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호소'가 쏘아올린 특수학교…文, 설립 확대 의지 확인(종합)

기사등록 2021/12/29 15:01:24 최종수정 2021/12/29 18:26:44

공주대 부설 특수학교 기공식·간담회…체계적 지원 약속

'무릎 호소' 학부모 앞에서…文 "다시는 무릎 꿇을 일 없게"

김정숙, 文 학창시절 미담 소개…"불편한 친구 업고 소풍"

학부모 "특수학교는 발달장애 아이의 희망…다양화 필요"

[공주=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충남 공주시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에서 열린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 설립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2.29.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태규 김성진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29일 3년 뒤 정식 개교를 준비 중인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 현장을 찾았다. 집권 첫 해 장애 부모의 이른바 '무릎 호소' 뒤 속도가 붙은 '특수학교 설립 확대' 공약 이행 첫 현장 사례를 확인했다.

문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전 충남 공주시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에서 열린 공주대 부설 특수학교 설립 기공식에 참석했다. 공주영상보건대학을 전신으로 둔 옥룡캠퍼스는 장애인의 사회적 자립에 특화된 국내 첫 직업교육 특성화 학교다. 공주사범대 부설의 특수학교는 오는 2024년 3월 정식 개교를 목표로 이날 첫 삽을 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제시한 100대 국정과제에서 5년 임기 내 전국에 특수학교 18개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성별로 공주대(직업교육 특화)와 부산대(예술 특화) 산하 특수학교는 2024년 3월, 한국교원대(체육 특화) 산하 특수학교는 2025년 3월 문을 열 예정이다.

그 중에서 공주사범대 부설로 준비 중인 특수학교는 국내 첫 국립 직업교육 특성화 특수학교라는 데 남다른 의미가 있다. 1~3학년별 각 6개학급씩 총 18개 학급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126명 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제과·제빵, 스마트 농업, 반려동물 관리 등 미래 직업교육을 통해 졸업 후 사회적 자립을 돕는 데 설립 목표가 담겨 있다.

◆'무릎 호소' 학부모 앞에서…文 "다시는 무릎 꿇을 일 없게"
 
[공주=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9일 충남 공주시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에서 열린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 설립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청취하고 있다. 2021.12.29. bluesoda@newsis.com
5년 전 혐오시설이라며 특수학교 개교를 완강히 반대하던 인근 아파트 주민을 향해 무릎 꿇고 호소했던 강서구 서울서진학교 학부모들의 깊은 울림이 이날 기공식 행사로 이어지게 됐다.

공립 서울서진학교는 2017년 9월 학교 개설 문제를 놓고 열린 공청회에서 장애아를 자녀로 둔 부모들이 지역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로 개교를 호소해 화제가 됐던 특수학교다.

이들 학부모들은 공청회 호소 두 달 뒤인 2017년 11월 서진학교 개교의 간절한 마음으로 청와대 문을 어렵게 두드렸다. 당시 김 여사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강서지부 소속 학부모를 맞아 위로한 바 있다.

이날 기공식 행사와 간담회에는 이하영 서울서진학교 학부모를 비롯해, 임경원 공주대 특수학교개교준비단장, 안지영·박솔이·이화영 공주대 특수교육학과 학생 및 교직원,  특수교육 현직 교원들이 다수 참석했다. 척수장애와 시각장애를 각각 극복하고 국회의원이 된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도 국회를 대표해 초청됐다.

