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달콩이네 떡집' 출간…만복이네 떡집 시리즈 5번째
"1-2권 공백 10년…어린이 독자 요청으로 용기 냈다"
동화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로 85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어린이 동화의 새 기록을 쓰고 있는 김리리 작가가 신작 '달콩이네 떡집'으로 돌아왔다.
김 작가는 최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시국 답답해하는 아이들이 반려동물을 많이 찾으면서 이번 신간의 소재를 떠올렸고 책을 집필했다"고 소개했다.
'달콩이네 떡집'은 떡집 시리즈 5번째 책이다. 주인공의 이름에 따라 간판이 바뀌었던 앞선 이야기들과는 달리 이번 책은 유기견 센터에서 데려온 '달콩이'와 한 가족이 되고 싶은 봉구의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다.
"요즘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반려동물을 찾는 아이들이 많아졌어요. 저는 동물은 돈을 주고 사는 것이 아닌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유기견을 키웠었고요. 달콩이네는 친구, 동생, 아는 작가, 제 이야기를 모아서 엮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한 '만복이네 떡집' 이후 '장군이네 떡집', '소원 떡집', '양순이네 떡집', '달콩이네 떡집' 등 5권을 펴냈으며, 지금까지 누적 판매 85만부 이상을 기록했다.
그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이라며 "동화 작가로 산지 20년이 넘었는데 계속 마이너스 통장을 갖고 살다 만복이네가 교과서에 실리면서 2~3년전 그 통장을 없앴다"고 웃었다.
김 작가는 "사실 '만복이네 떡집'은 시리즈가 아닌 단행본이었다. 시리즈로 낼 생각은 전혀 없었다"며 "하지만 아이들은 풍부한 상상력으로 뒷이야기를 만들어냈고, 후속에 대한 요청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인기가 많아질수록 2권에 대한 자신이 없었어요. 만복이네가 재밌는 만큼 2권은 더 재미있어야 하니까, 그런 생각에 심리적인 부담이 컸죠. 그런데 한 학교 강연에서 아이들이 뒷이야기를 내지 않으면 보내주지 않겠다고 하더라구요. 일단 쓰겠다고 약속하고 나왔는데, 그중 한 아이가 '게으름 피지 말라'고 한 말이 마음을 찔렀죠. 제가 비겁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어린이 독자들의 사랑에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에 2권 집필을 시작했다. 하지만 구상은 쉽지 않았다.
"한 3개월은 아예 못쓰고 있었어요. 잠자기 직전 매일 장군이에게 말도 걸고 했는데 떠오르지 않았죠. 그러다 제주 한 시골 학교 강연을 갔는데, 한 친구가 '만복이는 공부도 잘하고 가진 게 많다'고 제게 따졌죠. 그래서 가진 것도 없고 복도 없는 장군이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후 제주에 작업실을 얻고 작품을 집필할 때는 주로 제주에 머문다. 그는 "영감을 주는 장소라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쓸 때마다 그곳에 간다"며 "아침에 산책하고, 외로운 시간을 보내며 저 자신과 대면하면 떠오르는 것이 많다"고 전했다.
"꼬랑지는 저와 가장 닮은 캐릭터예요. 태어났을 때 몸도 약하고 볼품없었지만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가졌죠. 저도 동화작가라는 꿈을 가졌지만 이게 이뤄질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꼬랑지가 떡을 배달하며 꿈을 이룬 것처럼, 저도 동화로 큰 사랑을 받으며 꿈을 이뤘죠."
'꼬랑지'의 등장으로 떡집 시리즈 세계관은 확장됐다. 4권 '양순이네 떡집'은 여자가 주인공인 책이 없다는 여학생들의 항의를 적극 수용해 탄생했다.
"양순이는 착한 아이죠. 너무 착해서 주변에 자기 마음을 잘 표현 못해요. 의외로 주변에 그런 친구들이 많더라구요. 자기가 만복이, 장군이라는 친구는 없는데 '내가 양순이'라고 나서는 친구는 많아요. 아이들마다 다 반응이 다른게 재미있죠."
하필 왜 '떡'이었을까.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음식이 나오는 이야기가 좋았다. 동화도 '호랑이와 곶감' 등 음식 관련을 좋아했다"며 "내가 동화를 쓸 때도 오감을 자극하는 글을 쓰고 싶었는데 마침 딱 음식이었다. 그중 좋은 의미를 많이 담은 떡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돌상 백설기, 고사상 시루떡 등 떡에는 복을 기원하고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의미가 있어요. 시골에 살았던 어린 시절에는 떡을 만들면 집집마다 돌렸죠. 꼬랑지처럼 떡을 배달나갔던 기억이 있어요. 떡은 혼자 먹는 음식이 아니라 나눠먹는 음식이에요. 이 떡을 통해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죠."
김 작가는 특히 "이 떡이 제게도 복을 가져다줬다. 제 소원도 이뤄지게 해줬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동화 작가는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가진 꿈이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어린 시절 동화를 읽으며 위안을 얻었고 이런 동화를 쓰는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관심을 갖게 됐다. 하지만 형편이 어려워 뒤늦은 24살에 대학을 갔고 아동복지를 전공하며 동화작가에 좀 더 가까워졌다.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동화를 쓰기 시작했는데, 제가 너무 행복하더라구요. 그간의 방황도 떠오르고, 작가가 못 되어도 저는 평생 동화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20년 이상을 동화만 써왔지만 동화를 쓰는 건 여전히 어려운 작업이다. 특히 동화는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것이 아닌,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여야 한다는 신조다.
김 작가는 "자만해지면 좋은 동화를 쓸 수 없다. 계속 나 자신을 의심해야 한다"며 "욕심을 내다보면 자칫 훈계하는 이야기, 어른 입장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늘 초심으로 돌아가 아이들 심리가 담긴 작품을 써야 한다고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가 없게 하도록 노력한다. 그저 아이들의 편이 되어서 위안을 주고 싶다는 바람이다. 주변 아이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많이 기울인다. 학교 강연에서 만나는 아이들을 비롯해 조카들도 좋은 조언자들이 되어 준다.
코로나 시국 외부 활동에 제약이 많은 환경은 동시에 글쓰기에 더 집중하게 해줬다. 그는 "오히려 글 쓰는 시간이 확보가 됐다. 또 억압이 많을수록 자유롭고 싶어하는 욕망이 커져서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며 "요즘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게 되는 것도 자유로움에 대한 욕망을 해소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차기작으론 '둥실이네 떡집'을 준비하고 있다. 사실 집필은 마쳤지만 어떤 내용인지는 '비밀'이라며 미소지었다.
"사실 떡집 시리즈가 이렇게까지 사랑 받을 줄은 몰랐어요. 아이들이 재미 없다고 하기 전까진 되는 데까지 해보려구요. 당분간은 아이들의 상처에 위안을 줄 수 있는 이야기, 떡으로 풀어줄 수 있는 꼬랑지의 역할이 필요한거 같아요. 아이들의 편이 되어주는, 기운을 주는 그런 작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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