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너, 독일 스포츠의류 브랜드로 골프의류도 보유
모회사 국보 자금난으로 150억원에 매각 나서
업계 "부채와 재고 부담이 매각 걸림돌 될 수 있어"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독일 스포츠 패션 브랜드인 '보그너(Bogner)'가 새 주인을 찾는다.
21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골프의류 브랜드 '보그너'를 운영하는 보그인터내셔날의 최대 주주인 국보가 보유 지분 94.7%를 매각하기 위해 국내에서 매입 대상을 찾고 있다. 국보가 희망하는 매각 가격은 15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보그너는 1932년 독일 올림픽 스키선수 윌리 보그너와 아내 마리아 보그너가 세운 패션 업체다. 스키 의류로 시작했지만 1960년 아들인 빌리 보그너 2세 부부가 사업을 이어받으며 골프 의류와 스노우보드 의류, 향수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국내에서는 프리미엄 골프 패션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지난 2015년 당시 매물로 나왔던 보그너 독일 본사에 눈독을 들이며 국내에서도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보그너는 지난 2002년 제화브랜드 '소다'로 널리 알려진 DFD그룹이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따내면서 한국에 진출했다. 이후 2019년 국보가 투자조합인 '골든타임1호조합'을 통해 보그너(보그인터내셔날) 지분 45.7%를 155억원에 인수했고, 해마다 꾸준히 지분을 늘렸다. 현재 국보가 보유한 보그인터내셔날 지분은 94.7%에 이른다. 주요 백화점과 대리점, 위탁 판매점, 프리미엄아울렛 등 104개 오프라인 점포와 온라인몰에서 판매하고 있다.
국내 매출은 양호한 편이다. 골프시장이 급성장하며 2020년 340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420억원으로 24%가량 늘었다. 영업이익은 2020년 6억1000만원 적자에서 20201년 7억7000만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국보가 보그너를 인수한 지 3년 만에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이유는 자금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화물차 운송 보관업 등 물류사업을 하는 국보는 2019년 보그너 인수와 함께 신규 사업을 추가하며 사세를 확장했다. 의류사업과 신문출판업, 마스크사업 등으로 사업을 넓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국보의 매출 비중은 물류사업이 56.8%, 의류사업이 40.5%, 신문출판이 1.26%, 마스크 사업이 1.38% 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최근 자금난이 가중되며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됐다는 후문이다. 국보의 매출은 2019년 891억원, 2020년 1099억원, 2021년 968억원 수준이다. 영업손실은 2019년 10억원, 2020년 108억원, 2021년 80억원이며, 당기순손실은 2019년 67억원 2020년 205억원, 2021년 176억원에 달한다.
국보는 적자 못지 않게 부채 비율도 문제다. 지난해 자본 총계는 339억원, 부채 총계는 704억원으로 부채비율이 200%를 넘었다. 이에 국보는 보그인터내셔날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보뿐 아니라 보그너 역시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황이어서 매각 작업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본다. 보그인터내셔날은 골프시장 활황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지만 순이익은 여전히 12억원 적자 상태다. 지난해 기준 보그인터내셔날의 자본총계는 86억원인 반면 부채 총계는 289억원에 달하며 재고자산도 200억원이 넘는다. 단기차입금도 2020년 180억원에서 지난해 223억원으로 늘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골프웨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 보그너 매각 가격이 낮아 보일 수 있지만 부채와 재고자산이 많아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매물"이라며 "최근 골프시장 호황에 힘입어 골프웨어 브랜드가 쏟아져 나오면서 경쟁이 심화된 것도 매각 작업에서 고려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보 측은 보그너 매각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보 관계자는 "3년전 보그인터내셔날을 인수하고 사업 유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려온 만큼 매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dw0384@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