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업사 요청에도 설비 철거 안 해 전류 흘러
회사·한전 잘못으로 사망 '보상금 공동 배상'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휴업 중인 사업장에서 발생한 감전 사망 사고와 관련, 전력 공급 차단 요청을 받고도 책무를 소홀히 한 한국전력공사가 유족 측에게 지급된 산업재해 보상금을 공동 배상해야 한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광주지법 제13민사부(재판장 송인경 부장판사)는 근로복지공단이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12일 밝혔다.
모 회사는 2019년 1월 휴업을 결정하고 다음 달 7일 한전에 전력 공급 차단을 요청했다.
한전 직원은 일주일 뒤 이 회사를 찾았으나 안전개폐기를 열지 않았다. 설비 관리 부서에도 외선 설비 철거를 의뢰하지 않아 회사의 수전 설비에 계속 전류가 흐르게 했다.
이 회사 직원 A씨는 2019년 4월 17일 전력이 차단된 줄 알고 배전판을 분리하는 작업을 하다가 감전돼 닷새 뒤 전신 화상에 따른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숨졌다.
근로복지공단은 같은 해 7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상속인들에게 요양급여(5510만 원)·장의비(1550만 원)·유족보상금(1억 7430만 원)을 지급했다.
A씨 유족들은 한전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 1·2심에서 승소했다. 1·2심 모두 한전의 과실 비율을 90%로 보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4억 609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근로복지공단은 한전이 요양급여·장의비·유족보상금 2억 2842만 원(원고 과실 10% 제외)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한전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한전은 A씨 회사가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도 있다며 구상권 범위가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한전의 과실과 A씨 회사의 과실(검전기와 절연 장비·조치 없음, 전기 작업계획서 미작성, 절연용 보호구 미지급)이 경합해 감전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며 A씨 회사의 과실 비율을 30%로 정했다.
재판부는 A씨의 과실을 제외한 유족 요양급여 손해배상 채권(4950만 원)·장례비 채권(450만 원)·보상 일시금 채권(4억 6090만 원)의 각 30%를 A씨 회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근로복지공단은 피해 근로자가 배상받을 손해액 중 보험가입자의 과실 비율 상당액을 보험급여액에서 공제하고 차액이 있는 경우에만 제3자에게 구상할 수 있다"면서 A씨 회사의 과실 비율 상당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인 7390만 원을 한전이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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