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 브라운슈타인 "한국서 첫 지휘…무대는 모험"

기사등록 2022/03/22 16:10:08 최종수정 2022/03/22 17:01:01

베를린 필 최연소 악장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한국 지휘 무대는 처음…"조금 다른 어법일뿐"

베버 '마탄의 사수'·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등

[서울=뉴시스]가이 브라운슈타인. (사진=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2022.03.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최선의 준비를 다하고, 이 공연이 성공인지 아닌지는 하늘의 뜻이죠. 하나의 모험이지만, 긴장하진 않고 늘 무대를 즐기러 가는 행복한 마음이죠."

세계 최고 교향악단인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13년간 '사이먼 래틀 시대'를 이끈 가이 브라운슈타인이 바이올린 대신 지휘봉을 들고 한국 무대에 선다. 2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전 코리안심포니)와 함께하는 공연이다. 3년 만의 내한으로, 지휘자로서는 한국 첫 무대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베를린 필 내한, 피아노 협연, 실내악 연주 등으로 한국 관객들을 만났고 이번에 지휘자로 만나게 됐는데 사실 큰 차이는 없다. 조금의 다른 어법과 다른 언어로 (음악을) 전하는 것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최연소 악장 출신 베를린 필 떠난 후, "많은 변화 있었다"

2018년에 7년 만의 내한 리사이틀을 열고, 2019년 평창대관령음악제에 참석했던 그는 "한국 분들을 만나면 제 고향인 이스라엘 사람들이 떠오른다. 따뜻하고 솔직한 면을 좋아하는데, 상당히 공통점이 있다. '제2의 고향'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가이 브라운슈타인이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2022.03.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베를린 필 최연소 악장 출신인 그는 바이올리니스트에서 지휘자까지 영역을 넓혔다. 작·편곡은 물론 폭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하는 그는 바이올린, 지휘, 작곡을 섭렵한 전방위 음악가다. 지난 2000년 최연소 악장에 임명돼 주목받았던 그는 2013년 베를린 필을 떠나 최근 10년간 독일의 함부르크 심포니, 핀란드의 헬싱키 필하모닉, 노르웨이의 트론헤임 심포니 등 다양한 포디엄에 올랐다.

그는 베를린 필을 떠난 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아이들도 태어났고, 작곡과 지휘 활동도 많이 하고 있다. 더 재미있긴 하지만 더 힘들고 수면시간도 줄어들었다"고 웃었다.

작곡은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해왔지만, 지휘의 세계에 발을 들인 건 우연한 기회였다. 사이먼 래틀이 베를린 뮤직 아카데미에서 지휘하기로 했는데, 일정 조정이 잘못되면서 공연 하루 전날에야 합류하게 됐다. 이에 아카데미 측에서 가이 브라운슈타인에게 사이먼 래틀이 오기 전까지 연습과 준비를 요청했다. 그는 "지휘자로 첫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그전까지 지휘자로 활동할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어요. 그때가 처음이었죠. 당시 지휘법은 정확지 않았을 거에요. 구상했던 소리가 어우러져서 실현되는 걸 처음 느꼈는데, 이를 경험했다면 이미 95% 지휘자가 아닌가 싶어요."
[서울=뉴시스]가이 브라운슈타인이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2022.03.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지휘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현악 사중주 공연을 할 때도 함께 어우러져서 소리를 만들고 조율했던 경험이 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각각 할 수 있는 부분이고 지휘자의 특별함은 아니다"라며 "어우러져서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잔혹하고 끔찍…다만 아티스트는 아티스트"

이번 공연의 문은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를 대표하는 베버의 '마탄의 사수'가 연다. 차이콥스키가 슬럼프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자서전적 성격의 교향곡 5번도 연주한다. 비올라의 매력을 즐길 수 있는 버르토크 비올라 협주곡도 들려준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서 선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은 상징적이고 기념비적인 작품"이라며 "드라마가 있고, 삶 속에 직면하는 면면이 다 들어있다. 오케스트라의 역량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곡이고, (국립심포니가) 높은 자질을 가진 오케스트라로서 이를 잘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베버의 서곡은 6~7분의 짧은 시간 속에 드라마가 있고, 유머가 있어요. 다양한 감정선이 들어있죠. 미니 오페라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어요. 버르토크는 시대의 최고 작곡가라고 할 수 있고, 이 협주곡은 그의 생전 마지막 작품이죠. 다가오는 어두움이 잘 담겨있고, 그는 곡을 완성하지 못했죠. 두 곡이 상당히 다른데, 그런 상반된 느낌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서울=뉴시스]바이올리니스트 겸 지휘자 가이 브라운슈타인. (사진=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Boaz-Arad 제공) 2022.03.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버르토크 비올라 협주곡의 협연자로는 베를린 필의 비올라 수석이자 독주자로도 활약하고 있는 아미하이 그로츠가 나선다. 가이 브라운슈타인은 "제가 악장일 때 비올라 수석을 물색하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아티스트"라며 "13~14세 때부터 알아왔고, 자녀들도 교류하는 친한 친구 사이다. 역량 있고 아주 성숙한 아티스트로, 그보다 더 잘 연주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세계 클래식계에서도 평화를 기원하며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그는 "21세기에 있을 수 없는 잔혹하고 끔찍한 상황"이라며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큰 문제를 야기하는 방법을 선택한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번 사태로 러시아 예술가들이 국제 사회에서 '보이콧' 당하는 현상엔 선을 그었다. "반(反) 푸틴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러시아 출신 세계적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뮌헨 필하모닉에서 파면된 건 어리석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아티스트는 아티스트다. 정치적 지지나 비판을 선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티스트를 파면한 건 옳지 않다"고 밝혔다.

한국 무대를 마친 후 그는 유럽, 미국 등 바쁜 일정을 이어간다. 이번 공연 이틀 후 독일 베를린에서 연주 녹화를 비롯해 콘서트가 있고 이후 남미에 스페인 마드리드, 이스라엘로 향한다. 한두 달 사이의 일정이다. 바이올린 무대로도 다시 만날 수 있냐는 물음에 그는 "그러기를 바란다. 초청해달라"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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