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 경제 성과" 발언에 李 과거 비판 행보 재부상
19대·20대 대선서 이승만·박정희 묘역 참배 안해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친일·독재·매국·학살세력"
'경선 추격자' 이낙연에 朴·全 옹호 의혹 제기도
윤석열 '全 옹호' 논란에 석고대죄 공개 요구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구경북(TK) 매타버스(매주 타는 버스)에서 이른바 '이승만·박정희·전두환 공과' 발언을 두고 야권에서 '내로남불', '말 바꾸기'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 후보는 보수의 심장인 TK 민심을 겨냥해 보수 진영 전직 대통령에 대한 공과에 입장을 표명하며 보수 지지층으로 외연 확장을 노린 모양새다. 특히 이념적으로 유연함을 보이면서 중도층이 선호하는 실용주의 후보임을 부각하려는 듯하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후보가 자신의 말을 뒤집어 스스로 '정치적 신뢰'를 잃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보수 표심을 얻으려다 진보 지지층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지난 11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찾은 뒤 즉석연설에서 "전두환도 공과가 공존한다”며 “전체적으로 보면 전두환이 삼저 호황(저금리·저유가·저달러)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인 게 맞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도 평가가 엇갈린다. 칭찬받을 만한 일이 하나 있다. 바로 농지개혁을 한 것"이라며 "그 이후 대한민국 경제가 정말 급속하게 성장했다. 지금처럼 양극화가 심하고 경제가 침체될 때 배워야 될 역사적 경험이다. 그 점에서는 인정을 할 만한 부분도 조금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대구 경북이 낳은, 평가는 갈리지만 매우 눈에 띄는 정치인이 있었다. 박정희다. 모든 정치인은 공과가 병존한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화의 성과를 냈다(10일 대구 동성로)", "명백한 과오가 있긴 하지만 대한민국을 산업화를 통해 경제 대국으로 만든 공이 있는 사람(11일 안동 중앙신시장)","경부고속도로를 포함한 산업화 기반 확보 노력·산업 대전환 되새겨볼 필요(12일 김천 추풍령휴게소)" 등 사흘 연속 박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이재명, 보수 대통령 맹비난…타 후보 '全 옹호' 논란 비판 선봉도 자임
이 후보의 잇단 보수 대통령 공과 발언은 그간 보수 진영 대통령을 맹비난해왔던 것과 맥을 달리하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17년 1월31일 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 후보 등록을 마친 뒤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지만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은 방문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당시 "우리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곳에 묻혀 있다고 한들 광주학살을 자행한 그를 추모할 수 없는 것처럼 친일매국세력의 아버지, 인권을 침해한 독재자에게 고개를 숙일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과 노태우 이명박과 박근혜로 이어지는 친일 독재·매국·학살 세력이 이 나라 다수 국민을 힘들게 하고 있다"며 "소수의 불의한 기득권자로부터 다수의 약자를 지켜지는 그야말로 정확한 의미의 민주공화국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제 몫을 다하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이 후보는 같은달 15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지지모임 '손가락 혁명군 출정식' 토크 콘서트에 참석해 "저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가장 싫어 한다"며 "광주에서 수백명을 학살하고 권력을 쟁취했는데도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아직도 예우를 해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집단학살을 저지른 권력자에 대해서는 예외 규정을 둬야 한다"며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적당히 봐줘서는 안 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10월10일 민주당 대선 후보 첫 공식 일정으로 국립대전현충원을 참배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첫 일정으로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은 것은 이 후보가 처음으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참배 논란을 피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는 지난달 23일 내란, 학살 사건 주범이라며 전 전 대통령 조문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 대선 경선 기간 이낙연 전 대표에게 박정희·전두환 옹호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전두환 옹호 의혹에 휘말리자 석고대죄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지난 7월17일 MBC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해 이낙연 전 대표를 겨냥 "박정희를 찬양하던 분도 계시지 않느냐"고 공격했다. 이 전 대표가 당시 지지율 격차를 좁혀오자 동아일보 기자 시절 전두환 옹호 칼럼을 쓰고, 전남지사 때 박정희 기념사업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는 사실을 꺼내든 것이다.
이 후보는 지난달 28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 대전환 선대위 출범식'에서 "철학도, 역사 인식도, 준비도 없는 후보에게 나라와 국민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며 "광주학살의 주범 전두환을 찬양하고 국민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 대한민국을 끌고 갈 수 없다"고 윤석열 후보 발언을 비난했다.
