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임인년, 경기도 곳곳에서 호랑이 족적 찾다

기사등록 2022/02/01 07:00:00 최종수정 2022/02/01 15:33:44

호명산·호장골·범둣재·범실·범배산·복호리…'호랑이'에서 유래된 지명

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와 '수호랑', 경찰 마스코트 포돌이·포순이 등

에버랜드 호랑이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검은 호랑이의 해 '임인년(壬寅年)'을 맞아 호랑이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옛날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라는 말에서 보듯 호랑이는 예로부터 우리와 늘 함께해온 동물이다. '산의 주인'으로 불리는 호랑이는 신성한 존재로 여겨졌고, '호랑이와 곶감' 같은 동화에서는 친숙한 동물로도 묘사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 '호돌이'와 2018년 평창올림픽 '수호랑', 경찰의 마스코트 포돌이·포순이 등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마스코트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동물이기도 하다.

호랑이는 단군신화를 비롯해 신화, 설화, 속담 등 다양한 형태로 우리 문화에 깊숙이 자리해온 만큼 지명 유래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평군 청평면 호명리 호명산, 호명호수 *재판매 및 DB 금지

1일 국토지리정보원, 경기도 등에 따르면 가평군 청평면 호명리에 우뚝 솟은 632m 호명산(虎鳴山)은 과거 호랑이가 많이 서식해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는 데서 유래됐다.

산의 남쪽 아래로는 청평호반을 끼고, 서쪽 아래로는 조종천이 굽이쳐 흐르고 있어 정상에 올라서면 마치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듯한 광경을 볼 수 있다. 인근에는 호명산의 수려한 산세와 더불어 백두산 천지를 연상시키는 '호명호수'도 있다.

호명산 주변 '범울이' 마을도 호랑이와 관련이 있다. 지대가 험해 범도 울면서 지나다녔다 해서 '범울이'라고 한다.

안산시 상록구 양상동에는 '호장골'이 있다. 호랑이 발처럼 생겼다고 해서 호장골이라고 불린다. 큰호장골과 작은호장골이 있으며, 큰호장골에는 정언벽 선생 묘와 묘갈(머리 부분을 둥글게 다듬어 무덤 앞에 세우는 비석)을 비롯한 나주정씨 묘역이 있다.

안산시 단원구 대부북동 '범둣재'는 대부초등학교 뒷산으로, 범의 머리처럼 생겼다고 지어진 이름이다. 이 산은 '와골'에서 시작해 범둣재에서 그치는데, 와골 쪽이 범의 꼬리이고 범둣재 쪽이 범의 입이다. 범의 입이 상동쪽을 향하고 있어 옛날에는 상동 쪽에서 소를 키우기 힘들었다고 한다.

여주시 금사면 '윗범실', '아랫범실'은 재미있는 유래가 전해 내려온다.

옛날 어느 상주와 지관이 묏자리를 구하러 이 마을을 지나다가 호랑이가 입을 크게 벌리고 아픈 표정으로 소리를 내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지관이 다가가 입속을 살펴보니 비녀가 걸려있어 그것을 꺼내주자 호랑이가 고맙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라졌다. 그 뒤 그곳에 묏자리를 쓰게 된 상주의 집안은 번창했으며, 이때부터 이 마을을 '범실'이라고 부르게 됐다.

마을 주위 산 모양이 범과 같고, 범이 자주 출몰해 '범실'로 불렸다고도 한다.

시흥시 광석동, 하중동, 하상동에 걸쳐 있는 높이 140m의 '범배산'은 산의 지세가 '호랑이가 새끼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형국'이라고 해 '범배산'이라고 칭한다. 조선의 화가 단원(檀園) 김홍도가 화첩을 들고 범배산을 거닐며 그림 구상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밖에 ▲파주 적성면 두자리 '범바위'(마을에 범처럼 생긴 바위가 있다) ▲남양주시 화도읍 가곡리 '범선골'(예전에 호랑이가 항상 살던 곳) ▲포천시 창수면 가양리 '범되미'(마을의 상부 큰 바위를 범이 짚고 건너다닌다) ▲화성시 우정읍 호곡리 '범아지'(산지형이 호랑이 형상)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범령골'(마을 뒷산에 나무가 우거져 범이 있었다) ▲안성시 양성면 노곡리 '범티'(범이 보금자리를 잡고 살았던 곳) ▲안산시 단원구 원시동 '범직'(범이 자주 출현) ▲이천시 대월면 장평리 '범골'(범이 많았다) ▲구리시 갈매동 '범데미'(고개를 지날 때면 항상 범에게 위협을 받고 범이 뛰어다녔던 곳) 등 '호랑이'에 관련된 다양한 지명이 존재한다.

화성시 최루백 효자각 *재판매 및 DB 금지

호랑이와 관련된 설화도 있다. 화성시 봉담읍에 위치한 화성시 유형문화재 제2호 '최루백 효자각'이다.

최루백(?~1205)은 과거에 급제해 기거사인과 한림학사 등을 역임했다. 최루백은 15세에 아버지 최상저가 호랑이에게 해를 당하자 호랑이를 죽여 부친의 원수를 갚았다고 한다. 이에 세종은 '삼강행실도'에 그의 효행을 싣게 해 만인의 귀감이 되도록 했다.

최루백 효자각은 그의 효심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으로, 최루백의 효행과 관련한 내용은 '고려사'를 비롯해 '삼강행실도', '오륜행실도',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에 기록돼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마을의 옛 지명에서 착안한 호랑이를 활용해 미술마을로 거듭난 곳도 있다.

안성시 금광면 '복거마을'은 과거 마을 뒷산의 형세가 호랑이 모양을 했다고 해 복호리(伏虎里)로 불렸다. 이후 이 마을에 예부터 복이 많은 부자가 살았다고 해 '복거리'로 개칭했다.

복거마을은 2009년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공모사업에 선정돼 '호랑이'라는 테마로 마을을 꾸몄다. 마을 곳곳에서 각종 예술작품과 담장 그림을 통해 생활 속 예술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

이임섭 복거마을 이장은 "검은 호랑이해라 그런지 많은 분들이 복거마을을 찾아주고셔서 감사한 마음이다. 임인년 새해에는 호랑이의 기운을 받아 코로나19도 물러가고, 국민 모두 건강하고 편안한 해가 되길 바란다"라고 새해 덕담을 전했다.

안성시 금광면 복거마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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