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美 위협 핵 배치 가능성"…'핵전쟁 위기' 쿠바 사태 재연되나

기사등록 2022/01/17 15:55:16 최종수정 2022/01/17 16:23:43

NYT "미·나토, 우크라 침공 넘어선 위협 가능성 경계"

푸틴 "레드라인 넘으면 비대칭·신속·강력 군사대응" 경고

푸틴 "美인근에 극초음속 미사일…5분이면 타격" 언급도

러 외무차관은 "쿠바 등 중남미 미사일 배치 검토" 시사

사이버·정보전 동시 강행 가능성도…美정부도 경고해 와

현실성 높은 건 우크라 침공…美 "위장 공작원 침투" 분석

푸틴·시진핑 협력 강화 움직임…"바이든 對中 정책 발목"

NYT "실제 위협 아닌 시선끌기용 협박·허풍 가능성도"

[서울=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서울=뉴시스] 신정원 기자 =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미·서방국 간 빈손 협상 후 긴장이 더욱 고조되면서 러시아가 미국을 위협하는 잠재적인 핵 전쟁 위기까지 내몰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향후 벌어질 일을 시뮬레이션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 침공을 넘어선 위협을 가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특히 핵전쟁 문턱까지 갔던 지난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러시아가 미국 해안선 인근에 핵 무기를 배치함으로써 발사 후 대응(경고) 시간을 5분 이내로 단축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서방국이 러시아를 위협하는 '레드 라인'을 넘을 경우 예상치 못한 대응을 명령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적들이 우리의 근본적인 안보 이익을 위협할 경우 러시아의 군사 대응은 비대칭적이고 빠르며 강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그해 11월엔 러시아가 미국 본토와 가까운 거리에 잠수함 기반 극초음속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토의 우크라 내 군사력 확장은 단 몇 분 간의 경고 만으로 러시아에 핵 공격을 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러시아 역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기존의 방어망을 회피할 수 있는 음속 5배 이상의 무기를 갖게 될 것"이라며 "비행 시간은 5분이면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러 안보 회담에서도 러시아 측은 우크라 침공 계획이 없다고 거듭 주장하면서도 동시에 "불특정 지역에 불특정 무기 시스템을 배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것은 러시아가 전술핵무기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 등 새로운 핵 무기 배치를 고려할 수 있다는 미국 정보기관 평가와 일치한다고 NYT는 지적했다.

또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지난 13일 현지 언론에 "서방과의 회담이 결렬되고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면 쿠바와 베네수엘라에 군사 인프라를 배치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브뤼셀=AP/뉴시스]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앞줄 맨 왼쪽)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왼쪽 두번째), 알렉산드르 그루슈코 러시아 외무차관(오른쪽 두번째),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맨 오른쪽)이 12일(현지시간) 나토 본부에서 나토·러시아위원회 회의 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2.01.12. *재판매 및 DB 금지

사이버 공격 및 정보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NYT는 "푸틴 대통령으로선 미국 기반시설에 악성코드를 심기 위해 많은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다"며 "미 정부는 이미 러시아가 미국 전력망에 많은 악성 코드를 설치했다고 오랫동안 경고해 왔다"고 지적했다.

지난 14일 우크라 정부 웹사이트 70곳을 다운시킨 사이버 공격도 러시아가 자행했을 가능성이 나왔다. 우크라는 "많은 증거들이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고 주장했고 미국은 아직까지 러시아 소행이라고 단정하진 않았지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크라스노다르=AP/뉴시스]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 인근 한 훈련장에서 러시아 전차가 전술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로스토프 지역에서 군사훈련을 했다. 최근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러시아가 군병력을 증파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러시아는 이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부 확장 움직임 때문이라며 맞대응하고 있다. 2021.12.15.

물론, 현재 지상 병력 배치 규모를 감안할 때 가장 현실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우크라를 침공하는 것이다. 우크라 전체 지역이 아니라 친러 분리주의자들이 세력화한 동부 돈바스 도네츠크 및 루한스크 지역이나 드네프르 강까지 진격하는 시나리오다.

더욱이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침공 명분을 만들기 위해 폭발물 훈련을 받은 자국 공작원을 우크라 동부에 침투시킨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이 러시아를 공격하는 것처럼 '위장'함으로써 공격 구실을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 고위 관리는 러시아 침공 가능성과 관련해 "5~6가지 옵션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신화/뉴시스]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28일 베이징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화상 회담을 하고 있다. 시 주석은 화상 회담을 통해 양국이 맺은 '선린우호 협력조약' 연장에 합의했으며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은 새로운 유형의 국제 관계의 모범"이라고 말했다. 2021.06.29.

이런 와중에 러시아와 중국 간 긴밀한 협력도 미국의 신경을 거스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2월4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은 중국을 가장 복잡하고 장기적인 경쟁 상대로 보고 있지만 러시아에 관심을 더 두도록 하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더 큰 전략적 목표를 훼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NYT는 전했다.

다만 이 같은 일련의 흐름이 바이든 대통령의 시선을 잡아 끌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우크라 등 옛 소련 국가의 나토 가입을 막고 러시아 인근 지역에 나토 연합군 및 무기 배치를 철수시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란 설명이다.

NYT는 "이 모든 것이 허풍일 수도 있고, 러시아의 위협 캠페인의 일환일 수 있다"며 "중국과의 경쟁에 집중하길 원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시선을 끌기 위해 푸틴 대통령이 여전히 엄청난 혼란을 야기할 수 있음을 상기시키는 방법일 수도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wshi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