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강력제재 불가피한데…기존 사업들은 어쩌나

기사등록 2022/02/01 16:00:00

서울시 "등록말소 포함 강력 행정처분 할 것"

면허취소 피해도 1년8개월 영업정지 가능성

브랜드 이미지 훼손에 신규 수주 어려워

기존 수주 현장, 계약 취소 요구 연이어

처분 전 착공한 공사는 계속 진행 가능

신평사들, 신용등급 하향 조정 움직임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광주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를 수사하고 있는 고용노동부와 경찰 관계자들이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를 압수수색 중이다. 사진은 19일 오후 압수수색 중인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의 모습. 2022.01.19.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광주 학동 재개발 사업장 붕괴사고'와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를 낸 HDC현대산업개발이 당국의 강력 제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와 서울시가 등록말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고, 영업정지 처분이 떨어지더라도 경쟁력을 잃고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

1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달 28일 "부실시공으로 인명피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건설업 등록 말소를 포함한 강력한 행정처분을 할 것"이라며 "국토교통부에서 사실관계를 명백하게 조사한 뒤 처분요청이 오면 신속히 행정처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산법 제83조에 부실시공으로 공중의 위험이 발생하게 된 경우 건설업 등록을 말소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또 같은 법 제80조는 고의나 과실로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해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야기, 공중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 영업정지기간을 1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시행령 규정이 건산법 입법 취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행정처분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어 국토부에 시행령 개정을 촉구한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행정처분 권한을 가진 서울시에 대해 정치권의 압박도 강력해지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지난 달 26일 서울시청을 찾아 오세훈 시장을 면담하고 현대산업개발의 면허 취소를 요청했다. 심 후보는 "오 시장에게 면허 취소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말씀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성수대교 붕괴 사건이 났을 때 동아건설의 면허가 취소됐었다"고 말했다.

등록말소까지는 아니더라도 장기간의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면 현산은 사세가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학동 참사 관련 8개월, 화정 아파트 사고로 1년의 제재를 받으면 최장 1년8개월까지 영업을 하지 못한다.

신규수주 금지라는 직접적인 페널티에 더해 기존에 수주한 계약 중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현장은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도 있다. 오는 3월 착공을 앞둔 광주 운암3단지 재건축정비조합이 시공사 계약 해지를 검토 중이다.

다만 둔촌주공과 개포주공1단지 등 영업정지 전 착공해 공사가 진행된 계약은 계속 시공이 가능하다.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은 착공이 눈앞으로 다가왔는데, 행정처분이 내려지기 전 공사가 시작되면 이 역시 중단할 수 없다. 이들 단지는 시공사 교체가 불가능하다면 단지명에서 '아이파크'를 빼자고 주장하고 있다.

아직 영업행위에 제한은 없기에 현산은 수주전에 적극 참여하는 상황이다.

유병규 현산 대표이사는 최근 경기 안양시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 조합원에 보낸 자필 편지에서 "중대한 사고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회사의 안전관리 및 현장운영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고 있다"며 "1985년 저희 HDC현대산업개발이 준공해 35년간 조합원님과 함께 한 관양현대아파트의 제2의 탄생도 맡겨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하지만 여론 악화와 브랜드 이미지 타격으로 시공사 선정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개발사업, 광운대 역세권 사업, 청라의료복합타운 등 대규모 개발사업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잠실 마이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 컨소시엄을 지정했다.

이 컨소시엄에는 한화그룹이 39%, HDC그룹이 20%의 지분을 갖고 사업의 주관사로 참여한다. 서울시와 한화컨소시엄은 내년 상반기 협약을 체결하고 하반기 착공을 추진할 계획인데, 현산이 영업정지 상태에 놓이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현산이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는 광운대 역세권 개발사업은 올 하반기 착공 예정이다.

한편 신용평가사들은 현산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현산을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고,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6일자로 현산의 무보증사채와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등록했다.

선지훈 한신평 연구원은 "사고 현장과 관련한 원가 및 비용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특히 전체 전면 철거 후 재시공하는 방안이 결정되면 장기간의 준공 지연, 추가 공사에 따른 원가 투입, 수분양자 보상 등으로 손실 및 자금 소요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 연구원은 "브랜드 인지도, 시공 역량 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예정 사업장의 분양 진행과 신규 수주에도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장기화되면 금융비용 누적, 분양대금 유입 지연, 시공 계약 취소 가능성 등으로 수익성과 현금흐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태경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주택부문 의존도가 높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감안할 때 주택브랜드 평판 훼손은 수주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광운대 역세권사업, 청라의료복합타운 등 주요 개발사업 진행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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