문 대통령은 "장애 학생들에게 직업은 자립의 토대이자 사회 속으로 나아가는 기반"이라며 "다양한 적성과 흥미, 꿈과 요구에 맞는 직업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주=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충남 공주시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에서 열린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 설립 간담회를 마친 뒤 표형민 맑은소리 하모니카 앙상블 단원과 인사하고 있다. 2021.12.29. bluesoda@newsis.com
그러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질 좋은 교육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이 전국 곳곳에 더 많이 설립돼야 한다"며 "정부도 장애 학생들의 생애주기별 통합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직업교육 기반 확충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노력하겠다. 다시는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어야 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부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학부모들이 무릎 꿇어야 하는 일'은 5년 전 서울서진학교 학부모들의 사례를 의미한다. 특수학교 설립확대와 교육을 통해 장애인들이 편견없이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을 마지막까지 만들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 마무리 발언에서 "사실 국립대학교에 특수학교를 부설하고자 했던 생각은 지역사회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거부하는 그런 안타까운 일 때문에 모색하게 된 것"이라면서 "실제로는 정말 많은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이 원래 보유하고 있는 전문학과와 교수님 등 인적자원을 활용하면서 보다 특성화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서 "국립대학뿐만 아니고 (사립) 대학교에 특수학교를 부설하는 부분들도 넓어지도록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정숙, 文 학창시절 미담 소개…"다리 불편한 친구 업고 소풍"

[공주=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29일 충남 공주시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에서 열린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 설립 간담회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2021.12.29. bluesoda@newsis.com
평소 장애인 정책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온 김정숙 여사도 이날 간담회에 함께하며 장애 친구를 보살폈던 문 대통령의 학창시절 미담을 환기하는 것으로 행사 의미를 더했다.

"잘 알려진 제 남편의 일화가 있다"며 운을 뗀 김 여사는 "중학교 때 다리가 불편한 친구를 업고 소풍을 가는데, '쉬다, 가다'보니 소풍이 끝나서 친구들이 함께 (다리가 불편한) 그 친구를 데리고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는 감명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미담 속 실제 주인공은 과거 인천지방법원 부장 판사를 지내다 정년퇴임한 김영학 전 판사다. 김 전 판사는 문 대통령과 경남중·고등학교를 함께 나온 막역한 친구 사이다. 소풍에 빠지려 고민했던 자신이 소아마비로 인해 일행과 뒤쳐지자 문 대통령이 들쳐업었고, 이를 지켜본 다른 학생들이 교대로 업어줬다는 일화는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당사자인 김 전 판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재인이는 마음이 따뜻한 친구였고 사람들을 움직이는 친구였다"고 술회한 바 있다.

김 여사는 "비장애인이 갈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장애인의 자리가 마련돼 있는 세상을 위해 많은 분들이 부단히 노력해 왔다"며 "오늘 이 자리도 그런 노력의 결실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공주=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충남 공주시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에서 열린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 설립 기공식에서 박솔이 공주대 특수교육과 학생의 안내견 '평화'가 반가움을 표시하자 인사를 하고 있다. 2021.12.29. bluesoda@newsis.com
그러면서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함께 가려면 느리게 가라는 말이 있듯 오늘 첫 삽을 뜨는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가 장애 학생들 앞에 닫혔던 문을 열고 세상 속에 여러 갈래 길을 내주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서진학교 학부모 "특수학교, 발달장애 아이 희망…다양화 필요"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3월 문을 연 서울서진학교에 아이를 등교시킬 수 있게된 이하영 학부모는 간담회에 참석해 그동안의 어려움과 현재의 만족감, 향후 보완점 등을 자세히 언급했다.

그는 "서진학교 설립 과정에서 장애 아이들도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당연한 것이 당연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게 생각이 들었다"며 "서진학교가 개교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분들의 이해와 협력 덕분이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특수학교로 전학 오고 난 후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자신의 의사를 행동이 아닌 말로 표현하고 성격도 많이 차분해졌으며, 짜증과 화를 내는 경우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부모인 저도 이제 '더이상은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은 당하지 않겠구나, 우리 아이에게 맞는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놓이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서진학교 아이들처럼 더 많은 학생들이 자신에 맞는 학교에서 즐겁게 학교생활 하기를 바라본다. 특수교육으로 인해 많은 발달장애 아이들에게 희망이라는 꿈을 주고 싶다"며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맞춤형 지원을 위해 특수학교 다양화, 특성화, 전문화가 필요하다. 특수학교 설립은 복지가 아닌 권리의 실현이라 믿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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