그는 10월19일 페이스북에 윤 후보의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해 "집단학살범도 집단학살 뺴면 좋은 사람이라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며 "광주 영령과 호남인 능멸에 대해 지금 즉시 석고대죄하시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같은달 22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전두환 돌판을 밟고 "민주주의, 인권과 평화를 위해서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았고 민중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민주주의 체제 속에서 혜택만 누리던 분이어서 전두환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엄혹함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도 비난했다.
◆野, 이재명 말바꾸기·내로남불 맹비난…이재명 "흑백논리·與 "역사 인식 지역 격차 좁혀"
야권은 이 후보의 말 바꾸기, 내로남불을 지적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이 후보의 윤 후보 비판을 언급한 뒤 "전두환이 경제는 잘 했다고 재평가한 본인의 말이 문제가 되자, 입장을 바꿔서 '진영논리에 빠져서 사실을 부정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희대의 내로남불에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후보는 열 후보가 전두환을 100% 부정하지 않고, 정치는 잘했다고 평가했을 때 '호남을 능멸했다, 석고대죄하라' 분명히 말했다. 민주당의 모든 정치인이 참담하다, 수준이 낮다, 사과하라 맹폭했다"며 "긴 말하지 않겠다. 양심이 있다면 똑같이 하길 바란다"고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12일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려다 국민의힘 후보가 될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윤석열 후보도 11일 강원도당 선대위 출범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의 이승만·박정희·전두환 공과 발언에 대해 "맨날 얘기가 바뀐다"며 "해방 후에 미국과 친일 세력이 대한민국에서 점령군 행세를 했고 이승만 대통령은 점령당해서 휘둘렸다는 취지의 얘기를 한 지가 얼마 안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윤희숙 전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 "10월 윤 후보를 비판하며 5·18묘역의 전두환 비석을 여러 번 밟았던 이 후보가 경북 방문에서는 전두환의 경제성과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다. 정말 기억상실증이라도 있는 것인지, 세간의 말처럼 정말 이중성격인 건지 걱정"이라며 "이렇게 자신의 말을 새털만큼도 중하게 여기지 않는 이가 무슨 책임을 지겠나"라고 꼬집었다.
이 후보는 야권의 비판에 흑백논리라고 맞서고 있다. 윤 후보를 맹비난했던 민주당도 이 후보를 적극 감싸고 있다.
이 후보는 12일 경북 김천시 추풍령휴게소 경부고속도로 기념탑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전두환 공과 발언에 대해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병폐가 흑백논리다. 진영논리다"며 "다원적이고 실용적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있는 대로 객관적으로 사물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굳이 모든 게 100% 다 잘못됐다고 할 수 없는 한 부분들이 있을 수 있다"며 "예를 들면 그 중 하나가 3저(底) 호황을 그래도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어쨌든 나름 능력있는 관료를 선별해 거기다 맡긴 덕분에 어쨌든 경제가 성장한 것도 사실이다"고 했다.
다만 "그런 작은 부분들이 있긴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역사적 죄인이라고 말했는데 그중 일부만 똑 떼서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된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특보단장인 안민석 의원은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후보 발언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왜냐하면, 역사를 균형되게 봐야 되지 않겠나"라며 "역사적 인식의 지역적 차이를 이번 이재명 후보 발언을 계기로 좁히는 계기가 됐다 그렇게 보고 싶다"고 옹호했다.
그는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 잘했다'는 윤 후보 발언과 비교해선 "결이 다르다고 본다"며 "국민들이 불편해하고 거부감을 느꼈을 것이다. 윤 후보가 지금까지 보여준 태도의 핵심이 공감 능력이 부족한 발언들을 많이 했다. 그런 맥락에서 당시 전두환씨에 대한 평가는 대단히 부족했다"고 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10월22일 연합뉴스TV '뉴스1번지' 인터뷰에서 윤 후보의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해 "잘못된 비유를 한 것이고, 본인이 계속 그 뒤에도 자기를 강변하고 또 김재원 최고위원이 그걸 뒷받침하는 말을 하고 보니까 좀 DNA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국민의힘이 이 대표처럼 진심으로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하는 사람들이라기보다는, 겉으론 하지만 DNA 속성이 아직도 친전두환에 경도돼 있는 것 아닌가"라고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ronn108@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