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교차 크면 심근경색 위험한데…병상 찾아 '뺑뺑이'

기사등록 2022/03/21 18:43:26

일교차 커지면 급성 심근경색·뇌졸중 위험↑

코로나에 계절적 요인 겹쳐 '골든타임' 위기

집중 치료시설·병상부족에 의료인력 '번아웃'

"급성 심근경색, 골든타임 4분 전 가슴압박"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1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서울시립서북병원에서 의료진들이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구급차로 향하고 있다. 2021.12.14.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급성 심근경색과 뇌졸중 같은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이 커진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로 이런 응급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태에서 응급실을 찾으면 치료할 장비나 병실이 없어 다른 큰 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응급실 뺑뺑이가 급증하고 있다.

환절기 몸이 찬 공기에 노출되면 혈관이 수축해 혈관 내 흐르는 혈압이 갑자기 상승하게 되고 이로 인해 심장박동이 빨라져 심혈관 질환이 급증한다. 특히 급성 심근경색, 뇌졸중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가 코로나19에 확진된 경우 즉각적인 환자 이송과 진료, 집중 치료가 필수다.

문제는 원래 응급실은 가장 붐비는 곳인데,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계절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이런 응급 환자들이 생존·예후가 결정되는 '골든타임'을 지키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미국심장협회의에 따르면 급성 심근경색 환자는 증상 발생부터 막힌 관상동맥을 개통하는 중재 시술(풍선 확장술·스텐트 삽입술)까지 2시간 이내 시행되는 것이 권장된다. 특히 급성 심근경색 등으로 인한 심정지의 경우 골든타임이 심장정지 발생 후 4분 남짓 정도로 짧다. 1분당 생존 가능성이 10% 가량 저하돼 뇌에 4~5분만 혈류공급이 중단돼도 심각한 손상이 갈 수 있어서다.

류현호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전남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요즘 확진자 폭증으로 응급실을 찾는 중증 코로나 환자를 진료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다"면서 "응급실에 병상이 없어 119구급대가 먼 거리로 이송하거나 재이송하고 응급실 앞에서도 몇 시간씩 대기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고 전체적으로 중환자 병상이 줄어 전원도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대한응급의학회에 따르면 전체 119 이송 대비 1·2차 의료기관에서 인력 및 장비의 부족으로 3차 병원으로 전원되는 재이송 비율은 2018년 0.52%에서 2019년 0.55%로 증가했고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상반기에는 0.99%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의료 장비와 인력이 크게 부족한 것도 중증 코로나19 환자가 적절히 진료받기 어려운 요인 중 하나다. 류 공보이사는 "급성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환자가 코로나19에 확진되면 집중 치료가 필요한데 필요한 전용 치료 시설과 치료 병상이 부족하다"면서 "무엇보다 의료 인력이 부족한데, 이들의 피로가 극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경우 막힌 심장혈관을 뚫는 시술을 진행할 때 일정한 시간이 소요돼 모든 의료진이 방호 장비로 감염을 차단한 상태에서 시술을 하고 시술방 전체를 소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최근 70대 환자 2명이 심정지가 임박해 한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은 후 심폐소생술을 받고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지만 두 환자 모두 코로나19 확진으로 집중 치료할 이송 병원을 찾지 못해 결국 사망한 사례도 있다.

특히 응급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은 그 수가 부족한 데다 감염의 우려가 큼에도 불구하고 확진돼도 일반인(7일)보다 격리 기간이 짧아 번아웃(burnout·소진)상태다. 정부가 지난 1월 병원 내 격리자 폭증에 따른 의료마비에 대비하기 위해 각 의료기관에 내려보낸 '업무연속성계획(BCP)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확진된 의료진이 다시 근무하기까지 최소 격리 기간은 3일이다.

류 공보이사는 "BCP 가이드라인 시행이 장기화되면서 의료 인력의 정신적 박탈감과 피로 누적이 더욱 심화되고 있고, 결국 환자 진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급성 심근경색이나 심정지가 발생하면 골든타임인 4분이 지나기 전 가족이나 목격자가 가슴 부위를 강하고 빠르게 계속 압박하는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한응급의학회에 따르면 급성 심근경색이나 심정지가 발생하는 장소는 전 세계적으로 집이 가장 많다. 우리나라는 심정지의 66.6%가 집, 24.0%가 공공장소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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