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회찬 의원 법에 근간…3년만에 본회의 통과
사망자 1명 이상 등 중대산재에 사업주 처벌
경영책임자, 종사자 안전보건 의무 규정해야
경영계, 혼란 및 여론 심판 우려에…'예방' 방점
산업안전본부, 내년에도 현장점검 지속 병행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재로 사망한 고 김용균씨를 계기로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임박하며 산업 현장의 관심이 쏠린다.
무엇보다 이 법이 노동자의 산재 사망사고의 처벌 대상을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 지목하고 있는 만큼 기업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후진국형 산재 막자"…경영책임자, 안전 의무 위반 시 처벌
26일 관가에 따르면 내년 1월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토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 법은 20대 국회에서 발의됐다 폐기된 중대재해기업 처벌법률안에 근간을 둔다. 당시 고 노회찬 의원은 2008년 1월 4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천 냉동 물류창고 화재 사건을 계기로 법안을 발의했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21대 국회 들어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이를 보완해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고 1호 법안으로 정했다.
이후 2018년 발전소에서 홀로 근무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하청업체 노동자 김용균씨 사건을 계기고 산재 문제가 공론화되며 제정에 속도가 붙었고, 법안이 발의된 지 3년만인 올 초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는 매년 1000명 가까이 발생하는 산재 사고 사망자를 임기 내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현 정부 공약과도 결을 같이 한다.
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뉘며, 고용부는 이 중 중대산업재해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다. 중대산업재해란 사망자 1명 이상, 6개월 이상 치료를 요하는 부상자 2명 이상, 동일한 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내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뜻한다.
경영책임자는 대표이사와 같이 사업 총괄 권한이나 책임을 가진 이,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들은 종사자의 안전을 위해 안전 보건 확보 의무를 규정해야 하며 중대재해 발생 시 이를 어긴 것으로 확인되면 형사처벌, 교육 이수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근로자 사망 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며 징벌적 손해배상도 적용받을 수 있다.
이 법이 만들어진 것은 국내 산업 현장에서 아직도 추락, 끼임 등 재래형 산재가 끊이지 않고,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등과 같은 기존 법규로는 중대재해에 대한 제대로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반영한 결과다.
고용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는 2017년 964명, 2018년 971명, 2019년 855명, 2020년 882명, 올해 11월 기준 790명에 달하는데, 절반가량이 건설·제조업 내 끼임, 추락 등으로 사망하고 있다.
◆경영계 우려에 정부 "처벌보단 예방"…관리 감독 강화
노동계는 법 시행에 따라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보건 경영 인식이 제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경영계에선 경영책임자의 범위와 의무가 애매해 혼란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또 법이 근로자의 부주의 등으로 경영책임자에게 고의 중과실을 묻기 어려운 상황 등 예외 사유에 대한 면책 규정을 마련하지 않아 여론 심판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가 처벌보다는 예방에 방점을 두고 있는 만큼 이에 따른 관리 감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부는 지난 7월부터 기존 산재예방보상정책국을 산업안전보건본부로 확대 개편해 산재 예방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격주 수요일마다 '현장점검의 날'을 지정해 제조·건설 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추락사고 예방수칙 ▲끼임 사고 예방수칙 ▲개인보호구 착용 등 3대 안전조치에 대한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며 내년에도 점검을 이어갈 방침이다.
당장 내년부터 법이 적용되는 5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선 자율점검표를 보급하는 등 기업의 자율적인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을 유도하고, 사고가 잦은 기업은 감독과 안전보건 개선계획 수립 명령 등을 통해 관리를 강화한다.
2024년까지 법 적용이 유예된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안전보건 관리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노후화하거나 위험한 기계를 교체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간소화하고 대상도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고용부는 올해 산재 사고 사망자가 830~840명으로 연내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연말까지 산재 사망사고 감축을 위해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올해 들어 현장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며 "가시적인 산재 사망사고 감소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철저히 이행·관리하는 한편 국회와 협력해 관련 법령 제·개정 등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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