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홍나현 "'쿠로이 저택'·'비틀쥬스'까지 올 한해는 기적 같은 해"

기사등록 2021/12/24 05:00:00 최종수정 2021/12/24 05:15:41

흥행작 잇달아 출연한 뮤지컬계 기대주

'쿠로이 저택'서 사랑스러운 에너지 발산

'비틀쥬스'로 뮤지컬어워즈 주연상 후보

2016년 데뷔…"초연 작품 매력에 끌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배우 홍나현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플러스씨어터에서 뉴시스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1.12.2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올 한해는 제게 기적 같은 해였죠."

뮤지컬계 기대주로 주목받는 배우 홍나현은 올해 꽉 찬 한 해를 보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공연 취소 등 어려움도 겪었지만, 올해는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와 뮤지컬 '비틀쥬스'에서 잇달아 주역으로 활약하면서 눈도장을 톡톡히 찍었다.

"코로나19로 취소된 공연에서 작가님을 만나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에 합류했고, 이 작품을 하면서 '비틀쥬스' 오디션을 봤는데 기적처럼 합격했죠. 쿠로이 팀의 언니, 오빠들이 정말 응원을 많이 해줬어요. '비틀쥬스'를 끝마치고 다시 또 이 작품의 본공연을 하니까 의미가 크죠. 무엇보다 두 작품에서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게 큰 선물이에요."

홍나현은 현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에서 지박령 '옥희'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2월 트라이아웃 공연을 거쳐 8개월 만에 본격적으로 올린 무대는 내년 1월9일까지 이어진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공연제작사 랑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관객들이 사랑해주셔서 돌아올 수 있었다"며 "지난 2월에 함께한 분들이 거의 모두 돌아와 뭉친 것만으로도 짜릿함이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서 지박령 '옥희'…"귀한 공연"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배우 홍나현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플러스씨어터에서 뉴시스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1.12.24. pak7130@newsis.com
폐가 쿠로이 저택의 지박령 '옥희'로 변신한 홍나현은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로 무대를 휘어잡는다. 귀신의 몸짓으로 겁을 주고 으름장을 놓기도 하지만, 순수하고 개구쟁이 같은 모습으로 사랑스럽고 밝은 매력을 발산한다.

"'옥희'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있는 반면 괴팍한 면도 있고 귀신들을 아우를 수 있는 에너지와 힘도 있죠. 제 안에 쓸 수 있는 모습을 모두 내보여야 하고, 실제 많이 꺼내서 쓰고 있어요.(웃음)"

그가 '옥희'를 처음 만났을 땐 귀신과 사람의 경계에서 중심을 잡는 게 관건이었다. 트라이아웃 공연 때는 '옥희'가 지금보다 더 귀신 같았다고 했다.

"귀신의 애환을 더 보여야 할지, 사람 같은 귀신이어야 할지 결을 잡는 게 중요했어요. 처음엔 영화 '링'이나 '엑소시스트' 등 공포 영화를 참고했죠. 그런데 연출님이 '옥희'는 귀신 같은 모습보다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데 그 방법을 모르는 것뿐이라고 했죠. 그래서 좀 더 사람 같은 결로 틀이 만들어졌어요."

이번 공연에서 '옥희'가 달라진 점은 "힘이 세졌다"고 했다. "발을 구르면 다른 귀신들이 나가떨어진다. 물리적인 힘을 이번에 추가해주셔서 한층 더 강해지지 않았나 싶다"며 "이번 공연에 임하며 '해웅'(남주인공)이나 다른 귀신들과의 교감에 더 신경 썼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공연 사진. (사진=㈜랑 제공) 2021.12.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작품은 홍나현에겐 귀한 공연이다. "사실 키 작고 어려 보이는 사람이 이끌어갈 수 있는 극이 많이 없어요. 치우친 역할을 하게 되죠. 극을 끌어가며 다양한 모습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이런 공연이 귀해요. 제겐 살풀이 같은 공연이었죠."

작품의 특별함은 배우들 케미에서도 빛난다. 연습 과정에서 애드리브가 실제 대본화된 것도 많다. 공연 중 실수도 애드리브로 거뜬하게 넘기며 웃음을 더 자아낸다. "참사에서 나온 시리즈가 있어요. 부채를 제대로 못 펼치거나 열리면 안 되는데 문이 열린 적도 있죠. 실수하면 하이에나처럼 다들 놓치지 않고 웃음을 드려요. 관객들도 더 좋아하죠. 서로 믿음이 있어서 할 수 있는 거죠."

