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1회 5개 구매제한 '실효성' 의문
서울 약국·편의점 21곳 중 7곳만 팔아
시민 "구매 어려운데 물량제한 무의미"
약사 "운 좋고 시간 많은 사람에 유리"
"식약처 규제 뉴스로 접해…지침 없어"
편의점주들 "포장은 어떻게 하는건지"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정부가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구매 물량을 1명당 1회 5개로 제한하고, 온라인 판매를 금지시킨 '유통개선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구매 물량 제한에도 불구하고 재고가 없어 구매가 어렵고, 공적 마스크 때와 달리 1명이 약국과 편의점 여러 곳을 돌며 5개씩 제한 없이 구매하거나, 약사가 특정인에게 많은 수량을 몰아줘도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15일 서울 마포구·종로구·중구에 위치한 약국 16곳과 편의점 5곳에 자가진단키트 재고를 문의한 결과, 약국 6곳과 편의점 1곳에서만 재고가 있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기자와 만난 약사와 시민들은 구매 물량 제한 정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마포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는 "운이 좋거나 시간이 많은 사람은 여러 곳을 돌며 5개씩 구매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구할 수 없게 되지 않나"라며 "막말로 약사가 나쁘게 마음먹고 10개씩, 20개씩 팔면 무슨 수로 규제할 수 있나. 약사 양심에 맡겨두는 꼴이다"라고 전했다.
종로구의 약사 B씨도 "재고 없는 상황이 오래 됐다. 들어와도 소문이 나면 여러 명이 와서 금방 사간다"며 "하루에 재고 있냐고 묻는 사람만 200명인데, 그들이 동네 돌면서 싹슬이하면 어떻게 막을 건가"라고 말했다.
자가진단키트를 구매하려고 동네를 돌고 있다는 직장인 김모(25)씨는 "마스크 때처럼 신원을 확인하고 다른 곳에서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면 몰라도, 이렇게 약국별로 5개만 팔라고 하는 건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마스크 때는 초반에만 물량이 부족했지, 나중에는 언제든 약국에 가면 내가 구입할 수 있는 5개는 있겠지 하는 안도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불안하다"고 전했다. 이어 "5개로 제한해도 구매하기 어렵다. 오전부터 돌고 있는데 한 곳에서 5개 구매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한편 자가진단키트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약국도 발견할 수 있었다. 중구의 한 약국에서는 "(자가진단키트를) 수백 개 갖고 있다"며 "사람들이 키트를 많이 찾기 전부터 물량을 많이 확보해 놨다"고 전했다. 중구의 또 다른 약국에서도 "수십 명이 와서 살 수 있는 분량을 확보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두 약국의 약사는 모두 확보 방법과 경로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일부 약사는 구매 물량을 1인당 1회 5개로 제한하고, 개당 6000원으로 가격이 지정된 것을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전했다.
마포구에 위치한 약국의 약사 C씨는 "마스크 판매 물량 제한이나 가격 지정에 대해 식약처에서 공문이나 지침이 내려온 게 하나도 없다"며 "식약처에서 그렇게 정했다는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마포구의 또 다른 약사 D씨는 "식약처든 어디든 (자가진단키트를) 얼마나 어떤 가격으로 팔라고 전화하거나 지침을 보낸 곳이 없다"며 "마스크 때도 그렇고 약국은 정부가 정하는 대로 따르기만 해야 하나"라고 전했다.
이날부터 자가진단키트 판매가 시작된 편의점을 중심으로도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앞서 CU는 래피젠 제품 100만개를 확보하고, 전국 1만5800여 점포에 자가진단키트를 우선 공급한다고 전했다. GS25도 래피젠 자가검사키트 80만개 가량을 확보해 15일부터 점포별로 공급한다고 밝혔다. 세븐일레븐은 휴마시스 제품 100만개 확보해 오는 17일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이날 만난 한 가맹점주는 "첫날이라 아직 판매한 적도 없고 뭐가 뭔지 잘 모른다"며 "본사에서 하나에 6000원씩, 한 사람에 5개 이하로 판매하라고 지침이 내려온 걸로 안다"고 전했다.
네이버 카페 'CU 가맹점주모임'에서는 자가진단키트 발주 관련 안내문을 두고 "진단키트 포장을 어떻게 하라는 건지…비닐장갑 있던데 장갑에 포장하라는 거냐", "포장한 분들 사진 부탁한다. 막막하다", "포장은 우리가 계속해야 하나", "의료기기 판매업 신청하라고 해서 면허세 2만7000원 냈는데, 의료기기 인허가 여부 무관이라고 하는군요. 면허세 이거 어쩔" 등의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관계자는 "식약처 홈페이지에 두 차례 공지를 올렸고, 대한약사회와 지자체에 두 차례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며 "모든 약사와 편의점주에게 개별적으로 지침이나 공문을 내리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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