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확진자 급증에 소아응급 체계 붕괴 '위기'
"소아응급 전담 의료진 부족해 쓰러지기 직전"
소아진료 특성상 다른 과 지원 받기도 어려워
소아응급전문센터 전담 전문의 7명으로 확대
인건비·운영비도 권역외상센터 수준 지원 필요
"소아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지만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다들 쓰러지기 일보 직전입니다."(대형병원 소아응급의학과 전문의)
거센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로 소아 확진자도 급증하면서 취약한 의료 환경 속에서 버텨온 소아응급 의료체계가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소아응급 의료는 생명을 살리는 필수의료 중 하나인 만큼 전문성을 갖춘 의료 인력 확충, 적정한 의료수가 책정 등 정부의 긴급 수혈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3월6일~12일)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확진자는 총 50만8240명으로 전체 확진자의 약 25.5%를 차지했다. 전체 확진자 4명 중 1명이 소아·청소년인 셈이다. 9세 이하 확진자도 하루 3~4만 명으로 전체의 10% 가량에 달했다.
문제는 응급 상황에 처한 소아 확진자들이 제때 진료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경기도에 사는 학부모 A씨는 "40도 이상 고열로 해열제를 먹여도 열이 내리지 않아 치료가 간절했는데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고 호소했다. 서울 지역 맘카페 회원인 B씨는 "아기가 진료받을 병원을 알아보다 지쳐버렸다"면서 "집에서 열이 내릴 때까지 해열제 먹이면서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 같아 눈물만 난다"고 말했다.
소아 응급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은 의료진대로 턱없이 부족한 인력으로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소아응급의학과 A전문의는 "원래 소아 응급 전담 의사와 간호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사흘 전 하루동안 진료한 아기들의 경우 모두 확진 판정이 나올 정도로 소아 확진자가 크게 늘었다"면서 "다들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라고 말했다.
소아 응급 전담 의료진은 코로나19 감염에 노출될 위험이 커졌지만 다른 과 의료진의 지원도 받기 어렵다. 소아는 성인에 비해 진료가 쉽지 않고 소송 리스크도 훨씬 커서다. 소아를 진료하다 코로나19에 감염돼도 같은 과의 나머지 의료진들이 업무를 고스란히 떠 안아야 하는 이유다.
A전문의는 "어릴수록 보채고 몸집도 작아서 경험이 없으면 진찰은 물론 채혈도 제대로 하기 힘들다"면서 "의료소송 리스크도 성인 환자의 4~5배에 달한다"고 했다. 자칫 채혈이나 진정 치료 중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소아는 기대여명(앞으로 살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는 기간)이 길어 손해배상금이 보통 10억 정도 나온다고 한다.
의료 현장에서는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감염병 재난에 대응하려면 소아 응급 의료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소아 환자 급감, 낮은 의료수가 등으로 부족한 전문 인력 충원이 급선무다. 서울의 또 다른 대형병원의 소아청소년과 B 전문의는 "실질적으로 주로 환자를 진료하는 전공의들의 소아청소년과 지원이 크게 줄었다"면서 "전공의들이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진료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조만간 '옛날에 소아청소년과가 있었다더라'는 말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전공의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으로 인한 의료 공백이 수 년째 이어지고 있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020년 71.2%에서 2021년 38.2%로 거의 반토막 난데 이어 2022년 다시 20%대로 하락했다. 수년 째 소아청소년과 지원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국립대병원과 지방중소병원도 수두룩하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대전, 대구, 부산 지역 대학병원 응급실에는 2년째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가 없다"고 말했다.
전공의가 턱없이 부족해 소아 응급 환자 진료 자격이 있는 촉탁의(전담의)를 고용해 응급의학과 전문의들과 교대로 진료를 보도록 하는 병원도 있다. 환자가 없어 운영난에 시달리는 지방 병원 중에는 이마저도 어려워 아예 응급실 문을 닫는 곳도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소아응급 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중증 소아 응급 환자 진료를 위한 전문센터 인력 확충과 적절한 수가 책정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 관계자는 "소아응급전문센터 전담 전문의를 팀당 최소 7명(현재 최소 5명)으로 늘리고, 인건비와 운영비도 권역외상센터 수준으로 지원해야 한다"면서 "소아응급 환자를 위한 초기 시설·장비 지원과 소아응급의료기관 지원에 대한 법률적 규정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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