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해진 이재명, 핵심기반 '호남·경기' 공략서 반전하나

기사등록 2022/02/20 08:00:00

갤럽, 尹 41% 李 34%…리서치뷰, 尹 48% 李 39%

尹 호남 약진에 경인 팽팽…유세 후 최악 성적표

'복합쇼핑몰' 공약에 호남 요동…李 "갈등 부추겨"

"정치보복 공언 尹의 검찰왕 나라" 위기감 자극도

추경으로 이슈 전환…"국힘, 자영업 지원 생각無"

[목포=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8일 전남 목포시에서 열린 선거유세에 참석해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2022.02.18.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대선을 2주 남짓 남겨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 기선을 제압당한 모양새다. 공식 선거운동 초반에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열세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공식선거운동 돌입 후 첫 주말 유세로 호남과 경기도를 향한 배경에는 이런 위기감이 반영된 듯하다. 핵심 정치적 기반인 두 지역에서 지지층을 결집시켜 반전을 모색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에 더해 코로나에 피해가 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관심이 높은 추경안 처리에 대한 이슈 선점에 나서며 단일화 정국을 정책과 인물 대결 구도로 전환하려는데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윤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는 이 후보의 경기지사 시절 의혹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가 위력을 발휘하는데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의 단일화 이슈가 정권교체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 후보의 정책 행보가 묻히면서 지지율에서 고전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18일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의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15~17일 실시) 결과 윤석열 41% 이재명 34%로 양자간 격차는 7%포인트로 벌어졌다. 특히 윤 후보는 경인과 호남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평균 지지도를 웃돌았고, 호남에서도 18% 지지를 받았다.

이 후보로선 경기지사를 지내 정치적 기반인 경기도를 포함한 경인권에서 윤 후보와 36%로 동률을 이뤘고, 호남에서도 윤 후보가 20%대 턱밑 지지율을 보이면서 경고등이 들어온 형국이다.

같은 날 나온 리서치뷰 조사(15~17일)에서는 윤석열 48% 이재명 39%로 윤 후보 지지율이 과반에 육박하기까지 했다. 지역별로도 이 후보는 호남(56%)에서만 윤 후보를 앞섰으나, 윤 후보 지지율도 33%로 나와 처음으로 호남에서 30%대를 돌파하기까지 했다.

17일 나온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기관 합동 전국지표조사(NBS, 14~16일)에서도 윤석열 40% 이재명 31%로 9%포인트 격차가 나타나기도 했다.

민주당은 야권 단일화 이슈가 커지며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며 표정관리를 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공식선거운동 돌입 직후 부정적인 여론조사 성적표가 쏟아진 것에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우상호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흐름보다 중요한 건 사전투표를 앞둔 3~4일 전 판세"라며 "그때부터 부동층이 결정하기 시작한다. (마지막) 일주일 전 그때가 중요한 승부 기간"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대로 윤 후보가 리드하는 판세가 굳어질 경우 일찌감치 승부가 판가름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후보의 은사인 이상돈 전 의원은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투표) 3주일 전이면 대체로 유권자들이 대부분이 이미 좀 결정을 했다고 봐야 한다"며 "특별한 변수가 등장하지 않는 한 그 변화가 없이 그대로 가더라. 2012년이 대표적인 경우"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의 2월 셋째주 정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4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34%,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11%, 심상정 정의당 후보 4%로 나타났다. '기타 인물'은 1%, '의견 유보'는 10%였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이런 가운데 이 후보가 18일부터 19일까지는 광주전남북, 20일에는 경기도 유세에 나서는 것은 지지층 결집을 통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윤 후보가 광주 공약으로 내건 '복합쇼핑몰' 유치가 지역 여론을 동요시키고 있는 만큼 조기 대응에 나선 셈이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18일 기자들과 만나 "마치 호남을 역차별한 것처럼, 개발을 소홀히 한 것처럼 몰아간 것이 조금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며 "실질적으로 국민의힘 주장은 갈라치기 하는 것임을 잘 설명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호남 민심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 후보도 내려갔을 것"이라며 "특히 복합쇼핑몰 문제가 지역 민심의 폐부를 찔렀다. 이념 문제에 눌려있던 실용적인 욕구가 분출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은 투트랙 전략을 펴는 모습이다. 복합쇼핑몰을 막아서지 않았다는 광주시 입장에 보조를 맞추면서 윤 후보의 공약이 '갈라치기'라는 분열 프레임으로 역공에 나선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광주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한 대학생이 '학생, 청년으로서 (쇼핑몰과) 문화센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묻자, "자영업자들, 소규모 점포들하고 우리 지역주민들의 편리가 충돌하고 있는데 이건 너무 당연한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럴 때는 방법이 있다. 터놓고 대화하고 당신이 필요한 게 뭐냐, 문제가 뭐냐 다 조정해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합리적인 타협안은 만들면 되는 것"이라며 "조금 부족하면 여기 기업이, 대규모 상가가 들어와서 고용도 늘고 이익도 있는데 소상공인 피해가 크다면 조정도 하고 부족하면 시에서 세금 들어오는 거에서 일부를 떼서 (소상공인을) 지원해주면 되는 것이지 않나"라고 했다. 복합쇼핑몰 유치에 긍정적 입장을 밝힌 셈이다.

