토병과 탄저병 원격 감시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회사의 활동은 우크라이나 특수 부대에서도 많은 의문을 불러일으켰다"며 "특히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헤르손 사무소는 2017년 미 DTRA가 블랙앤드비치를 이용해 우크라이나 연구소의 통제권을 확보하려고 해 잠재적으로 전염병학 상황이 악화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강조했다.

생물감시 및 정보전달 감독관인 데이비드 머스트라 역시 미 국방부 계약 업체인 '메타바이오타'와 긴밀히 협력했다고 했다.

그는 "머스트라는 CTR 프로그램 하에 우크라이나 및 동유럽 군사-생물학 프로젝트를 조정했던 인물"이라며 "메타바이오타는 전염병 발생 예측 연구로 잘 알려진 기관이고, 미 국방부는 소련연방 해체 후 전염병 상황을 모델링하기 위해 이 서비스를 사용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메타바이오타의 우크라이나 대표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아들 헌터 바이든의 측근인 마리 구티에레스란 점도 상기했다.

마지막으로 스콧 손턴이 실험실의 업그레이드를 담당했다고 주장했다. 키릴로프는 "그는 DTRA 우크라이나 프로젝트 하에 현지인들에게 고위험 병원체 처리에 대해 조언했다"고 덧붙였다.

키릴로프는 "입수한 증거는 미 국방부와 계약자들이 우크라이나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실행하는데 직접 관여했음을 나타낸다"며 미국을 향해 "이 작업의 진짜 목적에 대한 질문에 답할 의무가 있다"고 요구했다.
[브뤼셀=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유럽 각국 정상들과의 회담을 마치고 기자회견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후 '군사 작전' 과정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생물 무기 개발을 지원한 것을 확인했다고 했었다.

러시아의 이날 공개는 미국의 관여 정황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것이 곧바로 생물 '무기' 개발을 지원했다는 것으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

미국은 소련연방 붕괴 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에 핵·생화학 무기 등 폐기 대가로 경제 지원을 제공했다. 당시 신생국이었던 이들 국가는 대량살상무기를 관리할 능력이 안 됐고 자칫 테러리스트 손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 도 있었다. 평화적 목적이란 것이다.

이를 위해 미 국방부는 120억 달러(약 14조원)을 지출했고 이 중 2억 달러를 2005년 이후 우크라이나 생화학 실험실에 배정했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실험실 안전을 위한 자금 부족으로 미국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러시아의 '생물 무기' 개발을 부인하고 있다. 오히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생화학 무기를 사용 명분을 만들기 위해 '거짓 깃발 작전'을 펼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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