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흘린 제갈성렬 감독 "불가능을 가능으로, 믿기지 않아"[베이징2022]

기사등록 2022/02/12 21:00:30

소속팀 제자 차민규 은메달 현장에서 중계

[베이징=뉴시스]제갈성렬 감독.
[베이징=뉴시스]권혁진 기자 = 소속팀 제자 차민규(의정부시청)의 은빛 질주를 현장에서 지켜본 제갈성렬 의정부시청 빙상팀 감독은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누구보다 차민규의 고생을 잘 알고 있기에 감정을 추스리기 어려웠다.

차민규는 12일 중국 베이징의 국립 스피드스케이팅오벌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34초39를 기록했다.

2018년 평창 대회에서 은메달을 거머쥔 차민규는 34초32의 올림픽 기록을 수립한 가오팅위(중국)에 0.07초 뒤진 2위로 두 대회 연속 시상대에 올랐다.

SBS 해설위원으로 베이징을 찾은 제갈 감독은 레이스 시작부터 기자석을 모두 뒤덮을 정도의 쩌렁쩌렁 목소리로 차민규의 이름을 목 놓아 외쳤다. 차민규가 초반 100m를 빠르게 통과하자 데시벨이 치솟았다. 소속팀 감독의 응원 덕분인지 차민규는 4년 전보다 좋은 기록으로 은메달의 주인이 됐다.

중계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마주한 제갈 감독은 "불가능을 가능케 한 경기였다. 평창 이후 대체복무, 부상으로 재활과 보강치료를 병행하느라 연습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고 힘들었던 과정을 소개했다.

제갈 감독은 "보통 (초반 100m를) 9초7에 빠지는데 9초6이 나오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그런데 9초6대(9초64)에 빠졌다"고 짚었다.

준비 과정에서 차민규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스케이트 날이었다. 일반적으로 선수들은 1년에 1~2회 날과 구두를 교체하는데 예민한 편인 차민규는 그 빈도가 더 잦다. 그런데 최근까지도 최적의 조합을 찾지 못하면서 애를 먹었다.

제갈 감독은 "올 시즌 1~4차 월드컵 때도 적응을 못해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나랑 이강석 코치가 한 달 동안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고 전했다.

 제갈 감독은 과거 그의 장비 코치에게 여러 차례 도움을 요청했고, 코치가 힘 써준 덕분에 불편했던 부분을 해소할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베이징(중국)=뉴시스] 김병문 기자 = 12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 스케이팅 오벌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 한국 차민규가 은메달을 확정하고 태극기를 들고 있다. 2022.02.12. dadazon@newsis.com
4년 전 은메달리스트임에도 차민규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조명을 받지 못했다. 올 시즌 월드컵 랭킹이 11위에 머물렀던 탓이다. 전문가들도 차민규를 7~8위권으로 봤다.

제갈 감독은 "단기간 (스케이트) 세팅을 끝내고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황에서 베이징에 왔다. 준비 과정은 완벽하지 않았다"면서 "포기하지 않으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모르겠다"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국민들께 너무 감사하다. 앞으로 우리 선수들 모든 종목에 영향을 끼칠 것 같아서 기쁘다. (흥분해서) 정리해 말하기가 어렵다"고 웃었다.

한 번은 '깜짝'이 될 수 있지만, 두 번 반복되면 분명 실력이다. 올림픽 같은 큰 무대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무덤덤하면서도 묵묵히 제 할 일을 해내는 차민규의 성격이 중요할 때마다 빛을 발휘하는 모습이다.

제갈 감독은 "큰 무대에서도 긴장을 별로 안 한다. 아무 감각 없이 덤덤하다. (앞에 탄 선수의 기록이 좋으면) 대다수는 영향을 받는데 쟤는 안 받는다. 그게 정말 장점이다. 앞에서 그런 기록을 내도 쟤는 걱정이 안 된다"면서 "어제 저녁에 통화했는데 '후회 없이 자신감있게 자신을 믿고 하면 된다고 하니 '네'하고 끝내더라"고 껄껄 웃었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던 스피드스케이팅은 남자 1500m 김민석(성남시청)에 이어 벌써 두 개째 메달을 가져왔다. 남은 주자들도 많다. 제갈 감독은 "염원해주시고 응원해주시면 좋은 성적이 날 것 같다"면서 관심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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