나아가 화살을 윤 후보로 돌려 "그저 편 갈라서 '이쪽 한 편 먹으면 (반대)그쪽 버려도 내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 이게 바로 분열주의자들이다. 증오를, 갈등을, 분열을 이용해서 정치적 이익을 획득하는 이런 행위를 극우 포퓰리즘이라 한다"며 "나라를 망치면서 자기 정치적 이익을 획득하려는 정치행태는 완전히 쓸어버려야 한다. 빗자루(로)"라고 질타했다.

[순천=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8일 전남 순천 연향패션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의 지지 연설에 엄지척을 하고 있다. 2022.02.18. photocdj@newsis.com


지원 유세에 나선 이낙연 전 대표도 "민주당이 쇼핑몰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전남지사 시절 광양시에 쇼핑몰을 세운 걸 거론한 뒤 "인터넷을 보니까 저쪽 사람들이 호남에는 쇼핑몰이 없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광양은 분명히 쇼핑몰을 갖고 있다"고 호응했다.

이 전 대표는 "다른 몇 개 도시가 대형 쇼핑몰, 특히 미국 자본 코스트코를 유치한 것은 지금까지도 주민 갈등을 겪고있다. 그런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어떻게 상생할 건지 지혜를 내야 하는 것"이라며 "선거를 위해서 갈라치기하고 한쪽 표라도 받아야 되겠다고 하는 이런 주민 분열의 정치를 하는 것 대단히 유감스럽다. 그건 광주시에 잘 맡겨주길 바라고 국민의힘은 우리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도울 추경예산안이나 빨리 통과시켜달라"고 했다.

이와 함께 호남 민심의 위기감을 끌어올리려 부심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후보는 목포 유세에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치보복을 삼갔던 일을 거론한 뒤 "어떻게 대선후보가 선거운동을 하며 정치보복을 공언할 수 있느냐. 민주공화국이 아닌 검찰왕국을 만들어 나라를 지배할 생각을 하느냐"고 윤 후보를 비판했다.

이어 "손에 왕(王)자를 새긴 '검찰왕'이 지배하는 나라가 될지, 점을 쳐서 갈 길을 정하는 나라가 될지, 아니면 국민에게 길을 묻고 국민 손을 잡고 그 뜻에 따라 움직이는 나라가 될지 생각해보라"고 거듭 지지를 호소했다.

호남에서 여전히 한국갤럽 기준 70%의 높은 국정지지도를 유지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정치보복' 우려를 상기시키며 지지층을 자극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예결위 간사를 비롯한 여당 의원들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이종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실로 추경안 처리 촉구 피켓을 들고 예결위 회의 속개를 촉구하기 위해 향하고 있다. 2022.02.18. myjs@newsis.com


여기에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드라이브를 걸며 국면 전환에도 나섰다. 국회에서 단독 처리를 통해 민주당 주도로 소상공인 피해지원금 지급 등 '민생' 지원에 나섰다는 이미지로 중도층에 어필하려는 공산이다.

이 후보도 페이스북에서 "지금 신속히 추경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국민들은 현 문재인 정부하에서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지원할 생각이 없는 쪽은 국민의힘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야당도 그렇게 되는 것을 원치는 않을 것"이라고 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인용된 조사들의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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