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화웨이식 제재 검토…반도체 공급 차단
전략 부문 제한·일상 기기 확대 여부 놓고 검토중
러, 가전제품·반도체 대량 생산 안해 "타격 전망"
단일기업 넘어 국가 전체로 확대하는 "유례없어"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회담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러시아 전략산업에 피해를 줄 강력한 수출 통제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인공지능과 양자컴퓨터부터 민간 항공우주까지 러시아 전략산업에 피해를 입히는 새로운 수출 통제를 가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당국은 또한 스마트폰, 태블릿, 비디오 게임기의 일부에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이 규제를 보다 광범위하게 적용하기로 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이 검토 중인 러시아에 대한 수출 통제 방안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가한 제재와 비슷한 개념이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반도체 공급처를 끊어버렸던 것처럼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경제 제재로 공급망을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의 통신장비가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면서 화웨이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부품들을 공급받지 못하도록 강력한 수출 통제를 단행했다. 2019년 5월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금지시킨 데 2020년 9월엔 미국 이외의 반도체 기업이더라도 미국 기술을 부분적으로라도 활용했다면 화웨이에 제품을 팔기 위해서는 미 상무부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했다.
제재는 화웨이가 사상 처음으로 연간 수익을 감소시켰고, 실제로 화웨이는 작년에 거의 30% 급감했다.
해외 직접 제품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스마트폰에서 제트기, 양자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반도체가 모든 현대 기술이 의존하는 제품의 중요 부품이라는 데서 비롯된다. 이 같은 수출 통제가 현실화하면 미국 기술을 사용해 만든 다른 국가 기업들의 상품도 러시아에 수출하는 것을 중단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
화웨이와 같은 단일 기업을 넘어 국가 전체로 규제가 확대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러시아는 가전제품이나 반도체를 대량으로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만, 한국, 미국, 유럽, 일본이 장악하고 있는 첨단 컴퓨팅에 필요한 최고급 반도체를 만들지 못한다.
조지타운대 보안 및 신흥 기술 센터의 분석가인 윌 헌트는 러시아의 반도체 수입을 차단하는 것은 "인공지능이든 양자컴퓨터든 러시아 지도부의 첨단기술 야망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미 정부는 수출 규제를 전략 부문으로 제한할지 아니면 일상 기기로 확대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관리들은 말했다.
폴 트리올로 유라시아그룹 기술 정책 책임자는 "어느 쪽이든 미국 반도체 공급망을 국가 전체에 대해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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