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5~11세 백신접종…감염예방 실효성 있을까

기사등록 2022/03/31 07:00:00 최종수정 2022/03/31 08:20:41

고위험군 '적극 권고', 나머지는 '자율'

교육 당국 "접종여부 조사 및 강요 금지"

학부모 "자율인데 부작용 감수하며 안 맞아"

교장 "이미 다 걸려…접종 도움 안돼"

전문가 "시기적으로 접종 효과 기대감↓"

방역 당국 "정보 제공해 자율접종 유도"

[서울=뉴시스] 서울 광진구 광진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들이 서행 안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도로교통공단 제공) 2022.03.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 31일부터 5~11세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1·2차 기본접종을 시작한다.

청소년 방역패스 논란에 이어 이상반응을 우려하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접종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로 인해 5~11세 접종 시행으로 인한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추진단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예고된 5~11세 코로나19 백신 기본접종이 이날부터 실시된다. 접종 대상은 총 306만8726명으로, 올해 생일이 지난 2017년생(만 5세)부터 생일이 지나지 않은 2010년생(만 11세)이 해당된다.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에겐 접종이 적극 권고되지만, 다른 대상자는 원하면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자율 시행'이 적용된다.

접종이 적극 권고된 고위험군은 만성질환(폐·심장·간·신장·신경-근육질환)자, 면역억제제 복용자 등 면역저하자, 당뇨, 비만 등 환자다. 만성질환으로 사회복지시설 등 집단 시설에서 치료·요양 중이거나 의사 소견에 따라 접종이 권고된 소아도 포함된다.

방역 당국의 '고위험군 외 학생은 자율 접종' 방침에 교육부도 접종 참여를 독려하는 데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교육부는 지난 23일 각 시·도교육청에 안내한 공문에서 "접종은 보호자 및 본인의 자발적 동의에 의한 개별 예방접종이며, 학교 및 교육기관에는 접종 강요 금지"라는 원칙을 공고히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12~17세 기초접종이 시행될 당시와는 대조적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11월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백신 미접종 청소년 연령대 확진자 발생률이 성인을 초과하고 있다"며 "학생·학부모님은 백신접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11월 4주간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10만명당 발생률은 99.7명이었지만 올해 3월30일 0시 기준 0~9세 10만명당 발생률은 4만2942명, 10~19세는 3만6969명에 달한다. 지난해 말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 후 소아·청소년 확진자가 월등히 늘었음에도 이번에는 '자율 접종 권고'에 그친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방역 당국이 판단해 결정한 내용에 교육부가 협조하는 것"이라며 "그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관계 당국이 접종을 적극 권고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접종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세 자녀를 둔 서울 학부모 이모(40)씨는 "이미 걸릴 아이들은 다 걸린 상황에서 백신을 맞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유행 정점도 지났고 가장 큰 이유는 백신이 안전한지 솔직히 믿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초등 2학년 자녀를 둔 또 다른 서울 학부모 윤모(40)씨는 "어차피 아이들은 걸려도 가벼운 증상만 앓고 낫는데 굳이 이상반응 위험을 감수하며 백신을 맞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며 "정부도 권고를 안하니 학부모들 사이에서 접종은 이야깃거리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추진단이 지난 24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초등생 학부모 35만9110명 중 '접종 의향이 있다'고 답한 학부모는 36.1%(12만9802명)에 그쳤다.

24일부터 진행된 5~11세 소아 백신 접종 사전예약률은 28일 0시 기준 4만925명으로, 대상자 중 1.3%에 불과했다.
[서울=뉴시스] 조희연(오른쪽 첫번째)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청담초등학교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서울시교육청 제공) 2022.03.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렇다 보니 5~11세 접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감염이 확산하면서 이미 학생들이 상당수 감염됐기 때문에 '자율 접종'이 감염 예방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 동작구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이 시점에서 (백신접종 시행이)크게 도움이 안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요즘 코로나19에)안 걸린 사람을 천연기념물로 생각할 정도로 이미 학생들은 걸릴 만큼 걸렸고, 방역 당국은 부작용이 없다고 하지만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지 않느냐"고 밝혔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유행이 최고점에 달하고 내려가는 시점에서 백신을 맞는 것은 예방 목적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소량만 접종하기 때문에 두 달 후엔 효과성이 엄청나게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천 교수는 이어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효과면에서도 의료인 입장에서 상당히 권장하기 어렵다"며 "5~11세 백신접종 시행으로 인한 예방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방역 당국은 5~11세 백신접종률이 낮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접종 필요성을 알리겠다는 입장이다.

권근용 추진단 접종관리팀장은 전날인 30일 오후 기자 설명회를 통해 "5~11세 접종은 기저질환이나 면역 저하 요인이 있는 소아에 한정해 권고하는 만큼 전체적인 예약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며 "일반 소아에 대해서도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 자율접종을 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nockro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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