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 "러우전쟁, 비트코인 결제 활성화 방아쇠 당길 것"

기사등록 2022/03/18 15:50:07

"美 암호화폐 제재, 중국 비트코인 금지령과 비슷해"

"채굴지역 분산처럼 비트코인 결제 활성화 될 수도"

"비트코인, 이미 '가치 저장'이라는 화폐 기능 수행"

"코인은 사회현상…사회과학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법안 제정 앞서, 가상자산에 대한 깊은 이해 필요"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제이 기자 =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서 기존의 전통 금융 시스템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린 시스템이 아니라는 게 증명됐습니다. 중국이 비트코인 금지했을 때 반사효과로 채굴지역의 탈중앙화가 진행됐는데 이번 러시아 스위프트(SWIFT, 국가결제시스템) 퇴출로 오히려 비트코인의 탈중앙화 기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18일 뉴시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로 비트코인 본연의 기능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코빗은 국내 빅4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로 가상자산 사업자 중 가장 먼저 전문 리서치센터를 설립했다.

정 센터장은 "미국은 전통 금융 시스템 안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국가"라며 "미국의 비트코인 제재는 최종적으로 암호화폐를 통해 러시아가 미 달러화로 접근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지 비트코인 구매 자체를 제한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즉, 미국이나 유럽 등 서방 국가가 러시아와 관련해 비트코인을 규제할 수 있는 부분은 비트코인과 달러화·유로화의 접점에 국한된다. 현재 세계 경제가 달러 기반으로 결제되는 만큼 이런 제재는 단기적으로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정 센터장은 지난해 중국의 비트코인 금지령처럼 오히려 비트코인의 탈중앙화 촉매제가 돼 비트코인을 통한 결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스쿨에서 금융(파이낸스)를 전공했다. 코빗에는 지난 2018년에 입사해 사업개발팀을 거쳐 현재 코빗 리서치센터장으로 코빗 리서치하우스를 이끌고 있다. 코빗 입사 전에는 골드만삭스, UBS, 크레디트스위스, 노무라증권 등 유명 글로벌 투자은행(IB)에서 경력을 쌓았다.

전통 금융시장에서 오랜 시간 일해온  그가 가상자산 업계에 도전장을 내민 데에는 그만큼 큰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 센터장은 "홍콩 등 해외에서는 2017년 비트코인 광풍장을 기점으로 기존 금융권에서 가상자산 업계로 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다"며 "같은 해에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비트코인 선물 상품이 나왔는데, 그때 비트코인이 잠깐 뜨는 자산이 아닌 지속 가능한 자산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비트코인이 가치를 가진 화폐가 될 수 있냐는 질문에 정 센터장은 "비트코인은 이미 화폐의 기능을 수행 중"이라고 답했다.

정 센터장은 "사람들은 물건을 살 때 비트코인을 쓸 수 있는 경우가 많이 없으니깐 화폐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고는 한다"며 "하지만 화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면 이미 비트코인은 화폐의 기능 중 하나인 가치 저장의 수단으로 쓰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교환 수단이나 가치 표현의 척도로만 화폐의 쓰임새를 생각하다 보니 비트코인이 화폐가 되지 못한다고 보는 것 같다는 얘기다.

금이 장신구에서 화폐로 사용되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선호와 합의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화폐 역시 사회적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센터장은 "그런 관점에서 이제 비트코인도 이제 돈이 되고자 하는 자산으로 화폐의 첫 단계인 가치 저장 수단으로의 단계를 거치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물론 아직 비트코인의 역사가 짧은 만큼 암호화폐의 기능이 교환 매개 수단까지 가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 센터장은 그렇다 하더라도 현재의 투자 판단에 영향을 받을 요인은 아니라고 언급했다.

그는 "가치 교환 수단이 되냐 안되냐가 현재 주요한 투자 요인이 될 수 없는 건 화폐의 가치가 가장 크게 오르는 구간이 사람들이 가치 저장수단으로 막 받아들일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을 단순히 투자 수단으로만 본다면 어쩌면 가장 수익률이 높은 구간에 있다는 말이다.

아울러 정 센터장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가상자산에 대한 이해가 이뤄져야 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규제나 진흥에 대한 법안을 만들기 전에 가상자산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며 "암호화폐는 단순 신기술의 산물이 아닌 소셜테크놀러지로 이해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금융이나 컴퓨터공학 분야를 넘어서서 사회과학적 시각에서도 암호화폐의 역할과 필요성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 센터장은 단기적으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세 등락에 영향을 줄 만한 이벤트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금리인상 이슈를 꼽았다. 다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리플랩스 소송전이 큰 이변 없이 리플랩스의 승리로 흘러간다면 이더리움을 비롯한 알트코인 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정 센터장은 코빗 리서치센터장으로서 활동하며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기적인 가상자산 시장 관련 리포트 발간과 코빗 유튜브 활동 등 코인투자가 낯선 '코린이'(코인+어린이)들과 '코인러'(기존 코인 투자자)들을 아우르는 콘텐츠를 제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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