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핵 폐기한 부다페스트 각서, 휴지조각 돼"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충돌을 계기로 북한의 비핵화 거부가 한층 완강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5일 '우크라이나 사태와 유라시아의 위기: 원인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북한 핵 문제와 한반도 정세의 장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 위원은 "북한은 핵을 포기한 뒤 결국 무너지고 만 리비아 카다피 정권과 이라크 후세인 정권의 몰락을 봤다"며 "북한은 이제 우크라이나의 고초를 보면서 절대 핵을 포기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더 굳혀 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옛 소련 해체 후 우크라이나의 핵 폐기와 안보 및 주권 보장을 맞교환한 1994년의 부다페스트 각서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으로 인해 휴지조각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의 크림병합은 중국에게 자국의 안보를 구실로 유사시 북한에 대한 개입을 정당화시키는 근거와 선례를 제공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박 위원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한국에도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불안정 요인을 면밀히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제기된다"며 "우크라이나 사태의 악화는 미러 대립과 미중 패권경쟁의 격화, 한반도정세의 불확실성, 에너지 안보의 증대, 미국의 동맹압박 강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위원은 또 "우크라이나와 한국이 처한 안보 상황이 다르지만 양국 모두 유럽과 러시아,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인 국가'라는 공통점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어느 한쪽으로 대책 없이 과도하고 일방적인 편승이 심각한 안보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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