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각양각색 반응
日 사카모토·와카바는 말 아껴…"자세한 사정 모른다"
발리예바 동료 셰르바코바 "아무것도 말할 수 없어"
미국의 알리사 리우(17·미국)는 "공평하지 않은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자세한 사정을 알 수 없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발리예바는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의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44.51점, 예술점수(PCS) 37.65점 등 82.16점을 받았다.
도핑 파문에 심리적 압박감을 겪은 탓인지 트리플 악셀에서 착지가 불안했지만, 발리예바는 나머지 구성 요소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쇼트프로그램 1위에 올랐다.
경기 후 발리예바는 쇼트프로그램 1~3위 선수가 참석하는 기자회견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발리예바의 도핑 위반 사실을 알고도 함께 경기해야 했던 선수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쇼트프로그램에서 69.50점으로 8위에 오른 리우는 "발리예바의 도핑 사건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때 도핑 위반 선수와 깨끗한 선수가 경쟁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은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11위로 쇼트프로그램을 마친 머라이어 벨(26·미국)은 "발리예바의 도핑 파문은 매우 민감한 문제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다"면서도 "나는 '클린 스포츠'를 지지한다. 이것이 올림픽과 우리 스포츠의 모든 것"이라고 전했다.
발리예바의 동료인 셰르바코바는 "이 상황에 대해 아무말도 할 수 없다. 미안하다"며 답변을 피했다.
79.84점으로 3위가 된 사카모토는 "발리예바의 출전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자세한 사정은 아무것도 모른다"며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만 답했다.
이어 "일단 내가 최선을 다하는데만 집중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쇼트프로그램 5위에 자리한 또 다른 일본 선수 와카바 히구치(21)는 "자세히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생각하지 않고 있다. 프리스케이팅에만 집중한다"고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발리예바는 피겨 팀 이벤트(단체전)가 끝난 뒤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발각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러시아피겨선수권대회 기간 중인 지난해 12월 25일 채취된 발리예바의 도핑 샘플에서 협심증 치료제이자 흥분제 약물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된 사실이 알려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가 발리예바의 자격 정지 결정을 철회한 것에 문제가 있다며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다.
IOC와 ISU는 CAS의 결정을 받아들인다면서도 발리예바를 여전히 '예외' 선수로 취급하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ISU는 IOC의 요청을 받아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발리예바가 24위 내에 들 경우 프리스케이팅 출전 선수 수를 기존 24명에서 25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발리예바가 쇼트프로그램 1위에 오르면서 25위인 제니 사리넨(핀란드)까지 프리스케이팅 진출 자격을 얻었다.
IOC는 발리예바가 입상하면 메달 수여식을 열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리우는 "메달 수여식을 하지 않는 것은 최악"이라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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