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신변보호 여성 살해 후 도주
전날 오전 인근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
지난 12일에는 검찰이 구속영장 반려
전문가 "실효성 있는 제도장치가 필요"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스토킹에 시달린 끝에 살해되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 네 달이 지났지만 피해자들이 잇따라 살해당하면서 신변보호 시스템에 허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토킹처벌법으로는 피해자 보호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성범죄자와 같이 가해자 중심의 모니터링으로 전환하는 등 실질적으로 피해자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법안을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10시13분께 서울 구로구의 한 술집에서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 대상자였던 40대 여성이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던 50대 남성 A씨에게 살해됐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사건 다음 날인 전날 오전 10시52분께 구로구 소재의 한 야산에서 숨진 50대 용의자 A씨를 발견했다.
A씨는 해당 술집에서 일하던 피해 여성을 살해하고 동석자 남성에게도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
당시 피해자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고, 피해 남성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와 피해자들은 모두 중국 국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 여성은 사건 당일 오후 10시12분께 착용하고 있던 스마트워치로 경찰에 구조요청을 보냈다. 경찰은 3분 뒤 현장에 출동했으나 이미 범행이 이뤄진 이후였다.
앞서 피해 여성은 지난 11일 서울 양천경찰서에 A씨를 폭행과 특수협박으로 고소한 바 있다. 이때 경찰은 피해 여성에게 112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그러나 A씨의 스토킹은 멈추지 않았다. 같은 날 오후 A씨는 피해 여성이 있던 술집에 찾아가 만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출동한 경찰에 체포된 A씨는 스토킹 혐의 등으로 조사받은 뒤 유치장에 입감됐다.
다음 날 경찰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일부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보완수사를 요구하고 영장을 반려했다. 검찰의 영장 반려 이틀 만인 지난 14일 피해자는 A씨에게 살해당했다.
전문가들은 스토킹처벌법이 스토킹 범죄를 막고 피해자를 보호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더욱 실효성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스토킹처벌법은 우리 사회 안전시스템이 강화됐다는 의미에 그친다"며 "범죄자들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장의 어려움과 법을 통해 얻고자 하는 가치 기대는 현실적으로 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사건은 검찰이 영장을 반려하면서 가해자가 풀려난 만큼 스토킹을 바라보는 검찰의 태도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찰이 불법으로 가해자를 감금할 수 있는 법적 제어 장치는 없다"며 "경찰이 스토킹 사건을 들여다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을 때 검찰이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만날 수 없도록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급박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스마트워치를 누르기 힘들뿐더러 경찰이 도착하기까지 시간도 걸린다"이라며 "현실적으로 경찰이 24시간 신변보호 여성을 보호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스마트워치를 가해자에게 채워 피해자 가정이나 직장 일정 거리에 들어오면 경찰이 바로 출동할 수 있게끔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며 "제도적이고 법률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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