아기귀신, 처녀귀신, 장군귀신, 선관귀신를 맡는 네 명의 배우는 1인2역부터 1인4역까지 해낸다. "코미디극에 베테랑 선배님들이 있으면 큰 힘이 된다"며 "우스갯소리로 우리팀에 개그계의 '메시'와 '호날두'가 있다고 한다. 원종환 배우와 김지훈 배우"라고 환하게 웃었다.

◆'비틀쥬스'로 첫 대형 뮤지컬…"성장할 수 있었던 작품"

지난 8월 막을 내린 '비틀쥬스'로 대형 뮤지컬에도 데뷔했다. 주인공 '비틀쥬스'와 함께 극의 중심을 잡아 이끌어가는 당돌한 소녀 '리디아' 역으로 열연했다. "무대만 커졌고, 마음가짐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외국 작품을 한국 정서에 맞게 바꿔나가는 과정이 너무 재밌더라. 라이선스는 처음이라서 그만의 매력을 흠뻑 느꼈다"고 돌아봤다.
[서울=뉴시스]뮤지컬 '비틀쥬스'의 홍나현. 2021.12.23. (사진=CJ ENM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리디아는 애증의 캐릭터였죠. 외국 음악감독님이 저희에게 할 수 있는 역할 중 가장 어려운 노래를 하는 캐릭터일 거라며 해낸다면 다른 어떤 작품도 할 수 있다고 했어요. 매일 넘버를 연습했고, 스스로 화가 나서 많이 울기도 했어요.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많이 성장했죠."

대선배인 유준상·정성화는 그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준상 오빠는 연습 전에 산에 다녀와요. 자기관리가 철저하죠. 성화 오빠는 쉬는 시간에 먼저 같이 맞춰보자고 하고 자문을 구하기도 해요. 후배나 동생이 아닌 동료로 대해주시는 게 놀라웠어요. 저런 선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죠."

홍나현은 '비틀쥬스'로 내년에 열리는 제6회 한국뮤지컬어워즈의 주연상(여자) 후보에도 지명됐다. 그는 "부끄럽다. 대단하신 선배님들 옆에 이름이 있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쑥스러워하며 "그것보다 '비틀쥬스'가 최다인 10개,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가 9개 부문 후보에 오른 게 너무 뿌듯했다"고 말했다.

"저는 뮤지컬 배우가 꿈입니다"라고 당차게 말했던 아이는 어느새 5년차 배우가 됐다. 초등학교 2학년 시절, 아버지가 찍은 영상 속 몰랐던 자신의 모습에 새삼 놀랐다는 그는 "끼는 타고났다. 어렸을 때가 더 무대 체질이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동요대회에도 자주 나갔고 노래, 춤, 연기를 다 하려면 뮤지컬 배우가 돼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아요. 진지하게 배우가 하고 싶다고 느낀 건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라는 공연을 봤는데, 사물을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고 카타르시스를 느꼈죠. 한계 없는 예술에 감탄했어요."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배우 홍나현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플러스씨어터에서 뉴시스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1.12.24. pak7130@newsis.com
예고에 이어 대학에서 연극영화과에 진학한 그는 바깥의 현장이 궁금했다. 21살 때 휴학 후 무작정 오디션을 봤고, 2016년 연극 '들오리-수원'에 출연하게 됐다. "현장에서 저의 부족함을 알았고 학교로 돌아갔다. 이후 다시 오디션을 봤지만 계속 떨어져 복학을 고민할 때 합격한 게 2018년 뮤지컬 '앤'이었다. 그때부터 쉬지 않고 무대에 서고 있다"고 밝혔다.

진득하게 배우의 길을 가고 싶다는 그에게 탐나는 작품을 묻자 "초연이 끌린다"고 답했다. 올해 무대에 선 두 작품도 모두 초연이다. "창작이든 라이선스든 초연이 너무 재미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 만들어낸다는 작업에 매력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이 일을 오래 할거예요. 저 자신도 사랑하며 그 에너지를 담아서 관객들에게 전해드리고 싶죠. 모토로 삼는 말이 있어요. '네가 하고 있는 캐릭터가 그 공연의 객석에서 보고 있어도 미안한 감정이 들지 않게 공연하라'는 말이죠. 그 캐릭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연기한다면 얼마나 미안하고 부끄럽겠어요. 그 마음가짐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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