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79명 승진…구광모 회장 취임 후 최대 규모 인사
"'성과와 경륜', '안정과 혁신' 동시 고려"
LG그룹은 24일과 25일 계열사별 이사회를 통해 2022년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임원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132명의 신임 상무를 대거 발탁한 것이다. 계열분리한 LX그룹 계열사들을 제외하면 2018년 구 회장 취임 이후 실시한 네 번의 임원인사 가운데 최대 규모다.
전체 승진 규모도 179명으로 구 회장 취임 후 최대 규모이며 CEO 및 사업본부장급 5명 발탁까지 포함하면 총 인사규모는 181명이다. 지난해 임원인사의 경우 상무 승진 118명, 전체 승진 169명 등 총 172명 규모였다.
일부 최고경영진의 변화도 포함됐다. ㈜LG 최고운영책임자(COO)에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을, LG전자 CEO로 조주완 LG전자 최고전략책임자(CSO) 부사장을 각각 부회장과 사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그러면서도 성과와 경륜을 고려해 대부분의 주력 계열사 CEO를 유임토록 해 '안정과 혁신'을 동시에 고려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공급망 리스크 등으로 인한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성과를 창출하면서도 연륜과 경험을 갖춘 기존 경영진에 대한 신뢰를 통해 지속성장의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역량을 갖춘 리더에게는 새로운 중책을 맡겨 미래 준비와 변화를 가속화하고자 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이번 인사는 '미래 준비'를 강조한 구 회장의 생각과 맞닿아있다. 구 회장은 최근 계열사 CEO들과 진행한 사장단워크샵과 사업보고회 등을 통해 "그 동안 흔들림 없이 추진해 온 고객가치 경영에 더욱 집중해 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질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를 주도할 실질적인 실행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인재를 적극 육성·확보해 미래준비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변화와 혁신 주도할 젊은 임원들이 대거 발탁된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132명의 신임 상무 가운데 40대의 젊은 임원이 82명으로 62%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임원 가운데 1970년대생의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41%에서 올해 말 기준 52%로 절반을 넘어서게 됐다.
성과와 경륜을 고려해 대부분의 계열사 CEO는 유임하는 한편 지주회사의 경우 권봉석 COO 선임 및 팀장 세대교체 등을 통해 구 회장의 리더십을 강화해 변화와 안정을 동시에 꾀한 점도 특징이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LG COO에 선임되면서 LG그룹 내 부회장은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4명이 됐다.
권봉석 신임 COO는 주력사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LG의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미래준비를 강화하면서 구 회장을 보좌하는 역할에 주력하게 될 전망이다. 또 계열사간 시너지를 높이고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는 등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실행력을 강화하는 역할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해 ㈜LG와 LG전자를 거치면서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가전사업의 선두 자리를 확고히 하는 데 기여했고 전장사업 육성 등 선택과 집중, 사업 체질 개선을 통해 LG전자의 실적을 견인해온 인물인 만큼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는 구 회장의 경영철학에 부합하는 적임자라는 게 내부 평가다.
아울러 ㈜LG의 CFO인 하범종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LG의 CFO 겸 경영지원부문장을 맡게 되고 지주회사 팀장들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 출생의 젊은 임원들을 중용하면서 참모진 세대교체를 통해 구 회장의 리더십도 강화했다.
고객경험 데이터에 기반한 인사이트를 발굴해 사업에 기여한 LG전자 권혁진 LSR(Life Soft Research) 연구소장을 상무로 발탁하는 등 디자인, 상품기획, 트렌드, 고객접점 등 분야에서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한 10명이 승진 대상에 포함됐다.
또 LG전자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부사장이 된 50세의 김병훈 전무처럼 연구·개발(R&D) 및 엔지니어 분야 인재도 중용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전환(DX) 혁신을 주도할 인재와 생산, 구매, SCM 등에서 전문성을 갖춘 리더들도 승진했다. 지난해 말 출범한 LG AI연구원의 배경훈 원장은 우수 인재 확보 및 초거대 AI 등 기술 혁신에 대한 성과를 인정받아 상무 승진 3년 만에 전무로 발탁됐다.
고객가치 측면에서 품질과 안전환경 분야의 중요성을 반영해 해당 분야에서 지난해의 두 배 규모인 10명을 중용하기도 했다.
LG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올해 양호한 성과를 기반으로 잠재력과 전문성을 갖춘 젊은 인재를 과감히 기용해 '고객가치'와 '미래준비'를 도전적으로 실행하고 특히 상무층을 두텁게 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사업가를 육성하고 CEO 후보 풀을 넓히기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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