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신예 작가 위수정이 첫 소설집 '은의 세계'(문학동네)를 내놨다.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무덤이 조금씩'으로 당선된 작가는 당시 "천천히 죽어가는 인생과 그 사이에 출몰하는 사랑의 숙명을 섬세하고도 날카롭게, 고통스럽지만 차분하게 그려낸다"는 평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4년간 써온 작품 8편을 책 한권에 묶었다. 첫 소설집에는 '시대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당찬 기백'을 지녔다는 평과 함께 '이 계절의 소설'에 선정된 '은의 세계'와 현대문학상, 김유정문학상 후보작에 오른 '풍경과 사랑' 등의 작품들이 실렸다.
정답을 가르쳐주지 않는, 판단하지 않는, 무엇 하나 온전히 믿거나 이해할 수 없게끔 거리를 두는 작가의 소설은 외려 그 거리감을 통해 읽는 이의 내밀한 곳을 건드린다.
내 것이 아닌 척 숨겨두고만 싶었던 치부와 욕망을 들추는 이야기는 일상의 매끄럽고 섬세한 표면에 균열을 내고 깨뜨리며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킨다.
표제작 '은의 세계'가 작가의 소설이 가진 이 같은 독특함을 보여준다.
이 소설에서 '하나'와 '지환' 부부는 팬데믹으로 처지가 어려워진 하나의 사촌동생 '명은'을 청소 도우미로 고용한다. 명은은 오빠 '경은'과 함께 하나의 부모에게 맡겨져 자랐는데, 하나는 자신과 그들이 친남매 같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환은 하나가 명은에 대해 말하지 않은 것들을 하나둘 발견할 때마다 그 이야기의 어딘가에 빈틈이 있다고 느낀다.
특히 경은의 죽음을 둘러싸고 그가 도둑질을 하다 도망치려던 중 추락한 것이라고 말하는 명은과 달리 그것이 친구의 집에서 일어난 사고였다고 말하는 하나를 보며 지환은 서로 다른 진술을 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혼란스러워진다.
이처럼 작가의 소설 속 인물들은 각자 말해야 할 순간에 침묵하거나 숨겨야 할 것을 말함으로써, 서로를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세계 안에 들어가기를 택한다. 그 세계 속에서 진실과 거짓말은 뒤섞인 채 구분할 수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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