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선비, 관료, 무인, 승려, 국왕, 왕족, 부마, 중인, 서얼, 여성 등등 근대 이전 인물들은 자기 내면에 담겨 있는 고유한 무엇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스스로 호를 짓거나 다른 사람이 지어 준 호를 자신의 또 다른 이름으로 받아들였다.
책 '호, 주인옹의 이름'(고려대학교출판문화원)의 저자는 한국의 과거 인물들이 호를 갖게 된 동기와 호에 의미를 부여한 방식을 밝히고자 했다.
국문학자인 저자는 대학원 시절부터 오랫동안 고전 자료를 대상으로 근대 이전 한국의 문학과 사상에 관해 연구해 왔지만, 시문, 서적의 이름이나 자료의 내용 속에 빈번하게 출현하는 호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고 어떤 경위에서 또 다른 이름으로 사용되었는지 몰라서 늘 부끄러움을 느껴왔다고 했다.
저자는 작호 관습이 큰 의미를 지녔던 근세 이전에 저작이나 편저를 행하거나 정치·문화의 면에서 긍정적 혹은 부정적 자취를 남긴 인물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자호(自號)나 남들이 부른 호를 정리하고, 작호의 동기 혹은 호의 의미를 분석했다.
그 결과물인 이 책은 호를 짓는 원리와 호를 사용한 관습을 큰 틀에서 살폈다
과거 사람들은 한 인간의 고유한 내면을 주인옹이라고 불렀으므로, 저자는 이 책에서 호를 ‘주인옹의 이름’이라고 규정했다.
옛사람들이 실호, 재호, 누호, 헌호, 당호, 정호 등 호를 명명하는 방식에는 내면주체인 주인옹을 재확인하는 의식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저자는 2009부터 ‘별호와 당호’에 관해 집필하기 시작했다.
애초 널리 알려진 몇몇 인물들을 중심으로 호의 의미를 쉽게 풀어보는 데서 출발했던 저자는 이 책에서 문집이나 주요 저작물을 남긴 인물들의 작호 방식을 폭넓게 살펴보는 것으로 확장하게 됐고 그 첫 번째 결과물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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