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여가부, 역사적 소명 다해…더 효과적인 조직 구상해야"
민주당, 2030 여성 입당 폭주…힘 얻으며 "尹 뜻대로 안 돼"
국힘 내부서 "20~50 여성의 우려, 귀를 크게 열고 들어야"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재확인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 당선인의 이런 행보에 "반쪽짜리 정부"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더욱이 대선 기간 동안 윤 후보의 남여 갈라치기에 반발해 2030 여성들의 더불어민주당 입당이 쇄도하고 있어 이런 움직임이 4050 세대 여성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 당선인은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후보 시절 주장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원칙을 세워놨다"며 "여성, 남성이라고 하는 그런 집합적인 구분과 여성, 남성이라는 집합에 대한 대등한 대우라는 방식으로는 여성이나 남성이 구체적인 상황에서 겪게 되는 범죄 내지는 불공정의 문제들을 해결하기가 지금은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여가부 탄생 배경에 대해 "과거에 남녀의 집합적인 성별의 차별이 심해서 아마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이걸 만들어서 그동안에 많은 법제라든가 이런 걸 통해 역할을 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불공정 사례라든지 이런 범죄적 사안에 대해서 더 확실하게 대응하는 것이 맞기 때문에 이제는 부처의 역사적 소명을 다하지 않았느냐(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더 효과적으로 이런 불공정, 인권침해 또 권리구제 이런 것들을 위해서 더 효과적인 정부조직을 구상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이 여가부 폐지에 열을 올리는 동안 민주당에는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고 있다.
민주당 서울시당은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10∼11일 이틀 동안 온라인 입당자는 약 1만1000명에 달하는데, 이 중 여성이 80%에 육박하고, 특히 2030 여성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대선 막판 이 후보 쪽으로 결집한 2030 여성들이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며 하나의 정치세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n번방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인 박지현(26)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내용의 비상대책위원회 인선안을 발표하며 여성의제에 더욱 집중했다.
이에 힘 입은 민주당의 공세도 거세지는 중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여성가족부 폐지는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며 "MB(이명박) 인수위원회 때도 여가부, 통일부 폐지를 주장했었으나 실패했다. 정부조직법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72석 다수당인 민주당이 여론의 힘을 얻어 정부조직법 개편 등을 국회에서 틀어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여론까지 민주당에 우호적일 경우 국민의힘은 운신의 폭이 상당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반쪽이 없는 다른 반쪽은 무의미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 서초갑 보궐선거에 당선된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은 이날 블로그에 "미흡한 점이 있다고 대안없이 그냥 폐지해 버리는 것은 숲이 아니라 나무만 보는 단순 발상에 불과하다"며 "개인적으로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정부부서로서 부총리급의 가칭 '미래가족부'를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이번 대통령선거는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실정에 대한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이었다"면서 "동시에 우리 당에 대해서도 국민들께서는 무거운 숙제를 주셨다고 저는 생각한다. 특히 20~50대 여성들의 우려를 우리는 귀를 크게 열고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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