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소진돼 9월 채용 기업은 지원조차 못해
추경으로 10월 채용은 지원…사각지대 논란
문턱 낮춰놓고 수요 파악 손놔…행정에 지적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 인천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A씨는 얼마 전 고용노동부로부터 황당한 답변을 받았다. 새롭게 직원을 채용하면 인건비를 지원해준단 말에 지난 9월 3명이나 새로 뽑았는데, 예산이 소진돼 9월 채용부터는 지원금을 신청조차 못 한다고 한다. 더 황당한 건 앞서 8월과 10월 채용에 대해서는 지원이 가능하다는 사실. A씨는 분통이 터졌다.
고용부가 신규 채용에 대해 사업장에 인건비를 지원하는 특별 고용촉진장려금(고용장려금) 사업이 조기 마감되면서 직원을 뽑고도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된 사업주들의 호소가 계속되고 있다.
예산 소진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란 게 고용부 입장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정부 지원금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 상황에서 소관 부처의 대처가 안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 10월31일로 조기 마감된 고용장려금 관련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고용장려금은 중소·중견기업이 새롭게 직원을 채용하고 두 달 이상 고용을 유지할 경우 1인당 최대 6개월 동안 월 10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후 계속 고용 시 월 60만원이 추가 지급된다.
이 사업은 지난해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중소·영세사업장이 겪는 인건비 부담을 줄여주고자 마련됐다. 1인당 최대 지원금이 960만원에 달해 사업주로서도 상당 부분 부담을 해소할 수 있다는 호응을 얻고 있다.
당초 고용부는 고용장려금 신청 대상을 올해 3월25일부터 9월30일까지 신규로 직원을 채용하고 2개월 이상 고용을 유지한 기업으로 정했다. 만약 9월에 채용이 이뤄졌다면 신청은 11월 이후부터 가능한 셈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원금 신청은 지난 8월 말까지 2만건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9월 들어 평일 기준 하루 600건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계적 일상 회복이 거론된 이후 신청은 가파르게 늘어 고용부는 지난 10월31일로 사업을 조기 마감했다.
그러나 9월 직원을 채용한 기업들은 지원금을 신청조차 할 수 없게 되면서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고용부가 사업의 조기 마감을 공고한 시점은 10월15일인데 9월 채용 기업으로선 예산 상황을 짐작할 수 없었던 만큼, 사업장의 피해 호소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정부 지원금을 믿고 사람을 뽑았는데 신청 마감 15일 전 기습적으로 공지를 냈다"며 "심지어 민원을 제기하니 9월1일 입사했다면 전산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둥 말이 계속 바뀌면서 현장에선 속이 터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고용장려금 지원 대상을 넓힌 점도 이들 사업장의 억울함을 더하고 있다.
고용부는 지난 8월 2차 추경으로 고용장려금 신청 대상을 확대했다. 앞서 3월25일~9월30일 채용 기업 외 1월1일~3월24일과 10월1일부터 12월31일에 대해서도 채용이 확인되면 고용장려금을 지원키로 한 것이다.
고용부는 9월 채용 기업은 추경 사업의 지원 대상이 아닌 만큼 장려금 신청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는데, 결국 이로 인한 피해는 사업주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경북 완주군에서 온라인 유통 사업을 하는 B씨는 "코로나로 직원 채용을 엄두도 못 내던 중 제도를 알게 돼 두 달간 급여를 지급하고 신청을 문의했더니 예산이 소진됐다고 한다"며 "항의를 위해 센터를 방문했는데 더 당혹스러운 말이 이미 예산이 8월 말로 소진됐고, 이를 센터 직원들도 공문을 통해 들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행정소송 외엔 답이 없는 상황인데 사전 예약으로 수요만 파악했더라도 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기업과 근로자들은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이 사업이 코로나 사태를 고려해 대상·요건을 완화한 만큼, 소관 부처의 행정 처리가 미흡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용장려금은 제조업·운수창고업, 건설업,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등으로 지원 대상의 폭이 넓다. 기타 지원금 사업과 달리 지원 이후 고용을 유지하는 요건도 없다. 문턱을 크게 낮춰 다수 사업장에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취지인 만큼 사전에 수요를 예측하려는 조처가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국회 한 관계자는 "한시적 사업으로 지원 대상도 4만명으로 정해져 있었다면 사전 예약 등을 통해 신청 기간이 도래할 때까지 고용유지를 못 한 경우 추가 신청자를 선정하는 등 세심한 배려가 있었다면 이런 억울한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업주 부담은 최대한 완화하고 신속히 지원하게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요건을 낮췄지만 이런 문제가 발생해 아쉬운 마음"이라면서도 "추가적인 지원을 위해선 3500억원 이상이 필요한 상황이라 사실상 지원은 어렵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hummingbird@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