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발 오일쇼크③]기업들 초비상…항공·해운 '직격탄

기사등록 2022/03/09 17:51:00 최종수정 2022/03/09 18:11:43

원가 부담 급증…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촉각'

산업계 전방위 원가 압박…소비 둔화 가능성도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11일 오전 부산 남구 신선대(아래)와 감만(위) 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2.01.11. yulnet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국제유가가 폭등세를 나타내며 산업계에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나타난 원유 공급난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원유 가격 상승세에 기름을 부은 탓이다.

유가 인상은 당장 재료비, 연료비 등 원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 유가는 최근까지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고 있다. 만약 시장 불안이 지속될 경우 전 세계는 경제 성장 둔화 등 경기 침체를 맞을 수도 있어 산업계는 좌불안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3.72달러(3.2%) 상승한 배럴당 119.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5월물 브렌트유는 5.1달러(4.32%) 오른 배럴당 123.21달러에 마감했다.

당일 WTI와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각각 130달러, 137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다.

업종별로 온도 차가 있지만 국제 유가 상승은 고스란히 산업계의 피해로 이어진다.

항공사가 최대 피해자다. 통상적으로 유류비는 항공사 운영비의 20~30%를 차지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해 4분기(10~12월) 연료비로만 1조8000억원을 썼다. 같은 기간 영업비용의 28% 수준이다. 이 기간에 대한항공의 급유단가가 87% 급등했다. 만약 전시에 영공 통과가 어려울 경우 국내 항공사들은 유럽행 항로가 막혀 연료비 소모도 늘어날 수 있다.

연료비가 운항 원가의 10~25%를 차지하는 해운업계도 마찬가지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은 지난해 3분기(7~9월) 전체 매출원가(4조3941억원)의 약 16% 수준인 6814억원을 연료비로 사용했다. 국제 유가 급등세가 지속된 4분기 들어서 연료비 부담이 더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환율까지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 지난해 1월 1082.1원 수준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200원을 넘었다. 연료비를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은 원·달러 환율 상승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이 10원 오르면 약 49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하고, 재무제표상 현금흐름 측면에서도 19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정유사들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일반적으로 정유사들은 통상 4개월분 이상의 원유 재고를 비축한다. 유가 급등은 재고 이익 증가라는 점에서 일견 긍정적이다.

하지만 원유를 정제해 만드는 석유제품 가격은 즉각적인 인상이 어렵기 때문에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실제 이달 첫째 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5.7달러로 2월 마지막 주(6.9달러)보다 1달러 이상 하락했다.

무엇보다 유가 상승은 소비위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낙관하기 어렵다. 최근 공급망 불안 등의 영향으로 원재료 가격 급등, 물류비 인상 등이 지속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산업계 파급 정도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고유가는 석유화학 외에도 국내 3대 주력 산업으로 꼽히는 반도체, 자동차의 업황도 부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국제 유가 상승세가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최근 국제 유가 급등의 원인 중 하나는 미국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국제 에너지 시장에 공급망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산 원유를 기피하는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어서다.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에너지 산업에 직접적인 제재를 가하지는 않았지만, 금융제재 위반을 우려한 원유시장 참가자들이 러시아산 원유 사용을 꺼리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3위의 석유 생산국이자 2위 수출국으로 하루 약 500만 배럴의 원유를 전세계에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석유기업들의 러시아 사업 철수도 잇달고 있다. 엑손모빌은 지난 1일 러시아 사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고, BP와 셸은 러시아 내 자산을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에 대해, 독일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국제 유가 급등세가 다소 안정됐으나 여전히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은행 JP모건 체이스는 3일(현지시간) 러시아산 원유 공급 차질이 지속될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85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또 헤지펀드 웨스트백오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러시아산 석유 수출 감소로 200달러 이상 폭등할 수 있다"고 전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기록한 사상 최고치 배럴당 147달러를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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