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이성윤 보도' 기자 통신영장 정황…법조계 "분풀이 수사"

기사등록 2021/12/21 15:05:26 최종수정 2021/12/21 15:59:42

공수처, TV조선 가족 통신자료 조회

기자 상대로 통신 영장 발부 가능성

공수처 측, 불법사찰 아니라는 입장

"형식적 합법, 도덕적 비난은 받아야"

[과천=뉴시스] 조성우 기자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지난 16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1.12.16. xconfind@newsis.com

[과천=뉴시스] 고가혜 하지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TV조선 기자의 가족까지 통신조회를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공수처가 기자를 대상으로 통신영장을 발부받았을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고위공직자가 아닌 기자를 상대로 '강제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공수처는 TV조선 취재기자의 어머니와 동생에 대해 총 6차례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조회 주체는 수사과와 수사3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기자는 지난 4월 '공수처의 이성윤 황제조사' 보도를 했던 기자로, 지난 6월에는 공수처가 해당 보도와 관련해 CCTV 취득 경위를 뒷조사했다는 취지의 기사도 썼다. 기자 본인 역시 공수처로부터 4차례 통신자료가 조회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조회 사실을 파악한 TV조선 측이 정보공개를 청구하자 공수처는 '공무상 비밀누설 사건'으로 통신자료를 조회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이 고검장을 수사했던 전 수원지검 수사팀 측이 CCTV를 언론에 유출했다고 보고 내사를 벌인 바 있다.

공수처는 지난 13일 출입기자단에게 입장문을 보내 "현재 공수처 수사대상 주요 피의자들의 통화내역을 살핀 것이고, 사건 관련성이 없는 (기자 등) 수많은 통화 대상자들을 수사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했다.

그런데 기자 가족의 통신자료까지 조회되면서, 공수처가 당초 설명대로 고위공직자의 통화내역을 확보해 통화대상자를 살펴본 것이 아니라, 먼저 기자를 상대로 한 통신영장을 받아 기자의 통화내역을 확보한 뒤 역으로 올라가는 방식을 택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에 따라 수사기관이 통신사를 통해 직접 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전화번호·가입일해지일 등을 제공받는 '통신자료 조회'와 달리, 구체적인 통화일시·시간 등 통화내역·위치정보 등이 담긴 '통신사실확인자료'는 통신비밀보호법 13조의 '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에 해당해 관할 법원의 영장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공수처 측은 기자의 통화내역 등을 직접 들여다봤다고 해도 임의로 들여다본 것이 아니고, 영장을 받았다는 건 법원에서 허가를 해줬다는 것이기에 불법사찰이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공수처 수사대상이 아닌 기자를 대상으로 한 영장 청구는 통상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특정한 근거 없이 의심만으로 저인망식으로 훑는 것은 수사권 남용"이라며 "'이성윤 보도' 경위에 대해 수사하는 것은 분풀이 수사로, 내사 자체가 직권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참고인에 대해 무더기로 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기존의 법원이 늘 검찰의 민간인·언론 사찰에 도움을 줬다고 비판 받던 것과 똑같은 행위로,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해준 것 자체가 비난의 대상이 돼야 한다"며 "형식적 합법성을 갖추기 위해 영장을 받은 공수처 역시 본인들의 통신조회가 불법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으로, 법률적으로 처벌받지 않더라도 도덕적 비난은 분명히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검사 출신 변호사는 "(기자를 상대로 영장을 발부받는 것은) 통상적이진 않다. 예전에 수사할 때 그런 식으로 하진 않았다"며 "당연히 피의자나 1차 관계자를 상대로 해서 확인을 하고, 그게 연결이 되면 영장을 받을 수는 있지만 참고인만 먼저 통신영장을 받는다는 것은 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또 다른 검사 출신 변호사는 "공무상 비밀누설을 한 쪽을 먼저 확인할지, 받았다고 의심을 받는 기자를 먼저 할지는 수사 주체인 공수처가 판단하는 것"이라며 "(기자 쪽을) 먼저 하는 것이 진실 확인이 조금 빠르다고 생각하면 먼저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형사소송법상 원칙은 임의수사가 원칙이지만 수사기관은 어떤 것이 더 실체 발견이 빠를지를 계속 생각한다"며 "언론에 대해 수사 안하겠다고 표명했다고 하더라도 수사라는 것은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다른 사심이 개입돼 있지 않다고 한다면 강제수사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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