톤수 관계없이 해수부가 어선 관할토록 법 개정
선주 안전 의무 및 정부 관리감독 권한 담길 듯
협의체 구성해 어선원 생활안정지원금 등 논의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노사정이 산업재해 사각지대에 놓인 어선원의 산업안전 보건 체계 구축을 골자로 하는 법 개정에 합의를 이뤘다.
그간 전무했던 어선원에 대한 선주의 안전보건 의무와 함께 정부 차원의 일관성 있는 감독 체계가 마련될 전망이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어선원고용노동환경개선위원회(어선원위)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어선원 안전·보건 보장 및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합의문'을 공개했다.
이번 합의는 어선원의 선내 사고 예방을 위해 노사정이 어선안전조업법 개정에 뜻을 모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
현행법상 20t 이상 어선에 승선하는 어선원의 경우 선원법의 적용을 받고, 20톤 미만 어선에 승선하는 어선원의 경우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도록 이원화된 체계를 두고 있다.
해수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국내 어선 수는 6만5835척이다. 이 중 20t 이상 어선은 2882척으로 전체의 4.38%에 불과하다. 20t 미만 어선은 6만2953척으로 전체의 95.62%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어선원의 경우 선원법 및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휴게시간, 휴일 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아 장시간 근로와 무리한 조업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왔다.
실제 어업의 산업재해율을 보면 7.62%로 제조업(0.72%), 건설업(1.17%)와 비교하면 두드러지게 높고 매년 약 140명의 어선원 노동자가 사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출범한 어선원위는 어선원의 산재 감축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법 제도 개선 논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노사정은 어선안전조업법 개정을 통해 톤수와 관계없이 모든 어선에 대해 해양수산부가 관할토록 하는 제도 및 관리·감독 체계를 마련키로 했다.
개정법에는 어선원에 대한 선주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뿐만 아니라 정부의 역할 및 관리·감독 권한, 어선안전감독관 등이 담길 예정이다.
어선원위 관계자는 "사업주의 안전 의무가 만들어지면 선주들의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논의 과정에 대립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내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노사 모두 어업 현장의 변화없이는 지속가능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있었기에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노사정은 어선원의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조업 설비를 현대화하는 데도 뜻을 모았다. 설비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어선원이 거주하는 시설을 현대화해 복지를 지원하기 위한 취지다.
어선원위는 "선내 안전보건 문제는 노사 간 이해가 첨예한 부분이지만 노사정 대표자들의 인식과 개선 의지를 통해 합의가 가능했다"며 "현장 안착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중요한 만큼 노사정 협의를 지속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노사정은 해수부 내 고용노동부가 참여하는 노사정 협의회를 설치키로 했다. 여기에선 20t 미만 어선원의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점진적으로 선원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이번 합의엔 어선원 복지 등 제도 개선을 논의하기 위한 '어선원 안전보건 및 복지 정책 협의체' 구성안도 담겼다.
노사 단체로 구성된 협의체에선 어선재해 보상보험 재해심사 제도 관련 개선사항과, 휴어기 어선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금 지급, 어선원 일자리 개선 및 복지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전영우 어선원위 위원장은 "오늘 합의는 연간 100여명이 사망하는 '어선안전 후진국' 오명을 벗기 위한 출발점으로서 의미가 크다"며 "이를 계기로 어업 현장에서 안전 인식을 전환하고, 변화를 도모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안전한 바다를 만들기 위해선 법·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노사정의 참여와 의지가 중요하다"며 "합의를 통해 노사정이 뜻을 모은 만큼 노사의 적극적인 역할과 정부의 지속적인 이행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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