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앞두고 흔들리는 금융정책...피해는 소비자 '몫'

기사등록 2021/12/26 11:00:00 최종수정 2021/12/26 15:07:41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김병욱(왼쪽)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와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개편방안 당정협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2.2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대통령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금융권에 또 다시 '정치금융' 논란이 불 붙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장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에 따라 갑작스레 방향을 바꾸거나 무리한 정책들이 추진되면서 금융사와 소비자들에 혼란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방침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2일 발표한 내년 업무계획에서 중·저신용자 대출과 서민금융상품에 충분한 한도와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내년부터 차주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이 가계대출 총액 2억원 초과, 7월부턴 1억원 초과 차주로 확대됨에 따라 서민·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다.

금융당국은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위해 금융회사들이 자체수립한 공급계획을 제출받아 검토한 결과, 금융사들이 제시한 계획을 전부 인정키로 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당국이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요구하면서도, 가이드라인조차 제시하지 않아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중저신용자 대출에 대한 명확한 정의도 없다보니, 금융사들마다 각기 다른 기준으로 목표를 수립해 이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중저신용자 대출은 그간 인터넷전문은행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취급해 온 영역이다. 하지만 잇따른 대출 규제 강화로 서민과 취약계층 등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시중은행 등 1금융권에도 확대를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대출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일단 무엇인지 그 기준도 모르겠다"며 "금리 수준이 기준인지, 아니면 신용등급이 기준인지 개념조차 모호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국이 말하는 중저신용자 대출과 금융권이 말하는 개념이 다르고, 은행마다 또 쓰는 개념이 다 다른데 과연 어떻게 인센티브를 주고 페널티를 적용한다는 것이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보통 연말에 대출총량 목표치를 내는데 처음 제출했을 때만 해도 중저신용자 대출에 대한 얘기가 없었다"며 "하지만 갑작스레 다시 수정해 제출할 것을 요구했고, 그 때 처음 (중저신용자 대출에 대한)얘기가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급하게 진행하다 보니 기준점도 없고, 그러니 당연히 올해 시중은행들이 얼마큼 취급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이 안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충분한 합의와 고민없이 이뤄진 정책 결정으로 부작용만 나올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중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을 늘리면 상대적으로 고신용자들의 파이를 깎아먹을 수 있다"며 "그러면 고신용자들은 2금융권으로 넘어가게 되고, 그간 2금융권에서 받던 이들이 또 밀려나 대부업체 등으로 넘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이 확대되면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란 통계도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저신용자 대출이 확대되면 인터넷전문은행 신용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7%에서 올해 말 1.3%, 2022~2023년 중 1.7~2.2%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부실위험이 높은 중저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 확대는 연체율 상승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영건전성을 저하 시킬 우려가 있다"며 "또 인터넷전문은행의 신용대출 확대 과정에서 금융기관간 대출경쟁 증대는 향후 가계부채 관리에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전세대출 규제도 마찬가지다. 앞서 금융당국은 전세대출을 가계부채 폭증의 주범으로 꼽으며, DSR에 포함시켜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서민 주거안정을 위협한다는 비난 여론에 부딪히자 한 발 물러섰다. 이에 더해 올 4분기에 한해 전세자금 대출을 총량 관리 한도에서 제외시켰다.

당국은 내년부터는 다시 총량관리에 전세대출을 포함시키고 공적보증 비율을 축소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그러면서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모호한 입장으로 혼선을 주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대선후보들이 일제히 금융당국의 대출규제를 비판하며 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나서자, 금융위가 당초 마련해놓은 고강도 규제를 실행하는데 압박을 느끼는 것이 아니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렇다 보니 지난 23일 단행한 카드수수료 개선방안도 정치 논리에 따른 결정이란 의혹어린 시선부터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강화로 불만이 높아진 소상공인들을 달래기 위한 선심성 대책이란 것이다. 금융당국은 당정협의를 통해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를 0.8%에서 0.5%로 낮추기로 했는데, 이는 결국 카드업계로 책임을 전가한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의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이도저도 아닌 모호한 태도에 금융사 뿐 아니라, 당장 내년 자금계획을 세워야 하는 소비자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원칙없는 정책에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애초에 대출총량제 등 시장논리에 반하는 여러 정책들을 펼치다 보니 부작용이 발생했고, 민심의 역풍이 부니 일단 아우성을 치는 이들을 달래는 정책을 내놓는, 시장에 역행하는 정책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해 시장에 혼란을 줄 것이 아니라 시장논리에 따라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실수요 보호 문제는 소득과 신용도에 따라 대출이 나가는게 맞고 전월세 폭등과 부동산 가격문제는 금융정책이 아닌 부동산 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금융당국은 금융의 원리와 맞지 않는 정책을 펼치는 대신, 중심을 갖고 정책을 가져 가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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