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8일 정기 주주총회·이사회를 열고 박두선 대표이사 등 신규 경영진을 선임했다.
이에 전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대우조선 대표 선임을 두고 "비상식적 몰염치한 처사"라며 "국민의 천문학적 세금이 투입된 부실공기업에서 벌어진 해당사안이 감사의 대상이 되는지 감사원에 요건 검토와 면밀한 조사 요청할 방침"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그러자 청와대도 즉각 반발에 나섰다. 청와대는 "대우조선의 사장으로는 살아나는 조선 경기 속에서 회사를 빠르게 회생시킬 내부 출신의 경영 전문가가 필요할 뿐"이라며 "현 정부든 다음 정부든 정부가 눈독을 들일 자리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특히 인수위 측은 박 신임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동생의 대학동기라는 점 등을 거론하며, 이번 인사에 사실상 문 대통령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 아니냔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또 금융위원회가 산업은행에 유관기관에 대한 임기말 인사를 중단해달라는 지침을 두 차례나 보냈음에도, 대우조선이 대표이사 선임을 진행한 것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인수위는 "금융위로부터 인사 중단 방침을 전달받은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에 그 지침을 제대로 통보하지 않은 사유도 불분명하다"고 언급했다.
다만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 측이 금융위로부터 전달받은 관련 지침은 '유관기관에 대한 현정부 임기말 인사를 중단해 달라'는 내용이어서 산은은 사기업인 대우조선이 유관기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점화된 신·구 권력 갈등에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KDB산업은행과 이동걸 산은 회장이다.
산은 측은 이러한 논란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연이어 논란의 중심이 되자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지분 55.7%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산은 등 채권단은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4조원대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금융권과 업계 안팎에서는 산은이 인수위의 '타킷'이 된 것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산은 부산 이전' 공약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등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의 뜻을 거스르는 산은의 군기를 잡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 이동걸 회장이 대표적인 '친문 인사'로 분류돼 있다는 점도 인수위의 미움을 사는 포인트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윤 당선인은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산은은 이동걸 회장까지 나서 산은의 부산행을 강력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지방이전은 진보가 아니라 퇴보"라며 "(금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더군다나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의 전기 만화책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건배사로 "가자!(민주당 집권) 20년!"을 제안해 질타를 받은 적도 있다. 국책은행장으로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업계 안팎에서는 대우조선해양에서 전통적으로 조선소장을 지냈던 인물이 대표로 선임돼 왔던 만큼 이번 인사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과, 경영 부서 출신이 아닌 선박 생산 현장 출신이 선임된 것은 '이례적'이란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초고속 승진을 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 신임 대표는 1986년 대우조선에 입사해 프로젝트운영담당 상무, 선박생산운영담당 상무, 특수선사업본부장 전무 등을 거쳤다. 2019년 4월부터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장을 맡았고, 같은해 9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특히 박 대표는 지난 2018년 1월 상무로 재직할 당시 새해 첫 산업 현장 방문으로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은 문 대통령에 직접 사업 현황을 브리핑해 주목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대우조선 관계자는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경영정상화관리위원회(경관위)에서 후보를 추천하고 주총에서 선임하고 있고, 이미 대선 전인 2월24일 박 대표를 최종 추천해 내정이 완료됐다"며 "전임 대표 임기 만료에 따라 일정대로, 정상적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전임 대표 역시 엔지니어 출신이고, 이전 대표들 중 재무 또는 영업 업무를 하지 않았던 이들도 많다"며 "조선업계에서 40년 가까이 몸담았는데 비전문가로 치부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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